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김 후보자 인준안 처리가 지연 또는 무산될 경우 '사법부 수장 공백이라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라는 청와대와 여당의 우려에 인식을 같이함으로써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됐다.
김수민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는 김이수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준안 부결과 관련해 저급한 단어와 독설로 국민의당을 맹비난했다"며 "부결 당시 국민의당 의원들이 포옹하고 환호했다는 거짓말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의 말대로 24일 전에 새로운 대법원장 선임 절차가 끝나지 않으면 사법부 수장 공백이라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말해 여권의 시각에 일부 동의의 뜻을 나타냈다.
김철근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문 대통령의 입장 발표를 '압박'이라고 표현하면서도
"귀국 후 안보와 현안문제 논의를 위한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담은 환영한다"고 밝혔다.
안보 관련 회동은 안철수 대표가 제안한 것으로, 청와대가 안 대표의 제안을 받아들인데 대해서는 화답을 한 것이다.
국민의당은 문 대통령의 입장이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해진 것은 불만스럽지만, 어쨌거나 대통령이 협조를 호소하는데도 반대를 고집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분위기다.
헌재소장에 이어 대법원장까지 낙마하는 '사법수장 공백이란 초유의 사태'의 책임을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대신 덤터기 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입장문까지 발표했는데, 계속 반대 입장을 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당내 기류를 전했다.
이와 관련해 박지원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현재의 여야관계는 예측불허"라며 "그래서 대통령께서 야당 대표들과 필요인사들께 전화와 면담을 통해 설명하시고 협력을 구하시라고 청와대와 민주당 고위관계자들께 충언한바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그러면서도 박 전 대표는 "대통령님과 사법개혁의 성공을 위해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보다 자세를 낮추고 야당과 소통하는 성의를 보일 경우 협조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