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는 열흘 동안 이어지는 추석 명절 연휴가 오히려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올여름 내내 이어진 비로 사실상 실업자나 다름없었던 건설근로자 최모(46)씨.
지난봄에 석 달 동안 몸이 부서져라 일하고도 아직까지 4천만 원에 달하는 임금조차 받지 못했다.
추석 명절은 점점 다가오고 있지만 당장 '일감 공백'부터 걱정해야 형편에 유난히 길어진 연휴를 탓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최 씨는 "긴 추석 연휴에 돈이 없어 고향에도 못 가고 일거리도 없어 정말 막막하다"며 "봄에 일하고 받지 못한 임금이라도 추석 전에 꼭 받았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문제는 상당수의 건설현장 노동자들이 비슷한 처지에 몰리면서 일감 공백과 체불임금 걱정으로 열악한 건설 현장을 떠나지도 못하는 악순환까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건설노조 충북건설기계지부의 한 관계자는 "근로자들이 추석 전에 어떻게라도 돈을 더 마련하려고 무리해서 일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돈을 못 받을까 봐 조건이 안 좋아도 일터를 옮기지 못한다"며 "그동안의 밀린 돈을 어떻게든 추석 전에 해결해보려고 노조 차원에서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가 않다"고 말했다.
18일 건설근로자공제회 산하 건설근로자 취업지원 청주센터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두 달 동안 건설근로자 취업지원 청주센터가 일자리를 연결해 준 구직자는 하루 평균 10명 안팎에 불과했다.
이는 평소와 비교하면 1/6에 불과한 것이다.
건설근로자 취업지원 청주센터 관계자는 "올해 여름에는 건설근로자들이 거의 일을 못 했다고 보면 된다"며 "유독 비가 많이, 또 자주 내리면서 일감 자체가 없다가 9월 들어서야 조금씩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지난해 정점을 찍었던 충북지역 전체 체불임금은 큰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지난 두 달 동안 유독 건설 노동자의 체불임금만 오히려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 사태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이 기간 충북지역에서 임금이 체불된 건설 노동자는 모두 411명에 달해 지난해보다 40% 가까이 급증했다.
특히 전체 체불임금 13억여 원 가운데 건설업이 8억 2천여만 원으로 무려 60%를 넘어서면서 18%에 불과했던 지난해보다 건설업계 비중이 크게 늘었다.
임금조차 받지 못한 채 일감 공백을 걱정해야 하는 건설현장 노동자들에게는 어느때보다 긴 추석 연휴가 달가울 수만은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