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지연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준안 부결 등을 잇따라 겪으면서 마음을 졸였던 우 원내대표가 정신없이 출근하면서 상.하의를 맞춰 입지 못한 것이다.
앞서 우 원내대표는 김 후보자 부결에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 의사를 밝힌 바 있지만 의원들의 만류에 자리를 유지했다. 이번에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처리가 야3당의 반발로 전망이 밝지 않자, 이번에도 부결되면 원내대표를 사퇴한다는 ‘사즉생’의 각오로 임했다.
원내대표실의 한 관계자는 “대표가 양말도 빼놓고 나왔다”며 “그만큼 온통 정신이 김 후보자 인준안 처리에 쏠려 있었던 것 같다”고 전하기도 했다.
상하의를 짝짝이로 입고, 양말도 신지 않은 채 나오면서도 ‘녹색’ 넥타이는 챙겨 나왔다. 넥타이 색이 우연히 녹색이라 ‘협치’, ‘국민의당에 대한 구애’를 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그 넥타이는 고(故)김근태 의장의 유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 원내대표는 넥타이에 대해 "존경하는 김근태 선배님의 유품으로 중요한 결단, 결정할 때 늘 이 넥타이를 맨다"며 "김근태 선배가 갖고 있던 민주주의 사랑을 구현하는 마음가짐을 넥타이로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넥타이는 김 의장이 고인이 된 뒤 부인인 인재근(서울 도봉갑) 의원을 통해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머리 자르기', '땡깡' 발언 등으로 야당에 강경 발언을 했던 추미애 대표는 김 후보자 인준안 처리를 위해 최대한 몸을 낮췄다.
추 대표는 이날 오전 ‘2017 국민미래포럼’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참석한다는 소식을 듣고 의총도 빠진 채 행사장에 갔다. 김 후보자 인준안 처리를 위한 협조를 부탁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홍 대표와 안 대표가 불참하며 이들과의 만남은 성사되지 못했고 주 원내대표에게는 바른정당의 협조를 당부했다.
민주당에서 탈당해 한국당에 들어간 조경태 의원을 만난 추 대표는 두 손을 꼭 잡고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기도 해 보는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이후 국민의당 의총이 심상치 않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추 대표는 오찬 약속도 취소한 채 국회로 돌아와 또 다시 안 대표와의 회동을 추진했지만 불발됐다.
김동철 원내대표를 만난 추 대표는 외면한 채 돌아서는 김 원내대표를 붙잡아 '팔짱'을 끼는 등 적극적으로 다가가 대화를 나누는데 성공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