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의 전술핵 재배치 요구에 미국 국무부는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고수하며 반대했지만 미국 의회와 학계에서는 긍정적 신호를 읽었다는 것이다.
한국당 북핵위기대응특위는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같은 내용의 방미 결과를 설명했다. 앞서 한국당 이철우·윤영석·강효상·백승주 의원 등은 미국 조야에 전술핵 재배치를 설득하러 간다며 지난 13일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2박 4일간의 일정을 소화했다.
북핵대응특위는 "방미단은 이틀간 국무부, 의회 상원, 미국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 등 고위급 인사들을 고루 만났다"고 밝혔다. 특위는 조셉 윤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엘리엇 강 차관보 대행, 코리 가드너 상원 외교위 동아태소위원장, 댄 설리번 상원 군사위원, 헤리티지 재단의 에드윈 퓰너 이사장 등을 만났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당 방미단은 미국 고위급 인사들을 만나 "국민의 70%가 전술핵 재배치를 요구하고 있고, 60%의 국민들은 전술핵 재배치가 안 되면 독자핵무장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말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국당은 전술핵 재배치를 당론으로 정하고, 국민 1000만 명 서명운동도 전개하고 있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그러나 정작 방미단은 "미국 국무부의 입장이 바뀐 것은 없다"고 밝혔다.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미 국무부는 도리어 한국당 의원들에게 "핵우산을 믿어달라"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핵대응특위 측은 "미국 국무부에서는 우리 한국의 우려는 이해하지만, 미국이 아직 비핵화 원칙을 견지하고 있고 역내 긴장 고조에 대한 우려로 인해 전술핵 재배치에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당은 "미국이 한국 방어에 대한 흔들림 없는 의지와 책임을 강하게 언급했다"며 방미 결과에 대해 긍정적인 평을 내놨다. 또 엘리엇 강 국무부 차관보 대행이 틸러슨 장관에게 한국당의 요구를 잘 전달하겠다고 말한 점, 상원 의원들이 미국 국무·국방장관은 물론 백악관의 맥 마스터 국가안보보좌관과 최고위층에게까지 한국의 우려를 전달하겠다고 약속한 점 등을 들어 '전술핵 외교에 시동을 거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철우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 상원의원과 헤리티지 재단은 (전술핵 재배치 주장을) 깊이있게 받아들이면서 검토해보겠다고 했다"며 "미국 공무원들은 공무원답게 '전술핵 재배치가 (과연) 필요하느냐'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민주당 김현 대변인은 이를 두고 "한국당이 방미 성과로 '전술핵 배치 설득에 실패했다'고 자인하는 황당한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특히 한국당의 방미가 '국가 안보를 지방선거운동 전술로 이용하는 전형적인 구태정치의 일환'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한국당이 "미국 정계와 국제 사회의 '핵확산 방지'라는 상황과 변화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전술핵 재배치를 해달라고 미국에 애걸하는 치기어린 행동은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국가 안보를 국내정치용이자 무책임한 심리전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한국당은)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