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HTC 11억달러에 인수…삼성·화웨이·소니 '초긴장'

알파벳의 자회사 구글이 대만 최대 스마트폰 제조회사 HTC를 11억달러(약 1조2467억원)에 인수한다.

21일 CNBC, 공상시보 등 외신에 따르면, 구글은 HTC의 지적재산에 대한 비독점 사용권과 개발인력을 포함한 2000여명의 직원을 인수하는 업무협력을 체결하고 11억달러를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 구글, 모토로라 매각 이후 3년 만에 하드웨어 업체 인수

HTC 회장 겸 CEO인 처 왕(Cher Wang)은 성명서를 통해 "이번 계약은 오랜 파트너십의 차세대 단계로서, 구글은 HTC 스마트폰 및 바이브(VIVE의) 증강현실(VR) 비즈니스에 대한 지속적인 혁신을 보장하면서 하드웨어 비즈니스를 공급 할 수 있게 되었다"고 밝혔다.

구글 하드웨어 부문 총괄책임자인 릭 오스텔로 부사장은 블로그를 통해 "이번 협약은 구글 이 만든 '메이드 바이 구글(Made by Google)' 제품군의 혁신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

이번 합의로 구글은 HTC의 스마트폰 및 가상현실(VR) 관련 기술과 전문인력을 대거 확보하게 됐고, HTC는 기존 제품 생산 시스템을 통해 구글의 하드웨어 핵심 생산기지 역할을 지속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HTC의 스마트폰 및 바이브 사업부문 최종 인수는 연말쯤 이루어질 전망이다.


구글이 중국 레노버에 모토로라를 매각한지 3년 만에 다시 강력한 하드웨어 제조사를 인수하는 것이어서 관련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만 비즈니스넥스트는 HTC가 최근 휴대전화 사업부문에서 심각한 부진을 겪으면서 구글과의 인수 협상이 급물살을 타는 등 합의단계에 이른 것으로 밝혀졌다며, 구글로서는 휴대전화에 필요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설계·개발·생산 시스템을 포괄적으로 갖추게 되고, HTC는 부진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 휴대전화 사업에서 무거운 부채를 덜어낼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공상시보(工商時報)는 "구글과 HTC의 협상이 최종단계에 올라섰다"며 " HTC의 VR 사업팀인 '바이브(Vive) R&D 팀' 문제가 겹쳐있어 이르면 연말까지 인수가 마무리 될 것"이라고 전했다.

HTC는 구글의 하드웨어 제조부문 핵심 파트너로 G1, 넥서스, 픽셀 폰을 주로 위탁생산해왔지만 화웨이, 샤오미, 비보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에 밀려 9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등 재무적 압박이 커진 상태였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의 추정에 따르면, HTC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10%를 차지하기도 했지만, 2011년 말 이후 2% 미만으로 추락했다.

애플과 삼성이 경쟁적으로 시장으로 넓힌데다 중국 브랜드의 거센 추격에 밀려 주로 인도와 같은 신흥시장에서 명맥을 유지해왔다. 그나마 구글이 지난 몇년 동안 넥서스와 태블릿, 픽셀의 주요 위탁생산을 맡기면서 생명선도 연장됐다.

◇ 구글의 야망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의 완벽한 통합'

구글은 애플이나 아마존과 같이 소프트웨어, 콘텐츠, 하드웨어, 네트워크, 클라우드, 인공지능(AI)를 완벽하게 통합하기 위해 강력한 하드웨어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한다.

전 세계 스마트폰 OS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안드로이드는 강력한 운영체제(OS)지만 스마트폰 제조사별로 파편화 된 UI/UX를 적용하고 있어 구글이 통일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애플처럼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핸드셋을 함께 출시 할 경우 안드로이드 OS를 통한 구글의 영향력을 더욱 강화 할 수 있다.

구글은 2016년 모토로라 CEO 출신 릭 오스텔로를 하드웨어 부문 책임자로 영입한 이래 미국 시장에서 한 때 점유율 1위를 기록했던 픽셀폰과 50만대가 팔려나간 인공지능(AI) 스피커 구글 홈, 가상현실 플랫폼 데이 드림 뷰 VR 헤드셋을 출시하며 시장의 호응을 얻어내는데도 성공했다.

구글은 첨단 인공지능과 가상현실 비즈니스를 통해 자사 소프트웨어를 보다 전문화 하면서 자체 하드웨어 기반을 강화 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이를 위해선 애플처럼 소프트웨어 기반의 하드웨어 제조 능력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HTC가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고 보고 있다.

특히 HTC는 바이브(Vive)라는 강력한 가상현실 시스템을 갖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 IDC에 따르면, 바이브 VR 헤드셋은 출하량과 시장 점유율 면에서 3위를 차지하고 있어 삼성과 소니, 페이스북과 충분히 경쟁 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

HTC는 지난해 VR 헤드셋인 'HTC 바이브'를 출시하며 오큘러스 리프트, 소니 PS VR과 함께 3대 PC 기반 VR 헤드셋 제조사로 꼽힌다. 특히 VR에서 필수적인 VR 트래킹 기술도 확보하고 있다. 구글은 PC, 스마트폰과 연동되지 않는 데이드림(Daydream) 기반의 독립형(Standalone) VR 헤드셋을 HTC와 레노버를 통해 올 하반기 내놓을 예정으로 VR 기반에서도 HTC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처럼 VR 플랫폼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는 구글 입장에서 HTC 바이브는 매력적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정상적으로 합병이 이루어진다면 구글은 전략 스마트폰 픽셀과 VR 헤드셋을 단독으로 공급할 수 있는 강력한 체인을 얻게 되는 셈이다.


◇ 한·중·일 스마트폰 제조사들 구글 전략에 '촉각'

구글과 HTC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한국과 중국, 일본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향후 변화될 시장의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점유율을 가진 삼성전자나 구글 픽셀폰을 위탁 생산하는 LG전자의 입장에서는 기존 구글과의 전략적 관계가 틀어질까 예의주시 하는 모양새다.

한국 뿐 아니라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며 삼성과 애플 턱 밑까지 쫓고 있는 화웨이 등 중국 제조사들과 자존심을 겨우 유지하고 있는 일본의 소니 입장에서는 구글의 스마트폰 하드웨어 시장 진출은 날벼락일 수 밖에 없다. 특히 삼성과 소니는 기어 VR, 플레이스테이션 VR을 갖고 있어 양면에서 직접 경쟁이 불가피하다.

블룸버그는 하드웨어 생산에 대한 통제력을 높이면 구글은 AI 음성 비서 어시스턴트와 같은 새로운 서비스 배포에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게 되고, 안드로이드 소프트웨어는 애플의 iOS를 더욱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 조사 기관 IDC의 애널리스트 라몬 랴마스는 "당신이 모든 것을 통제 할 수 있다면, 당신은 당신 자신의 운명을 더 확실하게 통제 할 수 있다"며 구글의 HTC 인수를 무겁게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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