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대표가 지난 20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실언한 것도 어수선한 당내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그는 유엔총회 참석과 미국 국빈 방문을 혼동한 결과, 문 대통령이 미측의 홀대를 받았다는 무리한 주장을 폈다.
유엔 참석 때는 환영단을 보내지 않는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홍 대표는 반박을 내놓지 못했다. 침묵은 자신의 잘못을 시인한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당은 올해 초 새누리당 시절 당시만 해도 집권당이었기 때문에 청와대 근무 경력자가 당내 다수 있다. 이들 직원들은 홍 대표의 발언을 사전 교정해줄 수 있었고, 사후 언질을 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자신들의 당 대표가 청와대로부터 모멸에 가까운 지적을 받기까지 그 누구도 관여하지 않았다. 방관으로 일관했다는 사실은 홍 대표에게 충심을 발휘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얘기다.
홍 대표는 문제의 발언을 회의석상에서 공개적으로 말했다. 당 대표 모두 발언의 경우 사무처 직원들이 1차로 가안을 작성하는 것이 통례다. 이 정도 사실관계도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은 홍 대표가 독자적으로 작성했기 때문이란 관측이 나온다. 평소 아랫사람의 상향식 의견개진을 잘 수용하지 않는 '독고다이(특공대·단독플레이)' 기질이 작용했다는 얘기도 있다.
여전히 자신의 계파를 만들지 못한 점도 약점이다. 지역 기반이 같은 윤한홍 의원 외에 김명연, 이철우, 전희경 의원 등이 지난 대선 전후 당직을 맡으면서 홍 대표와 호흡을 맞춘 정도다. 홍 대표에 비해 대선 득표율이 낮았던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나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 등이 한 무리의 측근 의원이 있는 상황과 대조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홍 대표는 당내 최대 계파인 친박계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혁신위를 띄워 '친박 청산'을 선언하긴 했지만, 시점도 범위도 못 정한 채 박 전 대통령의 1심 판결 결과가 나오기만 기다리고 있다.
친박 의원을 상대하기 버거운 상황에서 만만한 사무처 직원들을 향해선 인사권의 칼을 빼들었다. 한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난 인사의 핵심은 3~5기 직원들을 용퇴시킨 것"이라며 "이들은 대부분 친박"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대구‧경북 출신이거나 친박계인 직원들을 대거 물갈이한 배경에 대해선 "결국 홍준표 당을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비판적인 반응을 피력했다.
사당화(私黨化) 작업에 착수한 결과 당내 여론이 안 좋게 흘러가게 됐고, 실무진의 조력을 구하기 어려운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당내에선 "홍 대표가 자기 측근 3~4명의 직원만 끼고 도는데 굳이 우리가 나설 필요가 뭐 있느냐"는 푸념이 흘러나온다.
실언과 실책이 계속 쌓일 경우 결국 손해 보는 건 홍 대표 자신이라는 여유 있는 반감도 감지된다. 한 당직자는 "보수가 후퇴한 상황이라 내년 지방선거 승부처는 수도권이 아닌 부산‧울산‧경남(PK)"이라며 "세 곳 중 한곳이라도 빼앗기면 홍 대표가 끝까지 당 대표일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