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의 의뢰를 받아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유권자 152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66.8%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취임 100일을 전후로 잠깐 반등하기도 했던 70%대의 높은 지지율이 지난 주를 고비로 60%대로 떨어진 것이다.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도 26.8%까지 올랐다.
리얼미터 측은 북한 핵실험으로 촉발된 안보 위기감과 잇따른 인사 논란이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물론 문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 비율은 여전히 모든 지역과 대부분의 연령층에서 높게 나타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지난 대선 득표율이 41%였던 것에 비한다면 국민들로부터 고른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다.
다만 취임 이후 완만하게 하향 곡선을 그렸던 지지율이 가랑비에 옷 젖듯 어느 순간 60%대 중반으로 추락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민심과 여론은 시류에 따라 변하는 만큼 지지율 등락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지지율이 민심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지표라는 점에서는 마냥 무시할 것은 아니다.
대통령의 국정 리더십을 평가하는 여러 척도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을 상징했던 '고공 행진'이라는 말이 얼마 전부터 사라졌다. 이것은 국정 운영에 삐거덕거리는 소리가 나고 있다는 '이상 신호'인 것이다.
문제가 생긴 곳을 제대로 점검하고 바로 수리해야 한다. 때를 놓치면 더 큰 위기가 닥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말썽 많은 인사논란부터라도 바로 잡아야 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김이수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를 포함해 6명이 낙마한 사태를 그냥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인사 추천과 부실 검증의 책임을 따져 묻고, 인사시스템도 대폭 손질해야 하는 것이다.
여당에서조차 '부적격' 판정을 받은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거취 문제를 두고서도 청와대가 시간을 끄는 모습은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일단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박 후보자의 임명을 보류했다. 그러나 박 후보자가 자진사퇴하지 않는다면 지명을 철회하는 것이 정도다.
꼬일 대로 꼬여버린 인사 난맥상이 거듭된다면 문 대통령의 리더십이 흔들릴 수 있다.
지난 대선 때 사활을 걸고 치열하게 경쟁했던 인물들이 나란히 제1야당과 제2야당의 대표로 포진해 있는 정치현실이다.
상생과 협치가 쉽지 않은 대결구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은 역설적이지만 여소야대 정치구도에서 협치(協治)가 왜 필요한지를 웅변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