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 상주 상무의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30라운드. 원정 경기를 앞둔 상주의 김태완 감독은 조심스럽게 이 경기의 목표를 제시했다.
이 경기는 최강희 전북 감독의 리그 통산 200번째 승리가 유력했다. 지금까지 상주는 전북과 13번을 싸워 3무10패의 일방적인 열세에 그쳤다. 앞서 올 시즌의 두 차례 대결에서도 전북은 상주에 4-1, 3-1 큰 점수 차 승리를 거둔 만큼 안방에서 승점 3점을 가져갈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상주의 생각은 달랐다. 경기 전 만난 김태완 감독은 “오늘 우리 수비는 5백”이라며 “앞선 경기에서 실점이 많았다. 실점하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다”고 단단한 수비벽을 세우겠다는 분명한 뜻을 밝혔다.
김 감독이, 또 상주가 실점하지 않겠다는 이유는 분명했다. 최강희 감독의 200승 잔칫상의 제물이 되지 않겠다는 것. 김태완 상주 감독은 “전북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최강팀이다. 하지만 최강희 감독님의 200승 상대가 우리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전반에 단단한 수비로 실점을 최소화한 뒤 후반에 최근 몸 상태가 가장 좋은 주민규를 투입해 승점 1점이라도 얻고 돌아간다는 확실한 승부수도 공개했다. 김 감독이 믿는 또 한 명은 김호남이었다. 체력이 좋아 전반과 후반 경기력의 차이가 적은 김호남이 후반 극적인 골을 넣어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김 감독의 예상과 달리 상주는 전반 33분 정혁에 프리킥 선제골을 허용하며 전반을 0-1로 끌려갔다. 하지만 후반은 완전히 상주의 계산대로 흘렀다.
전반 40분 김민재(전북)의 경고 누적 퇴장으로 수적 우위를 잡은 상주는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 투입된 주민규가 후반 15분 역습 상황에서 간결한 슈팅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그리고는 후반 추가시간 김호남이 극적인 역전골까지 꽂아 넣었다.
전북이 최강희 감독의 200번째 승리를 위해 차려놓은 잔칫상을 김태완 감독과 상주가 제대로 엎어버렸다. 상주는 창단 후 처음으로 전북을, 그것도 적지에서 짜릿한 2-1 역전승으로 승점 3점을 가져갔다. 김태완 감독은 "리그 1위를 이겼다. 남은 경기에서 자신감 갖고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이날의 값진 수확을 기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