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여태껏 KAI 관련자들에 청구한 6번의 구속영장 가운데 단 2건만 발부돼 수사에 제동이 걸린 데다, 김인식 부사장이 이날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것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되는 김 부사장에 대해 검찰은 "조사하거나 소환 통보를 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군 출신인 김 부사장은 KAI 수출본부장과 사장 보좌역, 수출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했고 2015년 말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해 해외사업본부장이 됐다.
검찰은 아직까지 수사 선상에 오른 주요 인물은 아니었다는 입장이지만, 김 부사장의 사인 동기를 둘러싼 의문은 커진 상황이다.
KAI 관련자들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도 법원의 판단을 거치며 롤러코스터를 탔다.
지난달 1일 처음 청구한 구속영장은 부하 직원이 협력업체에서 받은 뒷돈 일부를 상납받은 혐의로 윤모 전 생산본부장에 대해 청구됐는데, 법원은 “다툼의 여지” 등을 이유로 기각했다.
이후 대출사기 혐의로 협력사 대표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발부됐지만, 유력인사들의 청탁을 받고 채용 비리를 저지른 혐의가 있는 이모 경영지원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서울중앙지검은 국정원 사이버 외곽팀 수사 관련자들의 영장 기각 상황까지 겹치자 "적폐청산이라는 검찰의 사명을 수행하기가 사실상 어렵다"며 '사법 불신'을 거론해 법원을 비난했다.
이 본부장은 하성용 전 대표의 측근이자, 경영 전반에 깊숙이 관여한 핵심인물이었던 만큼 검찰은 혐의를 추가해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했는데도, 지난 20일 밤 '고배'를 마셔야 했다.
"범죄사실의 내용, 피의자의 변소내용, 제출된 증거자료 등에 비춰 업무방해 및 책임정도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게 법원의 기각 사유였다.
그 사이 납품 장비 원가 부풀리기에 관여한 혐의가 있는 공모 생산본부장이 구속됐지만,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직원들에게 증거 인멸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 박모 상무의 영장은 기각되는 등 부침이 계속됐다.
검찰은 이날 수천억원대 분식회계를 주도하고 일감 몰아주기 대가로 협력업체 지분을 차명보유한 혐의 등으로 하 전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다.
일반적으로 수사의 정점을 겨냥해가는 검찰 수사는 측근들의 신병·진술 확보를 통해 혐의를 다진 뒤 속도를 냈다는 점에서 임원들에 대한 잇단 영장 기각이 하 전 대표의 구속 여부를 불투명하게 하는 상황이다.
검찰 관계자는 "경영비리 수사를 하는 것이니 당시 정점에는 하 전 대표가 있다"며 "기업 비리 특별수사는 가장 중요한 결정을 하는 사람에게 그 책임을 묻는다는 것이 수사팀의 원칙"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