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방송인 김미화
국정원 개혁위원회가 지난 11일 밝힌 이른바 '블랙리스트'가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10년, 'KBS에 블랙리스트가 있다'고 폭로했던 방송인 김미화도 물론 '국정원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었다. (관련기사 CBS노컷뉴스 17. 9. 13. MB블랙리스트 김미화 "생방송 중 대본검열…국정원이었나")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 이하 새노조) 파업뉴스팀은 김미화, 진중권, 이외수 등 MB 정부 이후 KBS에서 방송 관련 불이익을 받았던 이들과의 인터뷰를 15일 공개했다.
김미화는 지난 2010년 4월 3일 방송된 KBS2 '다큐3일-장사동 기계공구 골목' 편의 내레이션을 맡았다. 당시에도 김인규 사장이 임원회의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내레이터가 잇따라 출연했다'며 문제삼았다고 알려진 바 있다.
그해 7월 6일 김미화는 트위터에 "KBS 내부에 출연금지 문건이 존재하고 돌기 때문에 출연이 안 된답니다"라며 블랙리스트를 언급했고, 같은 날 KBS는 '명예훼손' 혐의로 김미화를 고소했다.
김미화는 'KBS 블랙리스트' 언급 이후, 이정봉 당시 보도본부장이 '(김인규) 사장님이 진노하셨다. 사장님 화를 풀려면 미화 씨가 들어와서 사장님께 사과하라'고 했으며, 보도본부장 아래에 있는 간부 한 명도 '김미화 씨는 좌냐 우냐 좌면 우쪽으로 붙어라'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줄곧 KBS에 출연하지 못했던 김미화는 2015년 'TV 책을 보다' 출연이 무산될 뻔했던 일화도 전했다. 당시 교양국 간부가 '김미화는 좌파가 아니냐, KBS에 악감정이 있는 것 아니냐'며 출연을 막으려고 했다는 게 제작진 설명이다.
김미화는 교양국 간부들을 만나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저는 악감정이 없다. 저는 빨갱이가 아니다"라고 하고 나서야 겨우 출연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TV 책을 보다' 제작진은 100회 특집에 경제학자 정태인 씨를 출연시키려고 했으나, 윗선에서 정치 성향을 문제삼아 무산시켰다고 말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가을개편 후 2009년 1월 갑자기 종영한 'TV 책을 말하다'가 끝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당시 지상파 유일의 책 전문 프로그램이었던 'TV 책은 말하다'는 갑작스런 폐지 후 인터넷에서 부활 청원이 벌어질 정도로 사랑받았던 바 있다.
진 교수는 "높으신 분이 그 프로그램 보다가 '왜 이 프로그램은 좌파가 이렇게 많이 나와?' 그 말 한마디에 폐지됐다는 얘기를 관계자 통해서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작가들 선에선 모르니까 섭외가 왔다가 중간에 흐지부지되거나 '죄송하게 됐다' 이렇게 된 경우가 몇 건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KBS 사측은 "프로그램 노후화에 따른 대체 프로그램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 어떤 정치적인 의도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밖에도 새노조는 가수 윤도현은 고대영 현 사장이 보도본부장일 당시 '시사기획 창' 해설자로 섭외됐다가 취소된 적이 있었다고 전했다.
한편, KBS-MBC 정상화 시민행동(돌아오라 마봉춘 고봉순, 돌마고)은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내곡동에 위치한 국가정보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B 정부의 국정원 블랙리스트 원본 문건을 모두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시민행동은 △2009년 9월 청와대 기획관리비서관이 '좌편향 방송PD 주요 제작활동 실태' 파악을 국정원에 지시한 점 △2010년 3월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 방안' 문건이 만들어진 점 △2010년 5월 청와대 홍보수석이 'KBS 조직개편 관련 좌편향 인사 여부' 파악을 국정원에 지시한 점 등을 들어, '국민 알권리'를 위해서라도 국정원은 전체 문건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