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종로구 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만난 조계종 사회노동위원장 혜용(49) 스님은 마디마디에 힘을 주며 이렇게 말했다.
모든 아픔이 있는 낮은 곳으로 향하겠다며 조계종 사회노동위가 출범한 지 5주년이 됐다.
시작은 2012년 스님 5명이 총무원 한켠에 작은 책상 하나 두고 만들었던 '노동위원회'였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게 제1의 목적이었다. 스님들은 그해 가을 서울 대한문 앞에 쌍용차 희생자 분향소를 마련하고 100일간 1천 배씩 기도했다. 콜트콜텍, 삼성전자서비스, 학교 청소노동자를 위한 법회도 열었다.
혜용 스님은 2014년 9월 노동위원장을 맡았다. '세월호 참사'는 현재 진행형이었다. 고심 끝에 세월호 인양과 기간제 교사 순직 인정을 촉구하는 오체투지(五體投地·무릎을 꿇고 팔을 땅에 댄 다음 머리가 땅에 닿도록 절하는 것)를 시작했다.
"그때 참 힘들었지요. 주변 시선이 신경 쓰이거나 몸이 힘든 게 아니었어요. 아무리 외쳐도 바뀌지 않는 게 힘들었어요. 기간제라서 순직이 아니라는 게 말이 됩니까. 올해 드디어 순직 인정이 됐다는 뉴스를 보고 정말 감개무량했습니다."
또한, 미수습자 가족을 돕는 양한웅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지금도 사회노동위 실천위원 스님들이 목포신항에서 법당을 지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위원회는 2015년 12월 '사회노동위원회'로 개편된 뒤 활동 보폭을 더욱 넓혔다. 실천위원 스님 20명과 재가자 집행위원 15명이 보강된 덕분이다.
최근에는 LGBT(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성전환자) 등 성소수자들이 겪는 차별에도 주목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18회 퀴어(Queer)문화축제에 부스를 설치했다. 다음 달 21일에는 서울 은평구 수국사에서 '성소수자 초청 산사(山寺) 음악회'도 연다.
혜용 스님은 "모든 종류의 차별은 불교적 가르침에 어긋난다. 그분들을 사랑의 테두리 안에서 어루만져줘야 공동체의 일원으로 함께 살 수 있다"며 "예수님이 지향하는 사랑과 부처님이 지향하는 대자비심이 하나 될 때 사회가 더 밝아지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혜용 스님은 그러나 사회노동위원회가 비정규직 노동자와 함께한다는 초심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주에는 KTX 해고승무원 문제 해결을 위한 오체투지를 한다.
그는 "노동자와 농민도 국민이고, 경영자들도 국민이다. 몇십 년 전만 해도 최고위층과 최하위층의 자산 격차가 이 정도는 아니었다"며 "과연 불평등을 이렇게 방치해도 좋은지 자문해보자"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우리 불교가 중생이 아프면 나도 아프고 중생이 행복하면 나도 행복하다는 정신으로 더욱 사회의 아픈 곳으로 다가가겠다"고 약속했다.
혜용 스님은 1991년 청화스님을 은사로 사미계를 받았다. 용천사 주지, 보리사 주지, 운흥사 주지를 지냈으며 현재 경기도 안성 대원사 주지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