고용노동부는 파리바게뜨 본사와 가맹점 등을 대상으로 지난 7월부터 6개 지방노동청과 함께 실시한 근로감독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도급계약 당사자는 가맹점주와 협력업체이지만, 본사가 직접 지휘하고 명령했기 때문에 '불법 파견'이란 게 정부 판단이다.
실제로 파리바게뜨는 가맹사업법상 규정된 제빵기사에 대한 교육 훈련 외에도 채용과 평가, 임금과 승진 등에 대해 일괄 기준을 마련해 시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본사 소속 품질관리사(QSV)를 통해 출근시간 관리는 물론 업무에 대해 전반적인 지시 감독을 한 만큼, 가맹사업법상 허용 범위를 벗어나 파견법상 사용사업주 역할을 한 것으로 결론이 났다.
따라서 협력업체와 파리바게뜨 모두 파견법상 무허가 파견, 파견대상업무 위반 등 불법 파견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파견법상 직접고용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근로자 1인당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처분하게 돼있다. 다만 시행령엔 '1차 위반'일 경우 1인당 1천만원 이하를 물게 돼있어, 산술적으로 537억 8천만원의 과태료 부과가 가능하다.
당국은 또 협력업체 11곳이 임금 꺾기를 통해 지급하지 않은 110억 1700만원도 2주 안에 지급하라고 시정 지시했다.
이에 협력업체들은 즉각 노동부를 찾아 항의하는 한편,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협력업체 대표들은 "근무가 끝난 뒤 옷을 갈아입는 20~30분까지도 근무시간으로 산정해 지난 7월 48억원을 이미 지급했다"며 "어떤 기준으로 110억원이 나왔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파리바게뜨 본사도 아직은 당혹감 속에 말을 아끼고 있지만, 직접고용은 여건상 어렵다고 보고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모기업인 SPC그룹 관계자는 "직접고용을 하게 되면 본사 소속의 직원을 매장에 둬야 하는데, 이는 가맹점 사장들이 독립적인 경영을 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이어지게 된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파리바게뜨 본사가 제빵기사들을 직접고용하더라도 가맹점주들과 도급계약을 맺어야 하는데, 이때 가맹점주가 파견직원인 제빵기사들에게 업무 지시를 하는 건 역시 파견법 위반이 된다는 것이다.
SPC측은 또 "본사 정규직수가 현재 5296명"이라며 "이보다 많은 인력을 한꺼번에 고용하는 건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업계를 비롯해 학계 일각에선 정부의 이번 결정이 프랜차이즈 산업 특성을 간과한 만큼 법리적 논쟁 여지가 다분하는 입장이다.
반면 노동계는 "원청회사의 퇴직 임직원들이 운영하는 협력업체를 통한 불법 파견과 임금 체불이 드러난 만큼, 노동부 지시를 즉각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논평을 내어 "파리바게뜨의 불법행위가 폭로되면서 협력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난 8월 민주노총에 가입해 노조 활동을 시작했다"며 "그럼에도 파리바게뜨 본사는 노조와의 교섭은커녕 노조활동 방해 등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복잡하고 비정상적인 고용 구조는 프랜차이즈 업계의 일반적 형태로 추정된다"며 "더 이상 프랜차이즈 업계가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부당한 현실을 방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도 이날 논평을 통해 "고용부의 이번 조처는 점점 더 악용되고 있는 변칙적 간접고용에 제동을 건 중요한 감독행정"이라며 "파견법 취지에 맞게 법을 해석하고 적극 집행했다는 점에서 중대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