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만난 개신교 "종교인 과세 더 유예해달라"

개신교 "과세해도 세무조사는 안돼" 주장… 천주교·불교와 대조적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인 종교인 과세를 설명하기 위해 개신교계를 찾았지만,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한 채 돌아갔다.

김 부총리는 14일 서울 한국기독교총연합회관에서 엄기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과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 부총리는 "종교인 과세 문제로 정부가 고민을 하고 있다"며 "종교인 과세와 관련해 종교인들이 갖고 있는 생각과 우려에 대해 듣기 위해 재정당국에서 찾아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엄 회장은 "종교계와 소통과 준비 없이 시행 매뉴얼이 만들어졌다"며 "종교갈등과 침해는 물론이고 근간을 뿌리째 흔드는 내용이 있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고 반발했다.


엄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시절) 여러 차례 종교인 과세 유예 입장을 직·간접적으로 밝혀주셨다"며 "김진표 의원(더불어민주당)님이 그 자리에서 ‘걱정 없게 하겠다’고 보증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부총리는 "겸허하게 말씀을 듣고, 우려하는 부분을 말씀해 주시면 고려하고 검토하고 논의하고 상의해 보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또 "일부 우려는 미리 알고 있고 노력을 했지만,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을 수 있으니 이야기를 듣고 수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실무 레벨에서 여러 이야기를 했던 것으로 아는데 엄 회장님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진작에 올 걸'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날 한기총, 한국교회연합(한교연), 한국장로교총연합회(한장총)는 김 부총리에 전달한 입장문에서 "제대로 된 과세 준비와 시행을 위해 2년 유예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위헌 요소부터 조세불평등과 탈법탈세 조장과 과세대상자 파악과 준비 부족 등 크고 작은 문제점을 발견했다"며 "일방적으로 과세당국 입장에서 강행한다면 심각한 조세 저항과 마찰과 정교 갈등만 낳을 게 뻔하다"고 주장했다.

또 "세무공무원이 개별교회와 종교단체를 조사하는 일이 없도록 관계 법령으로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종교인 과세법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정부와 종교 양쪽이 다 큰 상처를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국회는 이미 2015년 12월 소득세법상 기타 소득 항목에 '종교인 소득'을 추가해 종교인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개정안을 처리했지만, 종교계의 반발로 시행이 미뤄져 2018년 1월 1일로 2년 동안 유예한 바 있다.

그럼에도 김진표 의원을 비롯한 여야 국회의원 25명은 종교인 과세를 다시 2020년 1월로 미루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불교와 천주교는 앞서 김 부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종교인 과세 방침을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미 천주교는 1994년부터 교구별로 자진해서 성직자들의 소득세를 납부해왔다.

불교 측도 지난 30일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김 부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불교계는 종교인 과세 관련해 시종일관 지지하는 입장"이라며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은 기본이라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김 부총리도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종교인 과세를 해보겠다고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세정당국 입장에서 유예기간이 끝나가니 종교인 과세에 관한 할 수 있는 모든 준비를 다하려는 것"이라며 시행 의지를 명확히 드러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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