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대표는 이날 마침 북한이 쏘아올린 중거리탄도미사일(IRBM)과 문재인 대통령의 인도적 대북지원 추진을 엮어 정부를 성토하는 데 주력했다.
그는 "오늘 새벽 북한이 또 폭죽놀이를 했다"며 연설의 운을 뗐다. 이어 "이 정권 들어와서 핵 실험을 1번 하고, 미사일을 10번이나 도발을 했다"면서 "그런데 문 대통령이 뭐라고 했느냐? 북한에 800만 달러를 지원하겠다, 전술핵 배치를 안 하겠다, 그런 얘길 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홍 대표는 인도와 중국이 국경지대에서 재래식 무기 대신 돌을 던지는 투석전(投石戰)을 벌인 사례를 소개하며, "두 국가 모두 핵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전쟁이 안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논리는 "핵에는 핵으로 대항하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는 것"이란 주장으로 귀결됐다. 전술핵 재배치가 없는 한 우리가 북한의 '핵 인질'로 남을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주장은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촉구하는 쪽으로 이어졌다. 홍 대표는 "인도가 핵을 개발했을 때 파키스탄도 NPT 탈퇴를 선언했다"며 "우리도 NPT에서 탈퇴하고, 핵 개발할 수 있는 핵 물질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홍 대표는 청와대가 북한의 지난 단거리 미사일 도발을 방사포라고 주장했던 사례를 거론하며, "미국과 일본이 정보를 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른바 '문재인 패싱(배제)'을 부각시킨 것으로 자신이 미국을 설득해 지난 1991년 제거된 전술핵을 재배치하는 외교를 펼치겠다고 했다.
홍 대표의 수위 높은 발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군중들은 '홍준표'를 연호했다. 이날 집회가 열린 대구 반월당 동아쇼핑 앞거리엔 약 2~3천 명의 인파가 몰렸다.
그러자 홍 대표를 지지하는 인사들이 "자유한국당이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겠습니다"라고 적힌 대형 플랜카드를 머리 위에 들어올려 이들의 주장을 가로막았다.
"앞을 막지마라", "반대하는 측은 인파에서 빠지라" 등 최 의원 측과 홍 대표 측의 주장이 맞부딪히면서 양측이 잠시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 의원 측이 20~30명에 그치는 등 머리 수에서 밀려 큰 충돌이 일어나진 않았다.
하지만 군중 중 다수는 여전히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듯 보였다. 홍 대표에 앞서 연단에 올랐던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문 대통령이 펴는 외교‧안보 정책을 보니, 박 전 대통령이 더 잘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박근혜를 석방하라!"고 소리 지르자 군중들은 한때 "박근혜"를 연호하기도 했다.
집회에 참석한 시민인 유모(여‧57)씨는 CBS노컷뉴스 기자와 만나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된 것만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진다"면서도 출당 조치에 대해선 "새로운 반석을 세우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고 털어놨다.
당초 이날 집회에 앞서 탄핵 반대 세력인 이른바 태극기 부대가 등장해 홍 대표에 반발하는 맞불집회를 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경찰 병력이 다수 배치되는 등 긴장이 흐르기도 했다. 그러나 대한애국당 조원진 의원 측은 16일 오후 2시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 인권유린 중단 및 무죄석방 촉구 태극기 집회'를 열겠다며 홍 대표 측과의 충돌을 일단 피해갔다.
홍 대표가 혁신위의 출당 권고를 통한 '친박 청산'에 나서면서 친박계와 강하게 부딪힐 것이란 전망이 있었지만, 양측은 정면충돌은 자제하는 모습이다.
이 같은 기류에 대해 집회에 참석한 한 재선 의원은 "대세는 홍 대표 쪽으로 기울었다. 만약 최 의원의 반발이 먹혔으면 그의 지역구가 속한 경북 의원들이 불참해야 하는데 다들 참석하지 않았느냐"며 되물었다.
이날 집회를 주관한 대구시당의 위원장인 김상훈(서구) 의원을 비롯해 대구에선 추경호(달성군), 곽대훈(달서갑) 의원 등이 집회에 참석했다. 경북지역에선 도당위원장인 김재원(상주‧군위‧의성‧청송) 의원이 참석했고, 박명재(포항남‧울릉)‧김정재(포항북)‧김석기(경주) 의원 등도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