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하루가 다르게 긴박한 미국과 유엔의 분위기와는 달리 우리나라 청와대는 한가하기 그지없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청와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엔 연설에 대해 '기존 입장과 다르지 않다', '원론적 입장을 말한 것 같다'는 논평을 하는 것 이상 아무 심각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와중에 대통령 특보와 국방부 장관은 서로 비난하며 집안싸움에 빠져있고, 통일부는 새롭게 대북 지원부서까지 만들어 대북 퍼주기 궁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원내대표는 과거 미국의 강경발언이 군사행동으로 옮겨졌던 사례들을 열거하며 문재인 정부의 대북 기조 전환을 촉구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 연설에서 '북한 완전 파괴', '로켓맨의 자살행위'라는 역대 최고 수위의 용어를 썼다"며 "트럼프의 발언은 지난 1994년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소위 한반도 제 1차 핵 위기가 발생한 이후 가장 강력한 대북 경고"라고 강조했다.
정 원내대표는 "1990년 미국 조지 부시 대통령이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에 대해 동맹국과 함께 모든 옵션을 검토하겠다고 연설하고 4개월 뒤 바그다드를 공습하는 '사막의 폭풍 작전'을 펼쳤다"며 "또 아들 부시가 국정 연설에서 대량살상 무기를 개발하는 이라크, 북한, 이란을 '악의 축'이라고 부른 후 두 달 만에 이라크 전쟁이 발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트럼프의 강경발언도) 정치, 외교적 수사를 넘어 미국의 결단을 시사하는 것일 수 있다"며 "군사적 옵션이든, 북핵과 한미 동맹의 거래든 대한민국을 불안의 구렁텅이로 몰아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전 세계가 우리의 입장을 주시하고 있다. 대북 제재와 압박 국면에서 중요 분기점이 될 것"이라며 "문 대통령이 (유엔 연설에서) 북핵 폐기를 위해 대통령의 냉정하고도 단호한 의지와 대안을 전 세계에 보여주길 바란다"고 거듭 당부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오늘 오후 제72차 유엔총회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