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근·김미화 "MB정부 블랙리스트? 그럴 줄 알았다"

배우 문성근(왼쪽), 방송인 김미화(자료사진)
이명박 정부 시절 이른바 '문화연예계 블랙리스트'가 존재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해당 명단에 오른 당사자들이 불쾌감을 드러냈다.

국가정보원 개혁위원회가 11일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로부터 보고받아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원세훈 전 원장은 2009년 2월 취임 이후 문화연예계 내 특정 인물과 단체를 대상으로 한 퇴출 압박 활동을 하도록 지시했다.

국정원이 퇴출활동을 펼친 문화연예계 인물은 ▲이외수, 조정래, 진중권 등 문화계 6명 ▲ 문성근, 명계남, 김민선(김규리) 등 배우 8명 ▲이창동, 박찬욱, 봉준호 등 영화 감독 52명 ▲ 김미화, 김구라, 김제동 등 방송인 8명 ▲ 윤도현, 고(故) 신해철, 김장훈 등 가수 8명이다.

'블랙리스트' 명단이 공개되자 당시 퇴출 대상에 올랐던 당사자들은 불이익을 받았던 사례들을 언급하며 불쾌감을 표했다.

배우 문성근 씨는 12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재 방영 중인 SBS 드라마 '조작'을 통해 8년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했다"며 "제가 8년 만에 방송에 출연한다는 것은 '블랙리스트'가 비단 박근혜 정부 때만의 일이 아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짐작하고 있던 일이 확인된 셈이다. 관련자들에 대한 문책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러한 국가적 폭력이 어떻게 실천되었는지 명확하게 밝혀져야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방송인 김미화 씨는 "MB 정부 시절 민간인 사찰 문건에 제 이름이 있었고 국정원 직원이 라디오 방송 중에 절 찾아온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정원에 댓글팀이 존재했다는 얘기를 듣고 보니 당시 SNS에서 과도하게 공격받았던 것도 다 이유가 있었구나 싶다"며 "연예인들을 대상으로 이런 일을 벌였다는 것은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겠다는 의도가 아니었겠나. 국가 공작에 의해 무자비한 일들이 진행돼 왔다는 사실이 개탄스럽다"고 한탄했다.

이밖에 소설가 조정래 씨는 하루 전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방송에서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등에 대해 비판했던 것이 원인이었던 것 같다"며 자신의 소설 '아리랑'을 드라마로 제작하려 했지만 결국 불발된 사례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민주국가에서 작가로서 잘못된 정치를 비판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의무"라고 비판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 역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명박 정부 당시 대학 강의가 별다른 이유 없이 폐강되고 예정됐던 강연이 갑자기 취소되는 일이 잦았다고 밝혔다.

배우 김규리 씨는 자신의 SNS에 관련 보도 내용을 캡처한 사진과 함께 "이 몇자에 나의 꽃다운 30대가 훌쩍 가버렸다. 10년이란 소중한 시간이. 내가 그동안 낸 소중한 세금들이 나를 죽이는데 사용되었다니"라는 글을 올리며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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