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이아이피' 김명민, "블록버스터 많지만 다양성 줄어"

[노컷 인터뷰 ①] 김명민이 밝힌 '브이아이피' 촬영기

영화 '브이아이피'에서 연쇄살인범 김광일을 쫓는 형사 채이도 역을 맡은 배우 김명민.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그와의 인터뷰는 언제나 즐겁다. 아낌없이 웃음을 주는 솔직함은 잠시 그가 뛰어난 연기력을 지닌 비범한 배우임을 잊게 만든다. 배우 김명민의 이야기다.

영화 '브이아이피'에서 그는 마초적인 형사 채이도 역을 맡아 끝까지 김광일의 죄를 밝혀내려는 치열한 추적을 벌인다.

이런 영화에 흔히 등장할 법한 전형적 캐릭터이지만 김명민이 연기하면서 '채이도'는 비로소 살아 움직인다. 비속어가 난무하는 대사들 속에서도 김명민은 캐릭터의 중심을 잃지 않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채이도라는 인물을 가꿔나갔다.

'너무 연기를 대충한 게 티나지 않느냐'면서 웃는 얼굴은 또 진심이라 마음 먹고 연기했을 때의 그를 상상해보기도 했다.

현장에서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했다는 다른 이들의 증언처럼 김명민은 인터뷰 내내 만담꾼 못지 않게 즐거운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놨다. '베토벤 바이러스'의 까칠한 강마에 역으로 대중에게 사랑 받은 그이지만 실제 성격은 '조선명탐정'의 김민과 가깝다. 다음은 김명민과의 일문일답.

영화 '브이아이피'에서 연쇄살인범 김광일을 쫓는 형사 채이도 역을 맡은 배우 김명민.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 계속해서 팽팽하게 극을 이끌어 오다가 퇴장이 조금 허무하기도 하다. 배우로서 조금 섭섭한 마음이 들지는 않았나.

- 당연히 배우라면 마지막으로 뭘 좀 하고 싶을 거고, 뭘 할 것처럼 보였는데 너무 허무하고 안되긴 했다. 그런데 피탄 맞는 것도 여러 번 맞으니 아프더라. 나중에는 감독님한테 빨리 총 좀 맞고 싶다고 했다. 누워서 찍으니까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그 다음 촬영은 거의 날로 먹었다. (웃음)


▶ 어떻게 보면 채이도가 가장 역동적이고 인간적인 면모가 돋보이는 인물인데, 박훈정 감독이 따로 주문한 건 없나.

- 준비해오지 말라고 해서 그냥 대충했다. 무미건조한 캐릭터 속에서 그래도 조금이라도 뭔가 해보고자 노력을 했다. 물론 감독님한테 티 안나게. 눈빛도 너무 촉촉하면 안된다고 그랬으니까. (웃음) 영화 보면 대충한 거 티나지 않나? 찜찜한 것도 처음만이지, 나중에는 신경도 안 썼다.

▶ 박훈정 감독은 이 영화가 사건 중심인 영화라고 했다. 그만큼 캐릭터들 각자가 주목받기는 힘든 영화였을텐데 작업을 해보니 어떤 느낌이었나.

- 내가 할 몫만 하고, 다른 건 내려 놓는 거지. 아마 영화제를 겨냥했던 것 같고, 감독님이 원하는 게 그런 거면 맞춰가야 한다고 본다. 내년에 프랑스 본 스릴러 국제영화제도 기대를 좀 갖고 있는 거 같더라. 출품이고 뭐고 간에 그 영화제가 가기가 어렵다던데. 고성에 사는 할아버지들이 지하에 어마어마한 와인 저장고를 갖고 있는데 그
유지인 사람들이 불러야 간다고 하더라.

영화 '브이아이피'에서 연쇄살인범 김광일을 쫓는 형사 채이도 역을 맡은 배우 김명민.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 김광일 살인 장면을 두고 보기 불편하다는 관객도 있고, 여성 혐오 논란이 일기도 했다. 여기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듣고 싶다.

- 청불(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영화이고, 박훈정 감독 영화니까 기대하는 바가 있을 것 같다. 조직 폭력배도 안 나오고, 브로맨스 케미도 없으면 '악마를 보았다' 류의 핏빛 느와르인거지. 처음부터 애매한 청불은 싫다고 했다. 아니면 아예 15세 관람가인 게 낫지 않나. 하고 싶은 만큼 완전 청불로 만들고 싶었을 거고, 광일의 살인마적인 부분이 그 장면 외에는 없으니까 그런 잔인함을 더한 게 아닌가 싶다. 순수한 미소 속에 감춰둔 잔인함이 드러나야 더 악하고 소름끼치니까.

▶ 현장에서 항상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자처했다던데 특별히 그런 이유가 있다면 알려달라.

- 불현듯 내 촬영이 없는 날 현장을 간 적이 있는데 너무 조용하더라고. 일단 주연 배우들이 서로 교류해가며 촬영하는 장면이 많지 않다 보니 그랬던 것 같다. 캐릭터도 그렇고, 현실적인 톤도 가장 높게 올라와있으니 자연스럽게 내가 가면 분위기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 사실 김광일 같은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 살인마 역할을 해도 또 다른 캐릭터가 나올 것 같다. 이런 연기도 해보고자 생각해 본 적 있는지 궁금하다.

- 김광일 같은 역은 꽃미남이 해야지. (웃음) 나 같은 경우는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엘리트인데 살인자이거나 다중인격 캐릭터면 매력 있을 것 같다. 그런 시나리오가 2000년대 초반에 좀 있었는데 기획 단계에서 엎어지고 그랬다. 양면성을 극단적으로 드러내 보이는 역할을 하면 재밌지 않을까. 그 때와 영화판도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예술적 장르의 다양성은 줄어들었고, 관객들의 오감을 만족시킬만한 블록버스터
상업 영화들은 더 많이 나오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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