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브이아이피'에서 연쇄살인범 김광일을 쫓는 형사 채이도 역을 연기한 배우 김명민.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https://file2.nocutnews.co.kr/newsroom/image/2017/09/08/20170908234228463154.jpg)
유쾌한 입담의 소유자인 그는 예능프로그램을 어려워한다. 이유를 물어 보니, 작품에 영향을 미칠까봐 그렇단다. 배우 외에는 생각을 해본 적 없을 정도로 20년 동안 일편단심 외길만 걸어온 그다웠다.
사람도 등급으로 매겨지는 시대, 연예계는 그것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말할 것도 없다. 까마득히 발치에 있었던 후배가 나보다 더 잘나가고, 순식간에 캐스팅 2순위로 밀려나는 건 한 순간이다.
마치 정글과도 같은 이 세계에서 김명민은 홀로 모든 것을 초월한 분위기를 풍긴다. 그가 어떤 작품이든 두려워하지 않고 뛰어들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다음은 이어지는 김명민과의 일문일답.
▶ 까칠할 것 같은 이미지와 달리 사실 굉장히 유쾌한 성격의 소유자인데 방송 활동을 활발하게 하면서 대중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생각은 없나.
-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다. 뭔가 감춘 적도 없고, 이러기 위해 노력한 적도 없다. 작품을 통해 보여지는 이미지들이 벗겨지는 건 재미있을 것 같은데 예능프로그램 같은 건 내가 자신이 없다. 그냥 배우로서 내가 편한 게 좋다. 아마 나가면 나는 또 가식 없이 다 할 테니까 나에 대해 몰랐던 많은 부분을 알게 되는 건 좋겠지. 그렇지만 그게 작품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 섣불리 결정할 수 없는, 그런 힘든 분야인 것 같다.
▶ 상업 영화에서 흥행 배우라는 이미지는 아니지만 꾸준히 인상적인 작품들을 내놓고 있다. '조선명탐정'이라는 본인 시리즈를 가진 거의 유일무이한 배우이기도 한데.
- 그런가? 나를 많이 말아먹는 사람으로 보는 인식이 있는 거 같던데. (웃음) 옛날에는 나를 너무 과대평가하고 기대치가 높은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많이 꺾였다. 500만 명 이상, 천만까지도 기대를 하는 분들이 많이 있었다. '조선명탐정' 캐릭터에 대해서는 뿌듯함이 크다. 내가 원래 나 하고 싶은대로 하는 사람이다. 미래를 멀리 보고 따라가기에는 그만큼 영악스럽지가 않다. 안전한 길이 있다하더라도 조금이라도 나를 필요로 하는 감독님들이 있다면 그런 쪽으로 간다.
![영화 '브이아이피'에서 연쇄살인범 김광일을 쫓는 형사 채이도 역을 연기한 배우 김명민.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https://file2.nocutnews.co.kr/newsroom/image/2017/09/08/20170908234357696153.jpg)
- 스태프들을 아우르고, 내 공간에 있고, 나와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정말 잘 챙길 자신이 있다. 그런데 기회를 보면서 돈을 따라 가는 게 잘 안되는 것 같다. 쉽게 이야기하면 시나리오는 괜찮은데 흥행은 어려울 것 같은 감독님 입봉작이 있다면 나는 한다. 물론, 아예 따지지 않는 건 아닌데 그럴 때가 있다. 굶을지언정 하기 싫은 작품은 하지 않는다. 공백이 생기더라도 그렇다.
▶ 주변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그런 단단한 내면이 느껴진다. 배우가 그런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는 게 쉽지는 않을텐데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궁금하다.
- 옛날부터 그런 게 좀 있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배우의 꿈을 꿨지만 집에서의 무지막지한 반대로 야인생활을 했고, 내가 배우로 가는 길에서 수많은 평지풍파를 만났다. 그 때마다 오는 것들이 나를 연단시키고 오기를 키웠다. 그래서 웬만한 폭풍에는 흔들리지 않을 정도가 됐다. 너무 기뻐도, 슬퍼도, 나는 티가 나지 않는다. 그런 중용이 생기다보니 일하는데는 좋은 것 같다. 이 꿈 하나만 보고 오다 보니 나도 모르게 이렇게 된 것 같은데, 옆을 보지 않고 앞만 보고 가는 경주마를 꿈꾼다. 옆을 보면 페이스가 흔들리거든. 그래서 내가 등산을 그렇게 좋아하는 거고.
▶ 등산을 즐긴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김명민이라는 배우가 꿈꾸는 '정상'은 어떤 풍경인가.
- 여기가 정상인가보다 해도 내리막길이 시작되고 또 다른 봉우리들이 많다. 여기보다 더 높은 봉우리가 있고, 또 그 너머 봉우리가 있다. 그게 삶의 연속이다. 길이 외길이라 여기를 내려가지 못하면 다음 봉우리를 가지 못한다. 내려가다가도 또 올라간다. 내려가는 걸 괴로워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올라갈 수 있는 거니까. 내려가는 순간은 너무 괴롭고 나처럼 힘든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 같지만 그걸 지나고 나면
또 어느 순간 올라가고 있다. 결국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