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은 곧 정치' 오현석 판사 "표현 미흡, 국민께 송구"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증인으로 출석, 여야 날선 공방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모습.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재판은 곧 정치라고 말해도 좋은 측면이 있다'는 글을 법원 내부망에 올려 논란을 일으킨 오현석 인천지법 판사가 13일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이날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오 판사는 "법원 내부 법관 전용 게시판으로 판사님들과 토론하는 과정에서 짧게 표현하다 보니 표현이 미흡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오 판사는 "저는 대한민국의 판사로서 현행법과 헌법을 지키고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판사들로서도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내용이라 (글에서) 생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선배 부장판사들이 글이 취지와 다르게 보도됐다는 점을 밝히면서 글을 써 준 것이 있는데 이 내용은 보도되지 않았다"며 "다만, 법원 내부 판사들끼리 하는 토론은, 내부 토론으로 끝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 판사는 지난달 30일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판사 개개인은 고유한 세계관과 철학 속에서 저마다의 헌법·법률 해석을 가진다"며 "진실을 받아들이고 나아가 이를 존중해야 한다"는 글을 올려 법원 안팎에서 논란이 됐다.

오 판사는 이에 앞서 지난달 10일에는 양승태 대법원장이 블랙리스트 추가조사에 대한 법관회의 의결을 거부한데 대해 문제 삼으며 열흘 넘게 단식을 진행했다.

이날 오 판사는 김 후보자와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개인적인 친분이 없고, 잘 알지도 못한다"며 "10여년전 초임시절 같은 법원에 있던 적은 있다"고 답했으며, 김 후보자가 초대 회장을 지낸 국제인권법연구회에는 1년 남짓 짧게 가입했다가 탈퇴했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오 판사를 상대로 글을 쓴 경위와 블랙리스트에 대한 견해 등을 추궁했다.

전희경 한국당 의원은 "법원 내부 게시판이라도 자신의 행동이 미칠 영향과 파급에 대한 고려도 있어야 하고, 판사는 가장 신중해야 하는 직역이다"며 "법은 사회 현실을 따라가야지 리드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판사 출신인 주호영 청문위원장은 "판사들이 독립적으로 재판하기는 하지만 사법행정과 관련해선 감독을 받아야 한다. 사법행정상의 감독과 사법행정권 남용의 한계는 어디인가"라며 "파기율, 항소율, 법관의 윤리적 문제 등을 법원행정처가 절차에 따라 수집해 놓으면 그건 정당한 평가 자료인가 블랙리스트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오 판사는 "블랙리스트를 논외로 하더라도 어느 정도 밝혀진 사법행정권 남용 사실이 있었다"며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원의 코트넷 강제 탈퇴, 학술대회 압박, 이모 판사에 대한 심의관 발령 및 겸임해제 등을 예로 들었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야당이 현직 판사를 불러놓고 사상검증을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직판사가 증인으로 오면 '십자가 걸기' '사상검증'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는데, (청문회와는 상관없는) 과거 글에 대해 잘못 인정하게 하고 다짐을 받는 식의 질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본말이 전도됐다. 이 자리는 그런 자리가 아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기동민 민주당 의원도 "오 판사가 김 후보자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불명확한데 왜 증인으로 나왔는지 알 수 없다"고 항의하며 증인심문을 포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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