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본부는 11일 발행된 총파업 특보 6호에서 파업을 지지한 양세연·김푸름·신예은·민수지·권혜민 등 보도국 편집부 AD 5명을 소개했다. 이들은 "하루하루 방송이 나가게 도와주고 있는 것이 싫다"며 오늘(11일)부터 출근하지 않기로 했다.
'930뉴스'부터 '뉴스데스크'까지 기사 자막 교열을 보고, 원고를 자막 CG(컴퓨터그래픽)실에 넘기며, 큐시트 입력 작성하고 생방송 중 자막을 넣고 빼는 것이 이들이 해 온 일이다.
하던 일을 접게 된 계기는 '괴로움' 때문이었다. 'MBC뉴스를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괴로웠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지난해 국정농단 사태 때 태블릿PC의 진위 여부에 집착하는 보도, 건국절 논란 기사, 태극기 집회 기사를 거론하며 "센터 감독님들도 '이게 뭐야?' 다 그런 반응이었다. 이렇게 해도 되나 싶고, MBC 정말 망가졌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비록 파견 계약직 AD지만 저희들도 언론인이고, 공정보도를 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자의든 타의든 언론인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MBC뉴스가) 얼마나 심각하면 우리까지 이러겠나"라고 반문했다.
당장 뒤따르는 생계 문제에 대해 "떠나기 아까운 직장인 건 맞다"면서도 "(실직의) 두려움보다 (일하는) 고통이 더 커서 하루빨리 떳떳해지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전했다.
◇ 라디오 리포터들도 파업 지지 "꼭 이기고 돌아오십시오"
이들은 "라디오 속 모든 현장의 소리는 우리의 마이크와 녹음기로 채집된다. 이러한 취재물은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데 쓰인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방송은 사회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대통령, 세월호, 위안부, 촛불… 녹음기에 담기면 안 되는 주제가 생겼고, 시민들에게 공정성이 무너진 MBC는 더 이상 신뢰의 대상이 아니며, 윗선 압박으로 이미 무력해진 PD들의 한숨에 우리 역시 방송 내용을 자체검열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망가진 MBC를 바로 세우는 일은 회사의 구성원으로서 거부할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비록 프리랜서이지만 입장을 밝히는 이유는 지난 40년간 리포터 선배들이 지켜온 정론직언의 신념을 잃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며 파업 중인 MBC본부에 "반드시 이기고 돌아오십시오"라는 인사를 전했다.
◇ 'PD수첩' 작가들 시작으로 프리랜서 성명 계속돼
지난 7월 21일 'PD수첩' PD들을 시작으로 MBC 내부에서는 '김장겸 체제 안에서 더 이상 제작하지 않겠다'는 제작거부가 지속적으로 확산됐다. MBC본부는 지난 4일 총파업에 돌입했지만, 각 부서의 기자·PD·아나운서들은 이미 일손을 놓고 있었다.
구성원들의 제작거부 당시부터 프리랜서들의 '파업 지지 선언'이 계속됐다. 'PD수첩' 작가들이 지난달 2일 연명 성명을 내어 "목격한 것에 침묵하지 않는, 살아있는 어떤 권력과도 단호하게 맞서는, '시대의 정직한 목격자'로서 다시 글을 쓰고 싶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7일에는 '시사매거진 2580' 전·현직 작가들이 "'수년 간 왜곡·편파보도로 너덜너덜해진 MBC를 국민의 품에 안겨줄 것을 요구한다. 이제 프로그램의 주권을 제작자와 시청자들에게 돌려달라"고 목소리를 보탰다.
총파업 1일째였던 지난 4일에는 MBC FM/AM 라디오 작가 70명이 "다시 빛나는 MBC라디오를 꿈꾸며"라는 성명을 내어 "사측이 끝내 PD들의 외침을 묵살한다면 MBC 라디오 작가들은 작가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다해 그 외침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비정규직 라디오뉴스 전문 진행자 김형기 씨는 개인 성명을 내어 "파업 대체인력이 아니"라며 "MBC 구성원과 언론소비자가 고통받는 현실을 연장하는 재료로 쓰이고 싶지 않다"고 선언한 인물이다. 그는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총파업 1주일 전 회사 고위 임원이 라디오뉴스 진행자들에게 TV 쪽 업무 공백이 생기면 도와 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밖에 김경정, 이도은 씨 등이 언론 인터뷰 및 기고에 실명을 걸고 파업 지지에 나선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