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년 돌아보면..문건 실행된듯
- 연예인·아이템에 제작진도 블랙리스트
- 파업 2주째, 방통위가 나서달라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철영(MBC노조 편성제작부문 부위원장)
MB정권의 블랙리스트. 지난주에 드러난 연예인 블랙리스트가 다가 아니었습니다. 방송국 PD 블랙리스트도 있었습니다. 이른바 국정원 공영방송 장악문건이라는 게 나온 건데요. 그러니까 국정원이 MBC, KBS 등 공영방송의 간부와 PD 인사에 개입한 정황이 문건으로 확인이 된 겁니다. MBC 라디오 PD 연결을 해 보죠. MBC노조의 김철영 편성제작부문 부위원장 연결이 돼 있습니다. 김철영 부위원장님 안녕하세요.
◆ 김철영> 네, 안녕하십니까.
◆ 김철영> 사실 저희가 국정원의 노골적인 개입이 있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당시 청와대가 이런 전체적인 블랙리스트건에 대해서 직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있을 거라는 추측은 해 왔습니다마는 국가정보기관까지 동원돼서 이렇게 노골적으로 군사작전 펴듯이 공영방송을 악랄하게 장악하고 무기력하게 만들 거라고, 사실 상상하기 좀 힘들었습니다.
◇ 김현정> 상상도 못하셨어요?
◆ 김철영> 네네.
◇ 김현정> 이번에 나온 건 계획이 적힌 문건입니다. 이러이러한 방식으로 언론을 장악한다 이런 계획서인데. 이게 계획서가 그냥 계획서로만 존재했느냐, 아니면 실제로 실행이 됐느냐 이 부분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검찰도 그 부분에 대한 수사에 나서겠다고 했는데요. 어제 아마 하루 종일 분주하게 확인 작업들을 좀 해 보셨을 거예요. 실상이 어떻습니까?
◆ 김철영> 저희가 사실은 굉장히 오랜 기간에 걸쳐서 여러 단계를 조사를 한 상태였는데 전부 다 정황으로만 존재했던 것들이죠. 그런데 국정원에서 자료가 발표되면서 마지막 퍼즐 하나가 끼워지면서 전체적인 그림의 조화가 딱 이루어진 그런 상황이죠.
◇ 김현정> 문건에 나오는 그 예들하고 계획의 내용하고 실제로 실행하고 좀 몇 가지만 맞춰볼게요, 정말로 맞아떨어졌는지. 예를 들어서 2009년 12월에 엄기영 사장하고 임원들의 재신임을 묻겠다면서 일괄 사표를 냈는데 이건 현실에서 벌어진 일이죠. 이게 국정원 문건에, 어제 드러난 문건에 그대로 적혀 있는 겁니까?
◆ 김철영> 네, 며칠 전에 발표된 국정원 자료에 의하면 실제로 재신임을 묻는 방식 이런 방식으로 임원들에 대한 퇴출 혹은 사장에 대한 퇴출을 노골적으로 명시하고 있는데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진 거죠.
◇ 김현정> 벌어진 거죠. 또 그 문건에 보면 경영진뿐만 아니라 일선 PD들 인사에까지 세세히 개입한 정황들이 쭉 드러나는데. 2010년에 한 PD가 다큐멘터리 작품을 방송대상에 출품을 했는데 수상 후보에서 탈락시키도록 요청을 했다. 이런 일들이 실제로 있었습니까? 아니면 문건에만 지금 적혀 있는 겁니까?
◆ 김철영> 저희가 추정하기로는 그 두 작품은 아마 2010년도 최승호 PD가 만든 PD수첩 '검사와 스폰서편' 그거 굉장히 유명한 검사들의 민낯을 드러낸 작품이죠.
◇ 김현정> 기억납니다.
◆ 김철영> 네네. 그 작품이랑 그리고 김진만, 김현철 PD의 공동작품인 아마존의 눈물. 이 두 작품이 아마 방송대상 후보로 올랐던 것 같은데 이 작품이 둘 다 세간의 평가가 무색하게 완전히 수상 대상에서 빠지거든요. 그래서 아마 이 두 작품이 국정원에서 배제시키라고 한 두 작품이 아닌가 저희는 추정을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경영진에 대한 사례, 일반 직원들에 대한 사례 이런 것들이 문건에 적혀 있었는데 이 시점을 기점으로 해서 정말로 MBC 같은 경우에 내부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까? 어떻게 달라졌어요?
◆ 김철영> 문건에 나오듯이 장악이 아주 장시간에 걸쳐 진행되었기 때문에요. 저희들이 지난 9년 전부터 지난 파업 직전까지 올 초의 상황까지 쭉 시기적으로 보자면요. 저희끼리는 아우슈비츠라는 비유를 스스럼없이 쓸 정도의 상황까지 갔었다, 가 있는 상황이었다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김현정> 아우슈비츠요?
◆ 김철영> 네네.
◇ 김현정> 유태인 학살하는 그 아우슈비츠?
◆ 김철영> 예를 들면 이 모든 과정이 끝난 시점에는 서로가 서로를 불신하고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고 누가 누구를 경영진과 결탁이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이런 상황까지 간 거죠. 이런 과정이 그런데 하루아침에 벌어진 게 아닙니다. 블랙리스트 같은 경우도 이 문건이 경영진에게 전달되고 나서 바로 당일 실행되고 모든 방송인들이나 MBC 구성원들이 바로 배제되고 이런 게 아닙니다. 예를 들면 김미화 씨의 퇴출 같은 경우에는 최근에 저희 노동조합에서 조사한 바로는 2년이 넘는 기간을 통해서 4차례 시도 만에 퇴출됩니다.
◇ 김현정> 김미화 씨가 하던 그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 김철영>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왜 그렇게 오래 걸렸을까요. 김미화 씨의 퇴출은?
◆ 김철영> 당시 청취율도 굉장히 높았고. 광고 같은 경우에도 소위 연계판매라고 해서 광고주들의 선호가 굉장히 높은 프로그램이었거든요. 그러니까 라디오 PD들이 오로지 경쟁력 측면에서 진행자를 지키려 조직적으로 싸워왔던 거죠. 그러니까 경영진들이 김미화 씨를 퇴출하고 싶었어도 퇴출하기가 쉽지 않았던 거죠.
◇ 김현정> 그래요. 그러니까 장기간에 걸쳐서. 김미화 씨 같은 경우도 그러니까 사실은 그렇게 청취율이 높은 프로그램의 진행자를 퇴출시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 하다 만 게 아니라 자그마치 2년에 걸쳐서 결국은 퇴출시키고야만, 목적을 달성하고야만 이런 과정들이 있었다는 말씀이시네요?
◆ 김철영> 네네. 그리고 연예인들에 대한 퇴출 작업이 거의 이루어지고 나서는 내부 인사 그리고 아이템 자체에 대한 블랙리스트가 작동을 시작합니다. 가령 대부분의 시사프로그램 혹은 뉴스 프로그램에서 세월호, 위안부 협상 이런 단어들 자체가 아예 금기어처럼 돼버리고 그리고 그다음에 내부 인사들에 대한 캐스팅에 대한 블랙리스트가 벌어지고요. 내부 인사들에 대한, 캐스팅에 대한 블랙리스트가 완전히 장악되고 나서는 서로가 서로를 불신하고 감시하는 이런 사회로 만들어버린 거죠.
◇ 김현정> 내부 인사 블랙리스트라고 하면 아나운서들, 내부의?
◆ 김철영> 파업 참여가 적극적이었던, 파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아나운서들. 그리고 기자, PD, 아나운서, 엔지니어, 경영인... 이런 회사 구성원들을 주력 업무에서 배제하고 유배지라고 불리는 곳으로 강제 발령을 낸다든지 이런 일들을 쭉 계속 몇 년에 걸쳐서 한 거죠.
◇ 김현정> 그것이 이번에 국정원 공영방송 장악 문건을 통해서 다시 한 번 확인이 된 겁니다. MBC노조의 김철영 편성제작부문 부위원장 지금 만나고 있는데요. 그나저나 지금 파업 시작한 지 2주째, 오늘로 2주째가 된다고요?
◆ 김철영> 네네.
◇ 김현정> 파업 때문에 주요 프로그램들 다 결방되고 라디오에서는 음악만 24시간 흘러나오고. 라디오 PD가 듣고 있자면 참 속이 많이 아프실 것 같아요.
◆ 김철영> 네, 아주 참담합니다. 라디오 제작진이시니까 아마 다른 누구보다 더 같은 심정이실 텐데요.
◇ 김현정> 그러니까요.
◆ 김철영> 텔레비전으로 비교하자면 이건 일종의 비상 영상, 동물들만 나오는 그런 거 아시죠. 국민의 공공재인 전파를 멈출 수는 없으니까 이런 상황이 이어지지만 이 모든 상황의 최종 책임자들인 경영진이 빨리 물러나고 정상적인 방송이 나오기를 저희는 사실 마음으로 기원하고 있을 뿐입니다.
◇ 김현정> 그런데 지금 김장겸 사장과 경영진들 사실은 끝까지 우리도 가겠다, 이런 자세 아닙니까? 자세가 변함이 없는 것 같던데요.
◆ 김철영> 네, 아마 그런 자세를 견지하고 있는 걸로 압니다만. 그래도 지난주 방문진 이사가 사퇴했듯이 일부 책임감을 느끼는 방문진 이더사들이 자진사퇴를 하거나. 아니면 저희가 바라는 대로 방송통신위원회가 가진 권능으로 방문진에 대한 특별 사무감사를 실시하고. 그리고 그 결과로써 MBC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을 법적으로 갖고 있는 방문진의 감독기능 해태를 이유로 빠른 책임과 문책이 있어야 이 상황이 해결되는 것이 아닌가라고 저희는 지금 판단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방통위가 그러면 좀 개입을 해야 될 시점이라고 보시는 거예요?
◆ 김철영> 이런 경우에는 사실 이렇게까지 방송이 파행이 되고 국민들이 지지를 얻지 못하고 국민들에게 신뢰를 떨어뜨린 이런 경영진들에 대한 책임을 사실 엄중하게 방통위가 지금 단계에서 물어야 되는 것이 아닌가라고 저희는 강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야당 쪽에서는 지금 여당 그러니까 정권의 방송 장악 음모가 지금 펼쳐지고 있다, 민주당에서 문건 나온 거 봐라. 이건 뭔가 음모다, 장악 음모다 이런 얘기까지 하고 있기 때문에 방통위가 선뜻 파업에 개입하는 게 결정하는 게 이게 쉽지 않아 보이는데요.
◆ 김철영> 방통위가 부담을 가질 수는 있습니다마는 저희는 일단 그렇게 주장하는 일부 야당 세력에게는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이런 말을 정말 그들에게 저는 하고 싶습니다.
◇ 김현정> 무슨 말씀이실까요?
◆ 김철영> 이번에 여러 차례 드러난 국정원의 자료만 보더라도 이들이 얼마나 치밀하게 지난 9년 동안 공영방송을 장악하고 무기력하게 만들고 국민들에게 신뢰를 떨어뜨려서 궁극적으로는 민영화까지 시키려고 했다는 시나리오가 이렇게 밝혀진 상황인데.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 수 있을 것인지 타개용으로 (여당에서) 만든 종이 문건을 가지고, 방송 장악 음모라면서 지난 9년간의 자기 자신들의 방송 장악 음모를 덮으려는 이런 시도가 정말 적반하장이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고요. 진보, 보수 문제 혹은 정파, 당리당략의 문제가 아니라 상식과 비상식, 양식과 비양식 그리고 헌법정신과 반헌법적 태도 간의 싸움이라고 저희는 판단합니다.
그래서 말씀드린 것처럼 국정원에서 이 사안으로 검찰에 고발한 것은 시기적으로 대단히 아쉽지만 잘된 일이라고 생각하고요. 아울러 국정원에서 지난 9년간의 방송, 공영방송 장악에 대한 전체 문서에 대해서 당장 공개를 해 주시기 바라고 그럼으로써 전체 언론 장악 시나리오와 그 실행자들 그리고 부역자들에 대한 법적 처벌이 이루어지기를 저희는 바라고 있습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방통위가 이제는 좀 개입해 달라. 국정원에서 언론 장악 문건이 나왔다는 것 문건으로써 다시 한 번 확인됐다는 것 MBC노조 입장 통해서 들어봤습니다. 오늘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철영> 안녕히 계세요.
◇ 김현정> MBC노조의 김철영 편성제작부문 부위원장, 만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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