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서울남부지법 형사9단독 류승우 판사는 13일 임영호 전 의원의 아들이 금감원 특혜 채용되도록 한 혐의(업무방해 등)로 기소된 금감원 김수일 부원장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판결문 등에 따르면, 지난 2014년 6월 사건 당시 최수현 전 금융감독원장은 비서실장을 통해 "잘 챙겨보라"는 지시를 이상구 당시 총무국장(부원장보)에게 구두로 전달했다. 이 부원장보는 이 지시를 김 부원장과 공유하고 협의했다. 이후 김 부원장은 변호사 경력 직원을 뽑는 과정에서 서류전형 기준을 임의로 변경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인 임영호 전 의원의 아들이 채용되도록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3. 채용 비리와 뇌물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기업 한국가스안전공사 박기동 사장이 구속됐다. 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 황병호 판사는 8일 박 사장의 뇌물 수수와 업무방해에 대한 영장실질심사에서 "주요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 사장은 최근 2년동안 가스안전공사 사원 공개 채용 과정에서 최종 면접자 순위가 조작된 데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13년부터 2년동안 임원으로 재직할 당시 가스안전공사가 시공 인허가와 관리감독 권한을 가진 설비 관련 협회와 업체 등으로부터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챙긴 혐의다.
위에 소개한 사례는 최근 CBS노컷뉴스 보도 내용의 일부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자행된 공공기관·공기업 채용 비리가 사실로 드러나면서 한국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공정한 인재등용 시스템이 여지없이 무너져내린 21세기 대한민국의 현실을 두고, 조선 말기 돈·재물을 받고 벼슬을 시키던 '매관매직'에 빗댄 강한 비판이 나온다. 역사가 심용환은 18일 CBS노컷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조선 말기 인재등용 시스템의 붕괴 원인으로 "척신정치의 부활"을 꼽으며 말문을 열었다.
"조선은 정조 사후 오랜 기간 인사 문제에 시달린다. 이것에 단호하게 나왔던 인물이 흥선대원군이다. 그의 집권 10년간 상황이 다소 나아졌으나, 명성황후가 권력을 잡게 되면서 민씨 집안 인사들이 대거 등용된다. 교과서에도 나오듯이 왕의 외척들이 권력을 잡는 '척신정치'가 부활한 것이다. 고종의 경우 아버지 흥선대원군에 대한 질투심, 아버지를 극복하겠다는 의지 때문에, 무능했던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와 사이가 나쁜 사람을 등용하기도 했다. 이는 이명박 정권이 보여줬던 노무현 정권에 대한 반감, 그때 인재들을 쓰지 않겠다던 행태와 비슷하다."
당대 매관매직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로 심용환은 백범 김구의 일화를 들며 "백범일지를 보면 김구가 실제로 (관직에 진출하기 위해) 돈을 쓴다. 도저히 안 되니까 그렇게 뇌물을 써서 과거를 봤지만 또 떨어진다. 소위 약발 떨어지는 뇌물을 쓴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만의 경우도 과거시험에 여러 번 떨어져 관직 진출에 한계를 겪는다. 그런 일이 빈번했다. 이로 인해 김구 등 (주류에 편입하지 못한 인재들이) 새로운 민족주의운동을 발전시켰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사회 전반은 타락할 수밖에 없었다. 당대 매관매직을 보면 시기나 상황에 따라 관직 값이 오르내리기는 했지만, 어느 시기에 어느 관직을 얻으려면 얼마를 써야 한다는 가이드라인까지 있었다."
그는 "그렇게 관직을 산 인간들은 벌충을 해야 하니 가렴주구를 하면서 자기 몫을 챙기고 일부는 상납을 하는 식으로 갔다"며 "민중의 부담은 올라가는데, 국가는 재정적으로 점점 가난해지는 이중현상이 일어났다. 백성은 백성대로, 국가는 국가대로 갈수록 힘들어진 셈"이라고 지적했다.
◇ "대한민국과 조선왕조의 유사성…누가 왕이 되느냐에 따라 나라 전체 좌지우지"
심용환은 "그간 우리 사회가 기성세대에게 지녔던 회의감은 그들이 독재, 정경유착에 의한 권력 놀음에 빠져 공공성을 잃어버렸다는 데 있었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이러한 회의감은 지난 세기에는 경제가 활력 있게 돌아가다 보니 개인적 성공을 좇는 것으로 상쇄돼 온 측면이 있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에는 벤처기업 창업 열기가 일면서, 그 안에서 깨끗한 사업체를 도모해 보자는 데 대한 후견이 있었다. 흔히 말하는 '벤처 성공신화'로 당대 젊은이들은 그나마 숨을 쉴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러한 숨구멍조차 없다. 외환위기 이후 기성세대는 후대에 학력·돈 위주의 변태적인 가치관을 심었줬고, 젊은이들 입장에서는 강력한 저항의 힘을 갖지 못한 채 SNS 등을 통해 불만을 표출하는 형태에 머물러 왔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공공부문 채용비리로 얼룩진 지금 한국 사회와, 매관매직이 성행하던 말기 조선을 잇는 연결고리로 심용환은 '권력의 쏠림'을 지목했다. "소위 '제왕적 대통령제'로 표현되는, 대통령이 모든 주요 공공기관 인사권을 독식하고 있는 현행 구조는 부정부패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금 한국 사회와 조선왕조의 유사성은 누가 왕이 되느냐에 따라서 나라 전체가 좌지우지 된다는 점이다. 조선을 쑥대밭으로 만든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의 차이를 보자. 임진왜란은 왜군이 조선의 지역을 하나하나 점령해 왔기 때문에 전쟁이 길어졌다. 반면 병자호란에서 청나라 군은 수도 한양의 왕족을 노렸기 때문에 완벽하게 이겨버린다. 권력이 단일하게 유지됐을 때 생기는 폐단과 폐해는 왕조에서 민주공화정으로 바뀌었는데도 똑같은 패턴으로 반복되고 있다."
이어 "박정희 독재정권의 유산은 여전하다. 1970년대 유신체제는 어느 정도 극복됐지만, 앞서 1960년대 만들어진 대통령 중심제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며 "심지어 박정희 시절 중앙정보부장 김형욱은 우리나라 쌀 식량 문제를 해결한다고 이집트에 가서 종자를 구해 오기도 했는데, 이는 문익점 같은 영웅 스토리가 아니라 나라 전체가 아주 소수의 권력 집단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표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다 보니 권력자는 특정 사람들에게 신임을 줄 수밖에 없고, (신임을 얻은) 그 사람들은 권력자가 원하는 일을 하면서, 그 외에 확보한 엄청난 자율성으로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 구한말 나라가 망해가는 상황에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은 지배층의 안일함은 이를 단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인재등용 시스템의 공정성은 산하 기구·기관의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해결 될 수 없다"며 "사회적 합의에 의해 지도자의 권한에서 벗어난 시스템과 제도로 운영되는 구조로 나아가야 한다"고 내다봤다.
"대통령의 코드 인사는 어쩌면 당연하다. 손발을 맞춰야 하니까. 그러나 그 코드 인사가 전횡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사회적 합의에 있다. 우리는 지금 인사 전횡 문제를 막으려면 양심적 지도자의 등장에 기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은행 총재는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와 달리 타이완 중앙은행에는 7명의 이사가 있는데, 총통이 바뀌어도 2명 밖에는 임명할 수 없다. 지도자가 바뀐다고 해서 그것을 함부로 뜯어고칠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문화적 접근법으로는 아랫사람들이 윗사람들에게 대놓고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 심용환의 진단이다. "합리적인 이의 제기가 가능한 사회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우리 사회의 문제점은 수평적 소통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수직적·일방적 지시, 그러니까 '꼰대적' 인식에 있다고 본다. '어디서 버르장머리 없이' '나 때는 말이야" 식의 문화가 강하다. 결국 '합리적 이의 제기'가 '버릇없다'로 돼 버리는 셈이다. 이러다 보니 현재로서는 사람들이 자기 의견을 분출할 수 있는 공간이 SNS 밖에는 없어 보인다. 결국 불만에 대한 '감성적 표출'이 들끓는 현실에서 '이성적 표출'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어느 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문제의식을 직시할 수 있는 혜안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대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