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가 가는 길 '보낼 땐 쿨하게, 데려올 땐 화끈하게'

UAE로 떠난 제주 마그노.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제주 유나이티드는 선수들의 이적에 '쿨'한 구단이다.

제주는 2010년 2위에 오른 뒤 곧바로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을 독일 분데스리가로 보냈다. 이어 2013년 8월에는 주축 수비수 홍정호의 독일 이적을 허가했다. 2014년 1월에는 아직 데뷔도 안 한 류승우(제주)도 독일행 비행기에 태웠다.


유럽 뿐 아니라 아시아 내, 심지어 K리그 내 이적도 굳이 막지 않았다. 2015년 1월 윤빛가람(제주)이 중국 옌볜으로 떠났고, 2016년 1월 로페즈가 전북으로 이적했다. 이어 송진형(FC서울)이 아랍에미리트(UAE) 알 샤르자, 이근호가 강원FC로 각각 둥지를 옮겼다.

그럼에도 제주는 2013년을 제외하고 2014년부터 3년 연속 상위 스플릿을 지켰다.

올해도 상황은 비슷하다. 시즌 전 '1강' 전북 현대를 위협할 우승 경쟁자 중 하나로 꼽힌 만큼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5월까지도 전북과 선두를 다퉜다.

하지만 제주는 잠시 휘청였다. 6월 외국인 공격수 마르셀로가 일본 J리그 오미야 아르디자로 떠났고, 7월 황일수가 중국 슈퍼리그 옌볜 푸더로 향했다. 7월 중순 5위까지도 떨어졌다가 다시 순위를 끌어올렸다.

제주 조성환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제주 조성환 감독은 9일 서울전을 앞두고 외국인 공격수 마그노의 UAE 알 샤르자 이적을 직접 발표했다. 올해만 벌써 세 번째 주축 선수 이탈이었다.

답은 분명했다.

조성환 감독은 "합당한 조건이면 선수의 미래를 위해서 보내주는 게 맞다"면서 "제의가 온 사실을 구단이 숨기거나, 선수를 무조건 붙잡으면 오히려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경기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제주가 무작정 보내기만 하는 팀은 아니다. 제주는 겨울 이적시장에서 조용형과 김원일, 진성욱을 보강했다. 또 마그노와 황일수가 떠나자 곧바로 대체 외국인 선수 마유송을 합류시켰고, 윤빛가람도 임대 영입했다. 류승우도 돌아왔다. 제주가 연이은 주축 선수 이탈에도 2위를 지킬 수 있는 힘이었다.

김환 JTBC 해설위원은 "제주는 이적에 쿨한 팀이다. 모 팀은 어떻게든 공짜 영입이나 트레이드만 하려고 하는데 제주는 필요하면 이적료를 지불하고라도 데려온다"면서 "과감하게 내보내는 대신 필요하면 과감하게 돈을 쓴다"고 강조했다.

사실 K리그 구단들은 선수가 이적을 추진할 때 최대한 많은 이적료를 받아내기 위해 애쓴다. 구단으로서는 당연한 일이지만, 이적이 무산될 경우도 생긴다. 조성환 감독의 말대로 선수 사기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제주는 조금 다르다.

김환 해설위원은 "오퍼가 왔을 때 질질 끌다가 결렬시키는 게 아니라 적당하다고 판단되면 바로 보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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