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프트를 왜 했을까' KBL 경력 外人들의 대거 귀환

지난 시즌 현대모비스에서 뛴 찰스 로드가 전주 KCC의 영입 대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KCC는 도슨의 대체 선수로 로드에 대한 가승인 신청을 했다 (사진 제공=KBL)

결국 올만한 선수는 다 왔다.

프로농구 전주 KCC가 에릭 도슨을 퇴출하고 찰스 로드를 영입하기 위해 KBL에 가승인 신청을 했다. 인천 전자랜드도 아넷 몰트리를 제임스 메이스로 교체하는 가승인 신청을 완료한 상태다.


앞서 서울 SK가 가승인 단계를 거쳐 애런 헤인즈를 영입했고 원주 동부는 로드 벤슨을 다시 데려왔다. 부산 kt도 웬델 맥키네스를 영입하기 위한 가승인 신청을 해놓은 상태다.

로드와 메이스, 헤인즈, 벤슨, 맥키네스 등은 프로농구 경력이 있는 외국인선수들이다. 올해 7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외국선수 드래프트에 참가하지 않았지만 2017-2018시즌 개막 전에 대체선수 자격으로 국내 구단의 유니폼을 입을 것으로 예상됐던 선수들이기도 하다.

예상은 하나도 빗나가지 않았다.

올해 드래프트 참가자 명단이 공개된 순간 '진짜' 선수 선발은 8월 중순 이후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드래프트에 참가한 선수들, 특히 장신선수들의 기량이 전반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았기 때문에 대체선수 영입이 가능해지는 8월말이 되면 각 구단들이 KBL 경력 선수들을 다시 찾지 않겠냐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2015년과 2016년 드래프트 참가자의 경우 대체 선수 영입이 가능하다는 규정이 있다. 외국인선수 교체 풀(pool)을 넓히기 위해 만들어진 규정이다. 각 구단들은 시즌 중 기량 미달 혹은 부상으로 인해 외국인선수를 교체해야 할 때 대체할만한 선수가 마땅치 않아 골머리를 앓는 경우가 많았다.

KBL 경력 선수들은 농구 실력뿐만 아니라 KBL 행정에 대처하는 능력도 노련해졌다. 실력에 자신있는 선수들은 트라이아웃 참가, 드래프트 등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KBL 구단의 부름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기다렸다. 결과는 그들의 예상대로였다.

불가피하게 프로농구 무대를 다시 찾은 선수들도 있다. 안양 KGC인삼공사는 키퍼 사익스가 돌연 터키 리그로 떠나면서 마이클 이페브라를 영입했다. 고양 오리온은 더스틴 호그가 계약을 파기하면서 돌고 돌아 드워릭 스펜서를 데려왔다. 두 선수 모두 KBL 경력자다.

가승인 신청을 한 선수들을 모두 영입한다는 전제 하에 10개 구단 20명의 외국인선수 가운데 KBL 경력이 없는 선수는 7명밖에 없다.

KBL 외국인선수 드래프트 참가자들의 전반적인 기량은 해가 거듭될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올해 정점을 찍었다. 각 구단은 원하는 유형의 선수를 영입하지 못했다. KBL 경력을 지닌 선수들이 드래프트에 참가하지 않고도 우대받은 이유다.

현행 제도의 부작용을 여과없이 보여준 이번 해프닝은 올해가 마지막이 될 것으로 보인다. KBL은 2018-2019시즌부터 자유계약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달리 보면, 다수의 구단들이 드래프트 현장에서는 팀에 필요한 플레이를 펼칠 수 있는 선수를 얻지 못했지만 '가승인 대란'을 통해 약점을 상당 부분 보완한 것으로 보인다. SK와 동부는 오랜 기간 호흡을 맞췄던 선수를 재영입했다. kt와 전자랜드는 높이의 약점을 보완했다. 만약 KBL 경력선수들이 대거 드래프트에 참가했다면 각 구단들의 눈치 싸움으로 인해 원하는 유형의 선수를 영입하기가 더 어려웠을 것이다.

따라서 이번 '가승인 대란'은 본의 아니게, 팀에 필요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농구를 펼치는 선수 영입을 목표로 하는 자유계약의 효과를 낸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좋게 해석해보자면 그렇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