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역사' 공씨책방, 명도소송에서 패해 쫓겨날 위기

법원 "현행법 해석상으로는 이런 결론밖에…유감스럽다"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에 위치한 '공씨책방', 지난 2014년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지정됐으나 건물주와의 명도소송에서 패소해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사진=황영찬 기자)
45년의 역사를 간직한 헌책방 '공씨책방'이 건물주와의 명도소송에서 패소해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서울서부지법 민사5단독(황보승혁 판사)는 21일 건물주 전모(52) 씨가 공씨책방을 운영하는 장화민(60) 씨를 상대로 제기한 명도소송에서 "건물주에게 건물 1층을 인도하라"고 판결했다.

황보 판사는 "계약 갱신을 원하지 않는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계약 만료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계약해지를 통보할 수 있다"며 "새 장소로 이전하기에 지나치게 짧다는 공씨책방 측의 주장은 현행법 해석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한 황보 판사는 "공씨책방의 가치는 특정 장소나 건물과 결부된 것이라기보다 방대한 중고서적과 운영자의 해박한 지식, 네트워크 등에 기초한 복합적인 것"이라며 서울시 미래유산으로서 현재 위치에서 보존돼야 한다는 공씨책방 측의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황보 판사는 "사회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이었는데, 현행법 해석상으로는 이런 결론밖에 가능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공씨책방은 고(故) 공진석 씨가 지난 1972년 동대문구 경희대학교 인근에 문을 연 우리나라 1세대 헌책방이다. 공 씨가 숨진 이후 조카 장화민(60) 씨가 고인의 뜻을 이어 받아 책방을 운영해 왔다.

지난 1995년부터 현재의 위치인 서대문구 창천동에 자리를 잡았다. 2014년에는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그러던 공씨책방은 지난해 8월 임대차 계약 만료를 1개월 앞두고 건물주로부터 '나가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지난해 9월 건물을 매입한 새로운 건물주도 기존 임대료였던 월 130만원에서 2배 넘게 오른 300만원을 낼 수 없다면 퇴거해 줄 것을 요청했다. 공씨책방이 이를 거부하자 결국 지난해 12월 건물주가 명도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법원이 조정 절차에 들어갔고, 서울시가 나서 민간의 후원을 통해 임대료를 지원하는 방식을 제안했으나 건물주가 조정을 거부해 결렬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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