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
① "사유재산 이니까"…원장 가족도 먹여살리는 사립유치원 ② 비리로 유인하는 사립유치원 시스템…"착한 운영자만 손해" ③ 사립유치원 사태, 정치가 낳고 정치가 키웠다 ④ "고시합격한 줄" 피말리는 유치원 추첨…공공성을 찾아서 |
◇아이들 식비까지 장난…"엄마들이 알고 있는 비리도 적지 않아"
대표적인 방식은 유치원 계좌의 돈을 설립자나 원장의 계좌로 옮기거나 별도의 계좌를 만들어 아예 처음부터 개인의 쌈짓돈으로 사용하는 경우다. 감사 결과를 보면 A 유치원은 운영비계좌, 적립금계좌 할 것 없이 무차별적으로 유치원 예산을 퍼다 쓴게 5억에 달했다. B 유치원은 자기 계좌로 원비 등을 징수한 뒤 4천만원을 제외한 나머지만 유치원 계좌로 옮겼다.
쓰지도 않은 돈을 썼다고 가짜 영수증을 만드는 고전적 방식 역시 수두룩했다. C 유치원은 원아들에게 먹이겠다며 1천1백만원의 육류를 구입했다고 했지만, 정작 식단기록에선 이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사립유치원에 6살 아이를 보내는 한 학부모는 "어느 정도 떼 먹는 것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너무 부실한 식단에 화가 났다"면서 "적어도 한창 자라는 아이들이 먹는 것을 가지고는 장난을 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재료비로 싸구려 교구…고급 교구 업체는 "사립유치원과 거래는 손 꼽는 수준"
교구나 교재 구입비를 부풀려 놓고, 차액을 챙기는 이른바 '깡'도 현장에선 비일비재하다. 학부모 김신애 씨는 "엄마들이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알고 있는 비리들이 적지 않다"면서 "재료비가 8만원이라길래 '도대체 어디에 쓰이는 거냐'고 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었는데, 유치원은 묵살하고 정부당국은 '개인 권한'이라고 하더라"고 답답해 했다.
한 전직 유치원 관계자는 "교구나 교재 업체에 먼저 '깡이 되느냐'고 묻고 거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수입 라이센스나 친환경 인증제품 등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교구를 취급하는 한 교구업체 관계자는 "최근 10년 동안 사립유치원으로부터 주문을 받은 경우는 손에 꼽는다"고 설명했다. 국공립 대비 높은 수준의 교육 환경을 제공한다는 사립유치원의 민낯이다.
◇설립자 가족이 원장·원감 맡고 방과후 과정 운영까지 '만연'
설립자와 원장뿐 아니라 그들의 가족까지 보살피는데 유치원이 동원되기도 한다. D 유치원은 설립자의 휴대폰요금 5백만원을 유치원 계좌에서 지급한 것도 모자라 그의 직계가족 자동차세금 3백만원 역시 유치원 자금으로 충당했다.
E 유치원의 경우 설립자의 배우자가 운영하는 학원의 각종 비용까지 운영비 계좌에서 빼썼고, 그 액수가 2억 6천만원에 달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설립자의 가족이 원장이나 원감을 하고, 방과후 과정까지 운영하는 식이 만연했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사립유치원 측은 유아교육법과 사립학교법에 근거한 정부 당국의 감사에 대해 극렬히 저항하고 있다. 사립유치원 원장들의 모임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윤성혜 홍보팀장은 "사립유치원은 설립자의 투자금이 들어간 사유재산이고 유치원 운영은 생계형"이라면서 "법인도 아닌데 국공립과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