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는 퇴원한 정신질환자가 강제로 다른 의료기관에 입원되는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수립하라고 보건복지부에 권고했다고 8일 밝혔다.
인권위 결정문 등에 따르면 A 씨는 시·공간파악능력장애와 지나친 음주 등을 이유로 지난해 9월부터 한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됐다. 하지만 A 씨는 이후 입원조처가 부당하다며 퇴원심사청구를 냈고 올 2월 전문의·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대구의 한 자치구 정신보건심의위원회로부터 퇴원명령을 받았다.
그러나 퇴원 당일 A 씨가 옮겨진 곳은 또 다른 정신병원이었다. "퇴원을 해도 일은 하지 않고 술만 먹을 것"이라던 가족들이 그를 집이 아닌 주변의 다른 병원으로 보낸 까닭이다. 이에 A 씨는 "퇴원을 하고 싶은데 언제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새로 옮겨진 병원에서는 공중전화카드마저 빼앗겨 누나와 통화도 어렵게 됐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해당 병원 측은 입원 당시는 물론 재원기간 중에도 A 씨와 보호자가 퇴원명령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아 인권위로부터 사건 진정을 통보받은 후에야 퇴원명령을 인지했다고 해명했다. 또 진정인이 보호자에게 전화를 걸어 공격적인 언행을 일삼아 주치의의 판단에 따라 치료 목적으로 통신과 면회를 부분적으로 제한했을 뿐이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권위 조사결과 병원 측은 A 씨가 앞서 퇴원명령을 받았다는 사실을 인권위 공문을 통해 확인한 뒤에도 A 씨에 대한 입원연장심사에서 이러한 사실을 전혀 알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인권위는 이를 두고 "정신건강복지법상 퇴원명령 제도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병원 측은 A 씨가 사회에 복귀해 생활할 기회를 박탈했을 뿐 아니라 헌법이 보장하는 신체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한편 인권위는 병원이 속한 지방자치단체에 A 씨가 앞서 퇴원명령을 받았던 사실을 향후 심사자료에 포함하라고 권고했다. 해당 병원장에는 입원환자의 통신·면회를 제한할 경우 요건과 절차를 엄격히 준수하라고 권고했다. 다만 A 씨는 여전히 해당 병원에 강제입원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