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 플랜에서 공연을 시작한 게 98년 말쯤이에요. 드렁큰 타이거, 업타운 같은 팀의 인기가 대단했던 시절이죠. 전 당시 돕보이즈라는 팀을 결성해 무대에 처음 올랐었고요."
원썬의 힙합 인생은 그렇게 시작됐다. 솔로로 전향한 뒤에는 힙합과 국악을 접목한 음악을 선보여 주목받기도 했다.
"국악에 조예가 깊었던 건 아니에요. 당시엔 그냥 국악기가 내는 소리를 좋아했어요. 개인적으로 우리나라는 전통 음악이 현대 음악으로 이어지지 못한 유일한 나라라고 생각해요. 만약 그렇게 되었다면 더 훌륭한 아티스트가 많이 나왔을 텐데…. 지금도 국악은 계속 공부해야 하는 장르라고 생각해요."
꽤 오랜 시간 소신 있게 한 길을 팠지만 아쉽게도 히트곡을 내지는 못했다.
"전 히트곡 없이 20년을 버텼어요. 물론 아쉬움도 있지만 스스로 쪽팔리지는 않아요. 예전보다 지금 더 나은 소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요."
원썬이 처음 활동을 시작했을 때와 비교하면 한국 힙합은 파이는 상당히 커졌다.
"예전에는 클럽에서 한국 힙합은 안 틀었어요. 지금은 클럽에서 한국 힙합 들으면서 충분히 신나게 놀고 있죠. 그만큼 시대가 많이 변했어요. 힙합이 대중 문화 안에 '빡' 하고 자리 잡은 느낌이랄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정작 재능있는 언더그라운드 래퍼들이 설 무대는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원썬은 그런 후배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있는 존재다. 그는 빚을 내가면서까지 운영 중인 클럽에서 정기적으로 힙합 공연 '샤이닝 그라운드'를 개최하고 있다.
"유명하지 않으면 노래를 들어주지 않는 게 사실이잖아요. 예전에는 '마스터 플랜' 처럼 신인들이 설 수 있는 무대가 있었는데 요즘 후배들에게는 그런 무대가 없다는 게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제가 직접 나서 '샤이닝 그라운드'라는 판을 만든 거고요."
비록 아직 공연의 규모가 크지 않지만 원썬은 1세대 래퍼로서 충분히 후배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샤이닝 그라운드'를 통해 보여주고 싶은 건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에요. 그런 무대가 존재하고 래퍼들이 같이 소리를 내고 함께 즐기는 관객들이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고요.
전 후배들이 지닌 잠재력을 믿고 있어요. 우리가 멋지게 하고 있는 것지는 잘 모르겠지만 최소한 제대로는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한국 힙합씬에서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없다. 원썬은 지금처럼 묵묵히 한 우물을 파며 달려갈 생각이다.
"힙합에 밧줄을 하나 걸고 끌어 당기려고 노력하다 보니 어느새 온몸에 근육이 잔뜩 생겨버렸어요. 그 근육들이 절 움직이게 하고 살아가게 하고 있고요. 덕분에 이제 굶어 죽을 일은 없게 됐죠. (미소). 힙합씬에서 어떤 존재가 되고 싶냐고요? 그냥 앞으로도 지금처럼 저만의 소리를 내는 원썬으로 남고 싶어요."
인터뷰 ③ (원썬 "프랑스 래퍼와 함께한 신곡, 놓치면 손해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