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닷컴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캔자스시티 로열스 좌익수 알렉스 고든은 이날 8회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경기에서 올 시즌 통산 5천694번째 홈런을 쏘아 올렸다.
이로써 2017년 메이저리그는 시즌을 마치기도 전에 지난 2000년 작성된 역대 한 시즌 최다 홈런(5천693개)을 넘어섰다.
타자들의 경쟁적인 금지 약물 복용으로 메이저리그를 암흑으로 몰고 간 스테로이드 시대보다 홈런이 더 나온 셈이다.
'홈런의 해'이자 롱 볼의 신기원이 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MLB닷컴이 자세하게 분석한 내용을 보면, 올해 홈런 2개 이상 터진 멀티 홈런 경기는 이날 현재 374경기로 1999년 기록(362경기)을 이미 돌파했다.
특히 5월 31일부터 6월 27일까지 28일 연속 적어도 한 타자 이상이 멀티 홈런을 쳤다.
한 시즌 홈런 20개 이상을 친 타자도 110명에 달해 지난해 작성된 이 부문 최다 기록(111명)도 경신할 기세다.
110명 중 38명이 빅리거 선수 생활 중 처음으로 시즌 20홈런 고지를 밟았다.
홈런 10개 이상을 친 타자는 역시 역대 최다인 231명이다. 이는 최소 100타석 이상을 들어선 빅리그 전체 타자 430명의 절반이 넘는다.
올해 홈런 15개 이상을 때린 타자는 153명으로 양대리그에서 규정 타석을 채운 150명보다도 3명이 더 많다.
무더워질수록 빅리거 타자들의 방망이도 더욱 후끈 달아올랐다.
8월에만 1천119개의 홈런이 터졌다. 6월(1천101개), 5월(1천60개) 등 역대 월간 최다 홈런 1∼3위 기록이 모두 올해 세워졌다.
홈런이 올해 엄청나게 쏟아지면서 각 팀의 득점에서 홈런이 차지하는 비율도 높아졌다.
19일 현재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의 홈런 득점비율은 42.4%로 지난해 역대 최고기록(40.2%)마저 넘어섰다.
또 1913년 이래 105시즌 동안 오직 164개 팀만 시즌 팀 홈런 200개를 넘긴 상황에서 올해에만 벌써 13개 팀이 200개 이상을 쳤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198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196개), 미네소타 트윈스(194개)도 200홈런을 바라본다.
무서운 신인들이 홈런 빅뱅 시대를 개척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에런 저지(44개·뉴욕 양키스), 코디 벨린저(38개·로스앤젤레스 다저스)를 필두로 신인급 선수 9명이 홈런 20개 이상을 터뜨렸다. 이는 20홈런 이상 신인이 가장 많았던 2006년(6명)을 능가한다.
저지와 벨린저는 특히 메이저리그 역사상 같은 해에 홈런 35개 이상을 친 첫 신인 듀오라는 진기록도 세웠다.
펜스를 넘기지 않고도 발로 만드는 홈런인 그라운드 홈런(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도 18개나 나왔다. 21세기 들어 이 부문 최다인 20개(2000년)도 넘길지 주목된다.
미국 언론은 일찌감치 올해 홈런 신기록이 수립될 것으로 보고 분주히 그 원인을 분석해왔다.
각 팀 타자들이 발사 각도를 높이는 '어퍼컷 스윙'으로 뜬공을 양산하다 보니 홈런 증가로 이어졌다는 추론이 많았다.
데이터와 확률을 활용해 타자들의 타구 방향을 예측한 뒤 그쪽으로 수비를 강화하는 '시프트'가 큰 위력을 떨치자 이를 극복하려는 움직임이 타격 분야에서 일기 시작했다.
공을 띄워 강력한 직선타성 타구를 날리면 시프트를 깰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자 장타 양산을 위해 발사각도를 높이는 이론이 유행처럼 번졌다는 게 미국 언론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