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소라넷 못 없애면 도촬 근절도 없다"

"몰카 방지하라" 대통령 지시까지 했지만…원흉 음란물 공유 사이트 단속 어려워

(사진=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카메라 등 이용 촬영 범죄', 일명 '도촬 범죄'에 대해 강력한 법적 대응과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하자 경찰이 특별 단속을 벌이고 나섰다.

하지만 도촬의 근본적인 원인이 되고 있는 '소라넷' 류의 사이버 상의 도촬 영상 공유 사이트 근절에 대해 아직까지 별다른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수치스러웠다"…중요부위만 가려 올려진 영상 단속 어려워

여성 A 씨는 인터넷 상에서 떠돌던 자신의 도찰 영상을 발견하곤 충격에 빠졌다. 자신을 담은 영상은 마치 포르노사이트에 올리기 위한 것처럼 성기부분은 삭제되거나 모자이크 처리 돼 있었다. 그러면서도 얼굴을 포함한 상체는 버젓이 노출됐다.

경찰에 신고했지만, A 씨는 경찰에선 채증한 사진의 성기 노출이 안돼 있어 음란물유포죄를 물을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아야만 했다.

A 씨는 경찰의 통보에 "스스로 목숨을 끊고 싶을 만큼 수치스런 순간이었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수치스러움에 A 씨는 순간적으로 고소를 포기할까란 생각조차 들었다. 사이트에서 "상체만 노출시키는데 악질적이라고 느낄 정도였다"고 A 씨는 전했다.

B 씨 또한 남자친구와 자신이 모텔에 있는 모습이 인터넷 포르노 사이트에 그대로 재생되고 있는 것을 발견해야 했다. 영상은 모텔에 설치 되어 있던 도촬 카메라로 찍힌 영상이었다. 영상이 올려져 있던 곳은 해외에 서버를 둔 포르노사이트였다.

이처럼 도찰 범죄와 인터넷 상에 만연해 있는 P2P사이트나 포르노 사이트는 불가분의 관계로 이들 사이트를 없애지 않고선 도촬 범죄 근절도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행태는 여전"…소라넷은 폐쇄됐지만 제2, 제 3의 소라넷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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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엔 두 사람의 사례처럼 하루 1-2건의 도촬 등 관련 피해사례가 매일같이 접수되고 있다.

도촬 영상을 유통시키는 통로는 대부분 P2P 사이트나 포르노 사이트였다. 지난 5월부터 3개월 동안 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에 접속된 건 도촬범죄 피해 신고 중 41%가 이들 P2P사이트와 포르노 사이트였다.

하지만 이른바 도찰 영상과 리벤지 포르노를 공유하다 지난 6월 폐쇄된 인터넷 사이트 '소라넷'의 유사 사이트들은 여전히 넘쳐나고 있다.

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에선 100여개의 포르노 사이트와 40여개의 P2P사이트를 상시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을 정도다. 소라넷 폐지 운동을 벌였던 서승희 센터장은 "소라넷은 폐지됐지만 여전히 소라넷과 비슷한 행태를 보이는 곳들은 인터넷 상에 만연해 있다"고 지적했다.

소라넷의 이름을 딴 한 음란물 공유 사이트에 직접 접속해 보니, 갱뱅(집단 강간)이란 베너를 따로 마련해 놓고 있었다. 날짜를 정해놓고 멤버를 모집해 집단강간이란 이벤트성 성매매를 벌이고, 사진을 공유하고 있었다.

또 회원활동란에는 "전여친 영상교환이요", "여친 사진 및 일상 교환해요" 등 전 여자친구와의 성관계 동영상이나 일상 사진을 찍어 맞교환하자는 240여건의 거래 요구도 줄이었다.

여차친구가 입었던 속옷을 택배로 거래하자는 글까지 보였다. 소라넷은 폐쇄됐지만 소라넷의 현상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 소라넷 사이트 운영자 잡는데도 1년…"사이트 단속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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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경찰은 수사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심지어는 소라넷이 폐쇄된 지 만 1년이 넘었지만 소라넷 운영자는 잡히지 않고 있다.

담당 수사를 맡고 있는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운영자를 잡기 위해 노력 중"이라면서도 "국제공조 수사 절차가 길어지고 있다"며 수사가 난항에 빠져있음을 인정했다.

소라넷과 유사 사이트들의 서버가 해외에 있다보니 사이트를 원천 차단하기 어렵고, 운영자가 해외에 거주할 경우 처벌은 더 어려워 진다.

또한 음란물 유포죄나 불법촬영의 경우 혐의 입증에 어려운 점도 많다는 것이 경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음란물의 경우 판례상 성기 노출이나, 특정 성행위가 분명히 드러나야 하는데 불법 촬영이어도 해당사항이 없으면 법원에서 인정을 받기가 힘들다.

성폭력처벌법에 불법 촬영에 관한 조항이 있지만, "동의 없이 불법으로 촬영됐다는 사실을 입증하기에도 어려움이 있다"고 경찰 관계자는 토로한다.

게다가 경찰이나 방심위에서 음란물 공유사이트를 막고 있지만, 기술상 원천적으로 사이트를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방통위 관계자는 "해당 사이트가 주소는 그대로 놔둔 채 IP를 계속해서 전환하면, 막는다고 해도 금세 새로운 IP로 접속할 수 있어 차단도 한계가 있다"고 설명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개인 성행위 영상물 시정 요구 건수는 7325건에 달한다. 하지만 같은 해 경찰이 단속한 불법촬영 영상물 유포 건은 474건에 그쳤다. 통계적으로 그만큼 처벌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 젠더폭력방지법 등 처벌 강화 필요…처벌 강화 한 목소리

전문가들은 대안으로 디지털 성범죄라는 새로운 현상에 대한 법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 교수는 "현재 도촬된 영상물이 유포되면서 직접적으로 개인에게 피해를 가는 상황"이라면서 "온라인 공간까지 포함해 여성에 대한 집단적 성폭력을 엄격히 규정하는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유포를 방지하고 유포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젠더폭력방지법(가칭) 등 법적 정비가 시급하다는 설명이다.

또, 법적 처벌로는 끊임 없이 생기는 온라인 상의 도촬 영상 공유를 하는 유해 사이트를 막을 수 없기에 근본적 대안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교수는 "법적 제도적 장치들은 대안의 출발선일 뿐"이라며 "결국 사람들의 의식이 바뀌고 그 의식을 실천하지 않으면 안된다"며 체계적인 성평등 교육이나 인권교육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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