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은 이날 오전 9시 국회의원‧원외위원장 연석회의와 오후 8시 의원총회를 통해 당권을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넘길지, 주호영 원내대표의 대행 체제로 갈지 여부를 논의한다. 비대위원장 후보는 유 의원이다. 반면 김 의원은 유 의원에 반대하며 대행 체제를 선호한다. 두 의원 측 간 의견대립이 명확해 난상토론이 불가피하다.
바른정당의 당헌에는 "당 대표가 궐위된 경우 그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30일 이내 당 대표를 선출한다"고 돼 있다. 동시에 "부득이한 사유가 발생할 경우 최고위원회의를 거쳐 선출 시기를 달리할 수 있다"는 조항도 있다.
앞서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최고위 의결사항에 대해 "정기국회 개원 중인 현 상황에서 한 달 안에 전대를 개최하는 건 어려운 부득이한 사정이 있다는데 공감하고, 추후 전대 날짜‧절차에 대해선 당원들과 의원들의 의견을 모아서 결정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최고위 의결로 '30일 이내 당 대표 선출'은 불가하다는 결론을 냈다는 얘기다.
따라서 남은 쟁점은 비대위로 전환할 것이냐, 그렇지 않을 경우 새 당 대표 경선을 언제 할 것이냐의 문제로 수렴된다. 이 대목에서 유 의원 측과 김 의원 측의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엇갈린다.
유 의원 측은 이 대표의 금품수수 의혹으로 생긴 당권 공백 사태를 조기에 수습하고, 내년 지방선거를 노린 한국당의 흡수 시도를 막아내기 위해 유 의원 중심의 비대위가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주장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과정에서 불거진 보수진영 전체의 존폐 위기가 아직 극복되지 못했기 때문에 독자적인 '보수개혁' 노선을 견지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깔려 있다. 이른바 자강론이다.
이들은 유 의원이 비대위원장이 될 경우 한국당과의 거리감이 계속 유지되기 때문에 보수 색채가 강한 주 원내대표 대행 체제 아래서 김 의원 주도로 한국당과 '보수통합 협의체'를 가동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차로 개최되는 원외위원장과의 연석회의에선 유 의원이 사실상 일방적으로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과 통합할 경우 지역구를 빼앗기는 원외 입장에선 자강론을 견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원내만 참여하는 의총에선 결과를 예상할 수 없는 팽팽한 긴장구도가 예상된다. 비대위를 가동할 경우 유 의원이 맡아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비대위원장의 특성상 다수결이 아닌 만장일치가 필요하다는 점이 난점이다.
5~6명 정도로 추산되는 김 의원 측이 '유승민 비대위' 절대 불가 쪽으로 스크럼을 짜고 버틸 경우 합의무산의 방식으로 주 원내대표 대행체제가 관철될 가능성이 있다. 이럴 경우 유 의원 측은 조기 전당대회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당 대표 경선을 할 경우 당내 선호도와 여론조사에 유리한 유 의원이 결국 승리할 것이란 계산이 깔려 있다.
그러나 김 의원이 비대위원장 합의 추대, 전대를 통한 당 대표 경선 등 두 가지 방식 모두를 수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끝내 유 의원을 비토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이럴 경우 김 의원은 이미 제기한 '사당화(私黨化)'를 명분으로 탈당, 한국당으로 복당한 13인 의원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