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교수들, 박성진 뉴라이트 세미나 때문에 대책회의까지

교수들 집단 우려에도 "학문의 자유"라며 세미나 강행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최근 논란에 대한 해명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종민기자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가 지난해 뉴라이트의 거두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를 초청할 당시, 포항공대 교수들이 정치적 편향성을 우려해 대책회의까지 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대학원생들이 의무적으로 들어야 하는 정기 세미나에서 이공계 분야와 상관없는 '건국'을 주제로 뉴라이트 학자를 초청하자 교수 대책회의가 소집될 정도로 학내 논란이 심각했던 것이다.

박 후보자는 교수들의 반대 목소리에 강하게 저항했고, 결국 해당 세미나만 출석 체크를 하지 않는 방향으로 중재된 것으로 밝혀졌다.

CBS노컷뉴스가 포항공대 기계공학과 교수들과 학생들을 상대로 취재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 학과 정기 세미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박 후보자가 이영훈 교수 초청 세미나 계획을 밝히자 학과장을 비롯한 상당수 교수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건국'은 기계공학과 전혀 관련이 없는 분야일 뿐 아니라, 출석 의무가 있는 정기 세미나에 정치색이 강한 인사를 초청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모 기계공학과 교수는 "교수들 사이에서 학생들이 의무적으로 참석하는 세미나에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제를 다뤄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며 "교수들이 모여 대책회의를 열기도 했다"고 말했다.


교수들은 이메일을 통해 세미나 개최 반대 의견을 담당 교수에게 보내기도 했지만, 박 후보자는 "학문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중재안으로서 세미나는 개최하되, 학생들에게 출석체크를 하지 않고 참석은 자율에 맡기는 방향으로 결론이 났다. 이에 대다수 학생들이 불참한 상태로 세미나가 진행됐다.

한 기계공학과 학생은 "정기 세미나는 반드시 참석해야 하는데, 뒤늦게 그 세미나만 출석 체크를 하지 않고 자율에 맡기겠다고 공지가 따로 와서 의아했었다. 그래서 많은 학생들이 참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박 후보자는 세미나가 끝난 뒤에도 출석을 의무화하지 않은 학과의 결정에 대해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자는 지난 기자회견에서 "뉴라이트라는 말은 들어본 적은 있지만 한 번도 그 운동이 어떤 성격인지를 생각해본 적도 없다", "정치적인 이념적인 성향에 대해 고민을 해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교수들의 반대을 무릅쓰고 학문의 자유를 들며 세미나를 강행할 정도로 열성적이었던 것이 다시 확인된 셈이다.

이밖에 박 후보자는 지난 2014년 여름 포항공대에서 진행된 변희재씨 초청 세미나와 관련해서도 연관성을 부인해 거짓 해명 논란이 일고 있다.

박 후보자는 변희재씨 초청 간담회와 관련해 "강연자 추천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당시 간담회를 주최했던 담당 교수는 "박 후보자가 자신에게 직접 변씨를 요청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박 후보자가 주최측과 논의했던 이메일도 발견돼 거짓 해명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오는 11일 열리는 박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박 후보자가 이처럼 자신의 말과 정면 배치되는 여러 활동을 한 점에 대해 여야 의원들의 집중 추궁이 예상된다.

3천만 원 셀프 포상 의혹, 부동산 다운계약서, 위장전입, 무상 주식 증여, 자녀 이중국적 등 각종 의혹들은 물론 초대 중기부 장관으로서의 업무 수행 능력에 대한 송곳 검증이 이뤄질 전망이다.

현재 뉴라이트 사관 논란 이후 침묵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을 제외하고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이 공개적으로 박 후보자에 대한 경질을 요구하고 있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여당의 한 의원은 "박 후보자를 방어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민주당 의원들이 많고, 나도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며 "청문회에 민주당 의원들이 '적격' 의견을 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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