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율촌빌딩에서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의 이사회가 열렸다. 이날 백종문 MBC 부사장은 김도인 편성제작본부장, 이은우 기획본부장과 함께 파업 관련 대책 보고를 위해 출석했다.
경영진은 이날 보고에서 MBC 관계사 전체 인원 중 55~56%가 파업 중이고 갈수록 (상황이) 어려워지고 하면서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파업이 길어지고 있는데 회사로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백 부사장은 "단협(단체협약)을 하자고 노조에 공문을 보내고 있지만 (파업이 이미) 사회 이슈화가 되어서 풀 수 있는 방법이 현실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 7일 열린 이사회에서 파업 대책 보고를 하러 나왔을 때, 백 부사장은 보고 내용이 민감할 수 있기 때문에 회의를 '비공개'로 할 것을 강력하게 요청한 바 있다.
공영방송 MBC의 관리감독기관인 방문진의 회의는 원칙적으로 '공개'이고, 공개/비공개 여부를 결정할 권한이 이사들에게 있는데도, 보고를 하러 나온 경영진이 '비공개'를 주장한 것이다.
이에 반발한 여권 추천 이사들이 문제제기를 했고, 결국 백 부사장은 '비공개 요청'을 거부당하고 돌아서야 했다.
그런데 2주 만에 나온 자리에서는 사실상 '대책이 없다'고 밝혀 "아무 대책 없이 무슨 파업 대비를 할 것인가", "노사 관계를 원만히 해야 한다는 소수이사들의 주문을 계속 거부했고, 무단협 상태만 5년째인데 이제 와 단협 이야기를 하느냐" 등 이사들의 질타를 받았다.
또한 MBC가 공식입장까지 내어 진상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힌 '카메라리스트 블랙리스트' 건의 진행상황을 묻자, 백 부사장은 "진상조사위원회를 만들었지만 (MBC본부가) 파업에 들어가 인력이 부족해 못하게 됐다"고만 말했다.
파업 장기화로 사실상 MBC를 정상 운영하기 어려우니 결단을 내리는 것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지적에는, 아무런 답도 내놓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