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병사 1인당 하루 기본 급식비는 7334원이었습니다. 주식비와 부식비, 우유나 음료 등 후식비로 쓰이는 돈이죠. 지난해 영내 군인들의 급식비 등 급량비로 편성된 예산만 1조 6114억 원이 넘습니다.
군 급식비는 정해진 목적에 맞게 쓰여야 하는 게 당연한 이치겠죠? 그런데 국방부가 급식에 써야 할 예산을 군 지휘부와 정부 관계자의 행사를 위한 업무추진비로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문위원실이 지난달 '2016 회계연도 결산 및 예비비 지출 승인의 건' 검토보고서에서 지적한 내용인데요, 국방부가 예산을 잘못 집행한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우선, 급식비가 잘못 쓰인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지난해 10월 10일 '국군의 날' 행사 당시 군 지휘부와 정부 인사 등 1304명이 식사를 했는데, 이 식사비용으로만 4300만 원이 급식비 비목에서 지출됐습니다. 1인당 3만 3000원꼴입니다.
정부 지침을 위반한 것인데요, '2016년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에 따르면 급식비는 '단체급식 등 급식 제공이 불가피한 자'에 대해서만 지급돼야 합니다. 공식 회의나 행사에 필요한 연회비와 식음료비 등은 '업무추진비'로 집행해야 하죠.
급식비를 업무추진비로 쓴 사례는 또 있었습니다. 같은 해 6월 무기체계 시험평가 세미나 오찬 비용 1491만 원, 11월 공군 정보통신 발전 세미나 오찬 비용 1150만 원, 12월 특수작전 발전 세미나 오찬 비용으로 782만 원이 각각 지출됐습니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급식비에는 부모 초청 행사시 영내 급식을 체험하는 급식비와 외부 행사시 병사들에게 도시락으로 제공하는 급식비도 포함돼 있다"면서 "병사들에게 삼시 세끼 제공되는 급식비는 별도로 다 편성돼 있기 때문에 전혀 지장을 받지 않는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다만, 업무추진비로 편성됐어야 하는데 급식비로 편성된 건 잘못이어서 계속 전환 편성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용되는 국가 예산은 투명하게 집행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국가재정법 16조는 "정부는 예산 과정의 투명성과 예산 과정에의 국민참여를 제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죠.
특히 업무추진비는 관행에 따라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된다는 허점이 있어 예산 편성 기준이 까다롭습니다. 개별 부처가 업무추진비 금액을 자율적으로 증액할 수 없을뿐더러 경비가 부족할 경우에는 기획재정부 장관과 사전 협의를 거쳐야 하죠.
무분별한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해 엄격한 절차를 갖춘 건데요, 국방부가 애당초 지휘부 등의 식사비용을 업무추진비 예산에 편성하지 않고 급식비 비목에 끼워넣은 배경을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손종필 정의당 정책연구위원은 "업무추진비는 예산을 짤 때 타깃이 되거나 눈치가 보이니 편법으로 다른 비목에 집어넣은 것으로 보인다"며 "명목상으로만 보면 장병 밥값으로 군 지휘부들이 회식한 셈인데, 이는 '예산의 목적외 사용금지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장병들의 사기 진작을 위한 '장병격려비'도 일부 엉뚱한 곳에 쓰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장병격려비는 장병들의 체육·문화행사 지원이나 격려·포상 용도로 쓰여야 한다고 '장병격려사업 집행지침'에 나와 있습니다.
또 장병격려비를 부대장 업무추진비나 이·취임식 경비, 공관이나 관사의 비품비용, 경조사비 등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고 있죠. 하지만 지난해 장병격려비 집행 내역을 보면, 이같은 지침을 지키지 않은 사례가 적지 않았습니다.
장병격려비를 축의금으로 사용하는가하면 이·취임식 행사 지원, 지휘통제실 비데기 리스료, 공관 정수기 렌탈료 등으로 집행한 것입니다. 국방부는 과거에도 수차례 장병격려비를 부적정하게 사용했다고 검토보고서는 지적하고 있는데요.
국방부는 지난 2014년 장병격려비로 공무원·군무원에게 명절 상품권을 지급했다가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된 바 있고, 2015~2016년 국방부 내부 감사에서도 장병격려비를 목적에 맞지 않게 사용했다가 들통났습니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예산 편성 당시 장병격려비는 부대별 편성 금액만 결정되고 구체적인 계획이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일반 예산보다 엄격하게 관리될 필요가 있다"며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국방부가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국방부 관계자는 "각 군에서 의도를 갖고 장병격려비를 (다른 곳에) 썼다기보다는 잘 몰라서 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집행 용도에 맞지 않게 썼다고 판단하고 현지 실사나 감사를 통해 통제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