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14일 업무상배임 혐의 등으로 조중연 전 대한축구협회장을 포함한 대한축구협회 임직원 1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올해 4월 문화체육관광부 의뢰로 수사에 들어갔고,12명의 혐의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2년까지 업무 추진비 명목으로 지급된 법인카드로 1억1000만원 상당을 220차례에 걸쳐 업무와 무관하게 사용한 혐의다. 이들은 골프장과 유흥주점 등을 드나들며 법인카드를 썼다.
축구 팬들에게 낯익은 이름들이 줄줄이 연관됐다.
조중연 전 회장은 2011년 7월 콜롬비아 20세 이하(U-20) 월드컵과 싱가포르 아시아축구연맹 총회, 올림픽 대표팀 도하 원정, 2012년 헝가리 국제축구연맹(FIFA) 총회와 국가대표 평가전에 부인과 동행하면서 KFA 공금으로 부인의 항공료까지 처리했다. 또 골프장 비용 1400만원을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조중연 전 회장은 선수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대한축구협회 수장 자리에 올랐다. 회장 재임 시절 2010년 남아공 월드컵 16강 등 업적도 일궈냈다.
이회택 전 부회장과 김진국 전 전무이사, 김주성 전 사무총장, 황보관 전 기술위원장 등도 골프장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했다. 적게는 800만원, 많게는 3000만원에 가까운 금액이다.
이회택 전 부회장은 1960~70년대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78경기에 출전했다. 지도자로서도 성공해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감독을 맡았다.
김진국 전 전무이사도 1970년대 국가대표로 97경기에 나섰다.
김주성 전 사무총장은 1980~90년대 최고 스타였다. 긴 머리를 휘날리며 '아시아의 야생마'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공격수로, 또 수비수로 A매치 76경기를 뛰었다. 이후 지도자가 아닌 행정가의 길을 선택해 동아시아축구연맹 사무총장과 협회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황보관 전 기술위원장은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스페인전(1-3 패) 중거리슛 '캐넌 슈터'라는 애칭을 얻었다. 일본 오이타 트리니타 부사장과 감독 경험도 있고, FC서울에서도 잠시 지휘봉을 잡았다. 2011년 11월부터 3년 가까이 협회 기술위원장으로 일했다.
모두 한국 축구의 전설이자 존경 받는 축구인이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과 함께 부끄러운 축구인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