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원썬 "천 개 넘는 메시지, 일일이 답장해준 이유는…"

(사진=원썬 제공/Photo by Fishy)
한국 힙합 '1세대 래퍼' 원썬(본명 김선일·39)은 지난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엠넷 '쇼미더머니' 시즌5에 출연해 2차 예선에서 탈락한 그는 랩 실력이 아닌 독특한 캐릭터성으로 대중의 이목을 끌며 상당한 인기를 모았다.

삐닥하게 눌러 쓴 뉴에라 모자. '짬'이 느껴지는 여유 있는 미소와 멘트. '요즘' 래퍼들 사이에 낀 '1세대' 래퍼 원썬은 왠지 모르게 정감 가는 캐릭터였다.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 "허리 부러질라구" 등 그가 제작진 인터뷰와 랩 가사를 통해 내뱉은 말들은 방송 이후 각종 온라인 커뮤티니에서 회자되며 유행어가 됐다.

그런 원썬이 최근 종영한 '쇼미더머니' 시즌6에 다시 등장했다. 결과는 1차 예선 탈락. 아쉽게도 준비한 랩을 다 보여주지도 못한 채 고배를 마셔야 했다.

비록 지난 시즌보다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화제성은 여전했다. 원썬은 방송 전후 또 한 번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달궜고 인기에 힘입어 화장품 CF까지 촬영했다.

결과적으로 이름값을 더욱 높이는 계기가 되었지만 자칫 편집의 희생양이 될 우려가 있는 '쇼미더머니' 재도전은 분명 쉽지 않은 도전이었을 터. 원썬은 왜 이러한 선택을 했을까.

"나가는 게 예의라고 생각했어요."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클럽 '인투딥'에서 만나 인터뷰한 원썬은 '쇼미더머니'에 다시 출연한 계기를 묻자 이 같이 답했다. 단순히 이슈몰이를 하기 위한 선택은 아니었다는 말이다.


"'쇼미더머니 한 번 더 나와달라'고 하는 요청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데 제가 나가는 게 예의라고 생각했죠. 제가 더 높은 단계까지 진출하길 바랐던 분들이 많았겠지만 전 애초에 결과는 신경 쓰지 않았고요. (미소)."

원썬은 약 5년 전부터 작은 공연장 겸 클럽을 운영 중이다. 그에게 클럽에 온 손님들이나 SNS 다이렉트 메시지를 통해 '쇼미더머니' 출연 요청을 받았던 것이냐고 묻자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카톡' 메시지가 많이 왔어요. 작년에 제 아이디가 인터넷에 유출되었거든요. 많을 때는 하루에 1300여 개가 넘는 메시지가 올 정도였죠. 초등학생부터 40대 중반까지 연령대도 다양했고요."

아이디를 바꾸거나 대꾸를 하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원썬은 그들에게 일일이 답장을 해줬다.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말을 건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얼마나 사회가 각박하고 신세한탄할 곳이 없으면 저에게 메시지를 보냈겠나 싶어 모두 답장을 해줬죠."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원썬에게 답장을 받았다"는 '인증글'이 게재돼 이목을 끌기도 했다.

"별 것 아닌 고민상담에도 힘을 얻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처음에는 장난을 치던 애들도 '형님 죄송합니다' 하면서 사과하고. 하하. 그래도 장난 메시지보다 응원 메시지가 더 많았어요. 덕분에 저도 힘을 얻었고요."

직접 만난 원썬은 방송에서 짧게 등장한 '웃기는 캐릭터'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차라리 흔들림 없이 자신의 길을 가는, 그러면서도 주변을 돌아볼 줄 아는 따뜻한 정이 있는 사람에 가까웠다.

"시즌5 때 건방지고 '노티' 나는 그런 1세대 래퍼처럼 편집되어 방송에 나갔어요. 처음에는 사람들에게 조롱거리였단 말이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호감형 캐릭터'로 바뀌었어요. 자본력으로는 절대 누르지 못하는 사람의 본성, 그걸 많은 분들이 알아주신 거라고 생각해요."

"결과보다 과정". 원썬이 인터뷰 내내 강조한 말이다.

"전 음악으로 인정받은 아티스트가 아니라 과정을 인정받은 아티스트에 가까워요. 사람들이 결코 결과만으로 누군가를 평가절하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당장의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제 음악, 제 소리를 꾸준히 들려주자는 마음가짐으로 임할 계획이에요. '한 방을 노린다?' 그런 생각은 절대 없습니다."

인터뷰 ② (원썬 "재능 있는 후배 래퍼들에게 힘 되고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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