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토크②] 신문선 "축구협회 '불량품 만드는 공장'…총사퇴로 개혁해야"

"국민들이 축구에 대한 권리 요구할 적기"

신문선 축구연구소 소장.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국가와 민족이 어려울 때도 축구는 했다. 축구는 우리에게 꿈을 줬다. 그게 바로 스포츠다."

신문선 축구연구소 소장은 썩고 부패한 한국 축구의 대개혁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CBS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대한축구협회는 '불량품을 만드는 공장'으로 전락했다"며 "정몽규 회장 집행부의 총사퇴로 대한민국 축구 개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최근 경찰 수사 결과를 통해 밝혀진 전·현직 임직원들의 배임과 횡령 등으로 형사처벌 받은 사건에 대해 협회의 대청소 만이 한국축구의 살길이라는 해법을 제시했다

더욱이 경찰 처벌에 관련해 협회 홈페이지를 통해서만 슬쩍 사과문을 발표해 '꼼수 사과'라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신 소장은 대표팀의 경기력 저하 또한 협회의 무능한 행정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강조했다. 그는 "축구는 세습의 도구가 아니다. 온 국민의 문화적 콘텐츠다. 한 나라의 문화를 웅변할 수 있는 중요한 문화재다"라며 "이제는 국민들이 축구에 대한 권리를 요구할 때가 됐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신문선 소장과 일문일답

▶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 의사는 이미 대한민국 축구에 암 말기임을 선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화제를 먹고 밴드를 붙이며 순간순간 위기를 모면하는 그런 처방을 내려왔다. 크고 작은 사건이 터지면 감독 뒤에 숨고 정작 책임을 져야 할 행정가들은 커튼 뒤에 숨었다. 한국 축구는 회전문 인사로 비판 받았다. 부패의 중심에 그들이 있었다.

축구는 국민적인 중요한 콘텐츠인데 그동안 불량품을 만들어왔다. 축구협회는 '불량품을 만드는 공장'이 된 셈이다. 축구계에서 현대가(家)의 장기 집권이 이어지다 보니 일탈이나 비도덕적인 부분도 당연시하고 그냥 넘어가는 게 현실이다. 이번에도 슬쩍 넘어가려 하고 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에게 책임을 전가했고, 신태용 감독으로 바꾸면서 자신들의 치부를 숨기기에 급급했다. 그리고 국민들은 이러한 부도덕속에 또 속을 상황에 놓였다.

울리 슈틸리케 전 축구대표팀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이러한 문제가 대표팀의 경기력에도 문제를 끼쳤나?

= 맞다. 슈틸리케의 경우 최종예선 중간에 경질할 골든타임이 있었다. 골든타임을 놓친 것은 축구를 모르는 정몽규 회장의 우유부단함이었다. 이러한 결점이 국가대표팀의 경기력에 악영향을 끼쳤다. 불량품을 만드는 공장으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국민들도 이 부분에 대해서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축구 산업을 논하는 것은 한마디로 코미디다.

세계 스포츠를 주도하는 미국에서 쏟아진 논문에서 프로스포츠 산업에 대해 얘기할 때 '프로스포츠는 이미지를 먹고 산다'고 한다. 이미지는 곧 브랜드 파워다. 그러나 한국에서 축구라는 이미지는 부정부패한 집단, 세습, 무능력, 승부 조작, 심판매수, 프로구단 만성 적자 등의 키워드가 국민들에 각인돼 있다.

결국은 협회가 수입을 창출하지 못하면 능력 있는 지도자를 데려오지 못한다. 외국인 감독을 데려올 때 시스템을 갖춰야 성공 확률을 높이는 데 이런 부분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슈틸리케 감독에게 약속한 수석코치 보강도 하지 못한 것은 이에 기인한다.


▶ 축구협회에 가장 필요한 처방은 무엇인가?

= 축구협회 집행부는 총사퇴해야 한다. 한국 축구가 죽음의 단계까지 온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축구협회 후원사가 2006년에는 14개였다. 그런데 2015년에는 11개로 줄었다. 올해는 9개로 더 줄어들었다. 관중과 스폰서가 줄어드니 축구협회의 손실도 커졌다.

정몽규 회장의 2013년 축구협회장 공약 사항 중 하나가 축구 산업의 확장이었다. 당시 협회의 축구 매출은 1천억원대였다. 이를 3천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작년과 재작년은 적자였다. 국가대표팀 경기도 관중이 줄고 시청률이 덜어지고 있다. 한국 축구는 협회의 무능과 부패로 깜깜한 터널에 갇혀있는 실정이다.

최근 불거진 전·현직 임직원들의 법인카드 사용은 해외 톱뉴스로 나올 법한 이야기다. 그런데 이것 또한 흐지부지 넘어갔다. 홈페이지에 달랑 사과문 하나 올리는 꼼수를 부린 축구협회다.

▶ 일련의 사태들이 한국 축구를 병들게 했다는 얘기인가?

= 한국 축구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학교 축구부터 대학, 실업 등 아마 축구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선수를 하겠다는 학생도 줄고 있고 학무형들도 늘어나는 비용을 부담스러워한다. 이 사태가 지속된다면 각급 연령대별 선수들의 경기력이 추락하고 3~5년 뒤에는 축구 대표팀의 경기력으로 연결된다.

프로축구 역시 시·도민 구단은 심각한 정치적 문제로 혼돈에 빠져있고 기업형 구단들은 재정적 문제로 구단 운영 예산이 축소·위축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명품의 축구 경기를 만들 수 없고 재미 또한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방송도 외면한다.

한국 축구가 아시아 일류에서 이제는 이류, 삼류로 추락하고 더 나아가 축구 변방으로 밀려나고 있는 현실이다. 한국의 꿈나무들이 일본, 중국으로 갔다가 거기서 절반 이상이 부러져서 선수 생명이 끝나는 경우도 있다. 이런 현상은 축구협회가 비전이 없고 행정을 잘못해 벌어진 일이다. 그런데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것이 협회의 이유다.

이탈리아는 세계 축구 시장의 엘도라도였다. 마라도나 등 당대 최고의 스타들이 모두 모인 무대였다. 이런 이탈리아 축구가 영국, 독일에 축구 시장을 뺏긴 이유가 바로 부정부패 때문이다. 세금 문제 등 적잖은 잡음으로 인해 추락을 거듭했다.

우리나라 프로축구도 마찬가지다. 부정부패는 물론 구단들의 재정악화와 비롯해 사건·사고가 적잖았다. 스포츠의 가치 중 가장 높은 것이 공정성이다. 그런데 이것조차도 돈으로 사고팔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0
▶ 현대가가 축구에서 손을 떼면 한국 축구가 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잖다

= 축구를 사랑하는 국민들에 꼭 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 '정몽준-정몽규 전·현 회장이 대한축구협회에 단돈 1원도 찬조하지 않은 사실을 아느냐'고 전하고 싶다.

내가 믿는 것은 축구를 사랑하는 국민이다. 축구는 정씨 일가의 세습 도구가 아니다. 축구는 온 국민의 문화적 콘텐츠다. 한 나라의 문화를 웅변할 수 있는 중요한 문화재다. 근데 한국 축구는 거짓말과 승부 조작, 부정부패가 만연하다. 이에 대한 심판은 축구협회의 자정으로는 기대할 수 없다. 또 회전문 인사를 거듭할 것이다. 책임추궁은 국민이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보겠다. 스페인은 독일과 프랑스에 비해 모든 국가적 지표가 떨어진다. 그런데 스페인은 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라는 팀을 바탕으로 국격을 끌어올리는 국가적 전략을 펼치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도 적자다. 근데 도산되지 않는다. 축구 자체가 국가의 이미지를 버텨주는, 다른 국가들과 경쟁할 수 있는 자원이 된 것이다.

이제는 월드컵에 나가서 지고 이기고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축구가 국격을 이렇게 떨어트리고 있다. 이제는 국민들이 축구에 대한 권리를 요구할 때가 됐다.

▶ 총사퇴한다면 차기 집행부를 어떻게 꾸려야 하나?

=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대한체육회, 정부 등과 협의를 통해 사고단체로 지정해 투명하고 깨끗하고, 능력 있는 축구 전문 행정가를 뽑는 선거로 새로운 집행부를 꾸리면 된다. 이러한 개혁의 선례는 촛불 혁명이 이미 보여줬다.

국가와 민족이 어려울 때도 축구는 했다. 축구는 우리에게 꿈을 줬다. 그게 바로 스포츠다. 하지만 지금 축구가 가진 이러한 가치가 너무 많이 손상됐다. 그런데 체육인들, 학자들이 여기에 침묵을 지킨다는 것은 정말 아니라고 본다.

타이거 우즈는 미국을 대표하는 가장 큰 스타였다. 그러나 좋지 않은 일탈로 인해 추락했다. 미국인들은 그가 다시 재기할 거라 믿었다. 하지만 또다시 무너졌다. 한국 축구가 그러하다.

축구를 이렇게 만든 사람들을 물러나야 한다. 한국 축구는 이미 스스로 일어날 힘을 이미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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