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박했던 민주·국민의당 물밑교섭…표 단속 '막전막후'

민주당, 김명수 통과로 '협치' 과제 떠안아…선거구제 개편 본격 논의할 듯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소속 의원들이 21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가결되자 기뻐하고 있다. 이날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찬성 160명, 반대 134명, 기권 1명, 무효 3명으로 가결 처리됐다. (사진=윤창원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21일 김명수 후보자 인준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 직전까지도 결코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본회의 시작 전은 물론 본회의장에 입장한 뒤에도 각개전투를 벌이듯 야당 의원들을 일일이 설득하며 공을 들였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회의에서 각 당을 일일이 언급하며 '협조'를 호소했다. 특히 캐스팅보트를 행사하며 '결정권'을 자랑하는 국민의당을 향해서는 '탄핵을 함께 한 동지', '협력적 동반자 관계'라는 살가운 표현으로 구애를 보냈다. 본회의장 들어가기 전에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와 마주친 추미애 대표는 김 원내대표의 팔짱을 끼며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민주당은 전날 표 점검을 통해 157표 정도의 찬성표를 얻어 가결될 것을 예상하긴 했다. 하지만 앞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준 실패의 후유증으로 인해 '끝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다, 불안하다'는 분위기가 막판까지 팽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

특히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비슷한 시간 "사사로운 이해관계를 떠나 독립적인 사법부를 수호할 수 있는 인물인가라는 단 하나의 높은 기준을 적용해 판단해 달라"고 말하면서 민주당의 긴장도는 크게 올라갔다.

김 후보자는 사법부 독립보다는 사법부 개혁에 방점이 찍힌 인물이기 때문에 안 대표가 부정적인 메시지를 보낸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의원들 사이에서 맴돌았다.

당내 한 의원은 안 대표의 발언을 전해 들은 뒤 추 대표가 김 원내대표를 찾아갈 것을 제안했고 추 대표는 불시에 김 원내대표 방을 직접 찾았다.

또 우원식 원내대표에게는 '당만 나서서는 안 되는 상황이다. 청와대에도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는 제안도 했을 만큼 긴장의 끈을 놓치 못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안 처리에 야당의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전날에도 민주당은 의총을 열고 121명 의원 모두가 야3당 의원들의 설득에 매달려야 한다고 당부한 데 이어 오후에는 원내지도부가 다시 모여 각자 표 점검을 하는 등 제 2의 김이수 사태를 막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우 원내대표는 직접 작성한 친서를 국민의당 의원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직접 전달하기도 했다. 국민의당 한 의원이 이번에 "전화로도 부족하다고 느꼈는지 여럿 의원들이 수시로 찾아와서 도와달라"고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당뿐 아니라 청와대도 분주하게 움직였다. 앞서 임종석 비서실장이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낙마와 관련해 사과를 한 이후에도 분위기가 바뀌지 않자, 문재인 대통령이 UN 총회 참석차 순방길에 오르기 하루 전날인 17일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을 통해 야당의 협조를 구하는 대통령 입장문을 발표했다.

대통령의 입장문에는 귀국후 4당 대표 회동을 제안하는 등 안 대표가 요구한 ‘안보 회동’에 대한 화답도 담겨 있었다.

국민의당을 비롯한 야3당이 냉담한 반응을 보이자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문 대통령은 출국 당일 안 대표와 김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김 후보자 인준안 처리에 협조를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또 국민의당이 여·야·정 국정협의체 구성 제안에 적극적으로 참여해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후보자 인준안 처리까지 그야말로 당청이 끊임없이 야당 설득 작업에 나선 것이다.

민주당으로서는 김 후보자 인준안 처리가 '국민의당'과의 관계 설정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병헌 정무수석은 인준안 처리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UN총회에서 돌아오시면 여야 대표와의 대화를 가질 수 있는 준비에 바로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김이수 후보자 부결에 이어 김명수 후보자 가결로 민주당에 협치에 대한 과제를 주는 한편, 선거구제 개편 등에 민주당이 적극 나서줄 것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회 본회의가 끝난 뒤 우 원내대표는 김 원내대표를 찾아가 "고맙다"고 인사를 하며 "국민의당과의 협치에 대해 큰 숙제를 가지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김 원내대표는 "개헌 선거제도 개편 을 비롯해 각종 개혁 방안들에 대해서도 지지부진한 데 우려가 많다.시스템에 의한 협치가 제도화 돼야 한다"고 말했다.

본회의에 앞서 국민의당 의총 장에서도 선거제도 개편 등에 대한 요구사항이 우회적으로 표현됐다. 발언에 나선 정동영 의원은 "대법원장이 끝이 아니라 곧바로 선거제도 개혁으로 넘어가는 것이 국민의당의 살 길이고 한국 정치의 살 길"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선거제도 개편과 개헌 등을 포함해 국민의당이 바라는 점들을 협치의 중요 고리로 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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