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코틴 독 찍어 먹어보며 범인 찾았죠"

'니코틴 살해','드들강 사건' 밝힌 이정빈 교수 "일반인도 설득하기 위해 직접 실험"

- 니코틴, 이쑤시개 끝에 찍어서 먹었을 뿐인데 구역질에 구토까지
- 일반인의 눈으로 보기에도 명확한 증거 찾기 위해 직접 상황 재연해 실험
- 드들강 사건, '혈액과 정액 안 섞여' 수사 서류서 중요 단서 발견
- 비닐팩에 직접 혈액과 정액 넣고 걸어다니며 실험
- '사정 후 바로 사망'... 중요 근거로 인정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20:00)
■ 방송일 : 2017년 09월 05일 (화) 오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이정빈 석좌교수(가천대 의과대학 법의학과)

◇ 정관용> 지난주 이른바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 항소심 2심 선고가 있었습니다. 1심과 똑같이 유죄가 인정되고 무기징역이 선고가 됐어요. 2001년 한 여고생이 전남 나주 드들강변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이 사건, 참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습니다. 미제로 남아 있던 이 사건의 실마리를 푼 결정적인 인물이 우리나라 법의학계의 대부라고 하는 분이죠. 가천대 의과대학 석좌교수로 계신 이정빈 교수 오늘 스튜디오에 직접 모셨습니다. 교수님, 어서 오십시오.

◆ 이정빈> 안녕하십니까?

◇ 정관용> 제가 방금 참 우여곡절이 많았던 사건이다 그랬는데 2001년에 사망이 있었고 한 10여년 동안은 완전히 미궁에 빠졌었죠?

◆ 이정빈> 그렇죠. 여자 (피해자의 시신)에서 이제 남성 DNA를 찾기는 찾았는데 DNA만 찾았지 상대방이 있어야 되지 않습니까? 그걸 못 찾고 있어서 거의 한 10년, 12년 미궁에 쭉 빠져 있었습니다.

◇ 정관용> 그러다가 그 DNA가 어떤 다른 사건으로 이미 수감돼 있는 범인의 DNA와 일치한다, 이걸 알게 됐었죠?

◆ 이정빈> 예. 그게 2010년에 DNA법이라는 게 제정이 됩니다. 그게 되면서 수감돼 있는 사람들을 다 어떤 범죄 종류에 따라서.

◇ 정관용> 강력범죄자 DNA를 채취할 수 있게 법이 바뀌어서?

◆ 이정빈> 예. 채취할 수 있게 법이 바뀌어서. 쭉 채취해서 그다음에 여태까지 미제였던 사건하고 맞춰본 겁니다. 맞춰보니까 딱 맞는 사람이 나타난 거예요.

◇ 정관용> 바로 그 범인은 이미 다른 사건으로.

◆ 이정빈> 다른 사건으로 수감돼 있던 사람이죠.

◇ 정관용> 어쨌든 드들강변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그 여고생의 체내에 아마 성폭행을 당했으니까 남아 있던 DNA와 이 사람의 DNA가 일치한다, 따라서 성폭행범은 확실하다?

◆ 이정빈> 이제 그 사람과 성교는 있었다는 거죠, 합의에 의한 건지 어떤 건지는 모르지만.

◇ 정관용> 하지만 그런데 과연 살인까지 했느냐, 이건 못 밝혀냈던 거죠, 또?

◆ 이정빈> 그렇죠. 그런데 그 사람이 계속 주장을 한 게 ‘나하고 성교는 했다’.

◇ 정관용> 합의 하에?

◆ 이정빈> 합의 하에. 그리고 그날 죽였다고 어떻게 아느냐. 그날 죽였다고. 그렇게 하고 나는 모르겠다.

◇ 정관용> 죽이지 않았다?

◆ 이정빈> 죽이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여자 체내에서 약 3일 동안은 (정액이) 쉽게 발견이 되거든요. 그러니까 오늘 관계를 맺었고 내일 모레 죽었다, 이렇게 하면 다른 사람이 죽일 수도 있다, 이렇게 되죠.

◇ 정관용> 그렇죠, 그렇죠.

◆ 이정빈> 그래서 해서 계속 주장을 한 겁니다. 나는 그 사람하고 관계는 있었지만은 그렇지만 죽이지는 않았다, 이렇게 지금 나중에 얘기가 된 겁니다.

◇ 정관용> 우리 이 교수님은 어쩌다가 언제부터 이 사건에 개입하기 시작하신 겁니까?

◆ 이정빈> 사실은 2014년에 먼저 목포지청에서 (사건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때는 사망원인이 뭔지 (몰랐습니다), 왜냐하면 목을 졸라 죽은 자국도 있고 또 익사한 것도 있고 그렇게 두 가지가 다 있으니까 이게 익사냐 아니면 목을 졸라 죽인 거냐. 결론적으로는 물에서 목을 조른 겁니다. 물 속에서. 그래서 그때 답변을 물에서 목을 졸라 죽인 거다. 그래서 익사 소견도 있고 목을 조른 소견도 있다, 이게 1차 감정이었고요, 2014년. 그다음 해에.

◇ 정관용> 그건 사망 원인을 밝히신 거죠?

◆ 이정빈> 네. 사망 원인이고. 그다음 해에 똑같은 사건으로 광주지검에서 물어보는 거예요. 이게 용의자가 관계를 맺었다는 것은 인정을 한다, 그런데 안 죽였다고 그러는데 이거를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 이겁니다. 그래서 거꾸로 되물었어요. 아니, 지금 그 사람이 얘기를 하는 건 오늘 관계를 맺었는데 그 사람이 내일 죽은 건지 모레 죽은 건지 그걸 모르는데 그걸 밝히는 것 아니냐. 그러면 성교하고 얼마만큼 있다 죽었나, 이걸 밝히는 건데.

◇ 정관용> 이번에는 사망 시점이네요.

◆ 이정빈> 사망시점, 성교를 하고. 그걸 어떻게 아느냐. 제가 아무리 뒤져봐도 그런 사건 찾아본 적이 없어요. 관계를 맺었는데 얼마 후에 죽었다, 이거를 어떻게 밝히느냐. 그래서 좀 어려울 것 같다 그랬더니 어쨌든 뭐가 어려운지 그 어려운 거, 왜 안 되는지. 그거라도 좀 써줘라. 그렇게 해서 서류를 보냈어요, 수사 서류를.

◇ 정관용> 경찰의 수사서류를.

◆ 이정빈> 자료를 보냈어요. 그래서 그걸 쭉 봤는데 한 5번까지 제가 봤습니다. 모르겠어요. 그래서 모르겠다고 5번쯤 보고 전화를 했습니다. ‘모르겠다’. 그랬더니 다시 검사 분이 한 번만 다시 더 봐달라.

◇ 정관용> 한 번만 더?

◆ 이정빈> 그런데 문제가 있었습니다. 저한테도 문제가 있었어요. 5번을 쭉 봤는데 한 5페이지는 안 봤어요.

◇ 정관용> 왜요?

◆ 이정빈> 그게 (5 페이지가) 어떻게 돼 있냐면 여자에서 정액을 어떻게 채취했는가. 그 방법, 이렇게, 이렇게 채취했다, 이렇게, 이렇게 채취했다. 그걸 서술해놓은 게 한 5장 돼요. 그런데 저희한테 필요한 DNA 나왔으면 됐지, 어떻게 채취했다, 이게 무슨 상관이 있느냐, 이거예요.

◇ 정관용> 전혀 주목을 안 하셨군요.

◆ 이정빈> 그렇죠. 실제로 그렇잖아요. DNA가 나왔느냐, 안 나왔느냐가 중요하지 나왔으면 끝이에요. 그런데 어떻게 뺐다. 이건 안 봐도 된다 이거죠.

◇ 정관용> 안 읽으셨어요?

◆ 이정빈> 아예 안 읽었어요. 5번 보면서. 그러다가 마지막이라고 그래서 5페이지.

◇ 정관용> 그것도 읽어보셨군요.

◆ 이정빈> 5페이지 읽어봤어요. 그랬더니 뭐라고 나오느냐면 여자의 질에서 중간에 넣어서 한 번 채취했고 깊이 넣어서 채취했고. 깊이 넣어서 채취한 건 피하고 정액하고 같이 섞여 나오는데 완전히 섞인 게 아니고 꼭 바둑이 무늬처럼 피 있고, 정액 있고, 피 있고, 정액 있고 이렇게 있더라.

◇ 정관용> 완전히 안 섞였더라?

◆ 이정빈> 완전히 안 섞이고. 그러니까 깊은 쪽에는 혈흔이 있는데 그것도 완전히 둘이 깨끗하게 섞인 게 아니라 바둑이모양처럼 피 있고, 정액 있고, 피 있고, 정액 있고.

◇ 정관용> 그렇게 기록이 돼 있어요?

◆ 이정빈> 가만 있어, 이게 지금 무슨 얘기야? 아니, 피가 있다는 것은 월경이 아니면 바깥이 찢어진 건데 바깥이 찢어진 건 아니니까 그러면 이제 월경에서 나오는 자궁에서 내려오는 그 피다 이거예요.

◇ 정관용> 생리혈?

◆ 이정빈> 생리혈이다 이거예요. 생리혈인데 어쨌든 혈액이 나오고 정액이 들어가서 움직이면 서로 섞일 거다, 이게.

◇ 정관용> 그런데 왜 섞이지 않았을까?

◆ 이정빈> 왜 섞이지 않았을까. 가만있어봐. 이게 무슨 얘기야. 섞이지 않았다? 그러면 어떻게 얘기할 수 있어? 사정을 하고 바로 죽었다, 이런 얘기도 되지 않을까.

◇ 정관용> 그렇죠.

◆ 이정빈> 그래서.

◇ 정관용> 성교 후에 많이 움직였다거나 걸어다녔다거나 하면 완전히 섞여야 되는데.

◆ 이정빈> 섞여야 되니까. 이게 뭔가 있는 것 같다.

◇ 정관용> 그게 사망시점과 관련돼 있는 것 같다?

◆ 이정빈> 시점과. 그러면 실험을 한번 해 보면 어떨까, 그래서 제일 처음 생각은 사람을 생각했습니다. 어떤 자원자나 이런 분들을 좀 모셔서 그냥 월경 초기나 끝나갈 때 부부관계를 맺고 그렇게 하고 바로 조사를 해 보면 이런 게 나오지 않을까. 그런데 그렇게 하고 집에서 누구 사람 찾는다고 그러면서 우리 아들, 며느리에게… (제안을 해볼까 했더니) 막 집에서 난리가 난 거죠.

◇ 정관용> (웃음) 아드님, 며느리한테 실험대상이 되어달라고?

◆ 이정빈> 하려고 우리 집사람한테 얘기를 한 겁니다. (그러니까 집사람이) 무슨 소리를 하냐. 어디서 그런 소리, 다른 데 가서도 그런 소리하지 말고. 그게 말이냐 되는 얘기냐. 그런 얘기를…

◇ 정관용> (웃음) 그래서요?

◆ 이정빈> 그래서 그건 안 되겠다 싶고 그러면 방법이 체외에서 다른 것 갖고 하는데.

◇ 정관용> 혈액과 정액만 구하면 되잖아요?

◆ 이정빈> 네. 그래서 그 두 개를 가지고 해 보자 이렇게 해서 혈액 구하고 정액도 구하고. 그래서 조그만한 비닐팩에다가 넣었습니다. 한 이 정도 손바닥만 한 비닐팩에다가 먼저 정액을 밀어넣고 그다음에 혈액을 그 옆에다 싹 붙여놨어요.

그러고 가만히 놔두고 30분을 기다렸더니 안 섞이더라고요. 사진을 찍으려고 그 자리에서 찍고 사진 찍는 사진대가 있어서 좋은 플래쉬도 있고 아주 좋은 데가 있거든요. 그거 사진 찍으려고 딱 드는데 섞이기 시작해요. 아이고, 큰일났다 하고 그대로 놔뒀어요. 그대로 놔두면서 한쪽에서는 이거 말고 (여고생이) 집에서 없어진 지 시간인가 8시간 만에 발견됐을 겁니다.

◇ 정관용> 여고생이?

◆ 이정빈> 여고생이. 그러니까 7시간, 8시간 놔둬봐야지, 이제. 8시간 놔두겠다고 해 놓고 옆에서 다른 거 또 똑같이 만들어놓고 살살 흔들어봤어요. 어떻게 흔들어봤냐면 내가 딱 들고 걸어본 겁니다. 한 번 걸을 때마다 이렇게 살짝 한 걸음. 걸음을 딱 걸으면 몸이 움직일 테니까 안에서도 움직일 거고, 그거에 따라서 이렇게 좌우로 쫙쫙 해 봤더니 이거는 1분도 안 돼서 완전히 섞여요.

◇ 정관용> 완전히?

◆ 이정빈> 완전히. 2개가 싹.

◇ 정관용> 바둑이 얼룩 모양도 아니고.

◆ 이정빈> 그것도 아니고.

이정빈 교수 (사진=시사자키)
◇ 정관용> 1분 만에?

◆ 이정빈> 1분 만에 완전히 싹 섞입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 이정빈> 그렇게 하고 이거 놔둔 건 7시간 놔뒀는데도 경계부에서만 조금씩 퍼지지.

◇ 정관용> 변화가 별로 없다?

◆ 이정빈> 없어요. 그걸 두 가지 다 사진을 찍어서.

◇ 정관용> 알겠습니다. 그 얘기는 결국 성교 사정 후에 여고생이 움직임이 거의 없었다는 증거가 되는 것이고.

◆ 이정빈> 예. 증거가 되는 거고.

◇ 정관용> 다시 말하면 성교 사정 직후 사망했다는 얘기가 되는 거죠?

◆ 이정빈> 그렇죠. 그래서 이제 그런 결론을 쭉 내리고 이 실험결과를 보니까 이렇게 안 섞이더라. 안 섞이는. 조금만 움직여도 이렇게 섞이는데 그냥 가만히 놔뒀더니 7시간이 돼도 안 섞이더라. 그 얘기는 무슨 얘기냐하면 사정 후에 전혀 움직임이 거의 없었다, 그리고 바로 죽음까지 연결이 됐다. 그런 근거.

◇ 정관용> 그 DNA와 일치한 사람이 살인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 이정빈> 네. 매우 높다.

◇ 정관용> 그게 법원에서 다 유죄로 증거로 인정이 된 거군요.

◆ 이정빈> 네, 1심에서 유죄로 받아들이고 2심도 그걸 유죄로 받아들인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여전히 그 범인은 나는 죽이지 않았다면서 상고를 하고 있는데 우리 교수님께서는 확신하시는 거예요?

◆ 이정빈> 그럼요. 일반 사람, 우선 이럴 때 실험이나 이런 것들은 일반 사람이 보더라도 꼭 과학한 사람이 보면 더 그렇겠지만 일반 사람이 보더라도 ‘그건 틀림없지’.

◇ 정관용> 그럴 수밖에 없겠네?

◆ 이정빈> ‘그럴 수밖에 없겠네’ 이러면 아무리 간접증거라도 받아들일 수 있거든요.

◇ 정관용> 제가 쭉 교수님 말씀을 들으면서도 만에 하나라도 성교 직후에 바로 옆에 다른 사람이 있어서 목을 졸랐다면 혹시 그 사람이 범인일 수 있어요. 그건 만약 그렇다면 지금 범인으로 지목된 사람이 누구 다른 사람이 목 졸랐다고 말해야 될 거 아니에요. 그게 그런 증언도 없다면 이건 분명하네요.

◆ 이정빈> 그렇죠.

◇ 정관용> 어떻게 그런 실험을 해 볼 생각을 해 보셨어요?

◆ 이정빈> 그게 이 일을 하다 보면 별 생각이 다 듭니다. ‘이렇게 하면 이게…’ 우선 제가 감정을 하면서 하는 그 기본은 의사나 과학하는 사람이 내 감정서를 읽고 ‘그건 맞네’, 이게 아니고 일반 사람이 봐서도 ‘아, 이건 맞네’, 이렇게 써야 되거든요.

◇ 정관용> 그렇죠. 상식에 의해서.

◆ 이정빈> 왜냐하면 그걸 보는 사람은 판사, 검사, 경찰이에요.

◇ 정관용> 과학자가 아니죠.

◆ 이정빈> 네. 과학자가 아니에요. 일반 사람이거든요. 그 사람 수준에서 수긍이 돼야 된다고요. 그래야지 쓰는 보람이 있지 그러면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는가. 무지하게 생각을 하거든요. 이런 생각, 저런 생각 저 사람이 어떻게 하면 내 말을, 내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느냐. 내 의견을. 이거에 대해서 상상, 생각을 하니까.

◇ 정관용> 온갖 방법을 다 쓰신 거군요. 좋습니다. 그리고 또 마침 오늘 국내 첫 니코틴 살해 아니냐라고 의심됐던, 그러니까 오늘 1심에서 또 유죄 인정돼서 무기징역 선고를 받았는데 이 건도 이정빈 교수님이 하셨다고요?

◆ 이정빈> 네. 의정부지법지청 관할인데요. 이게 제가 알기로는 니코틴 먹고 자살한 것도 우리나라는 없었고. 외국에는 있어요. 그다음에 타살은 더 그렇고. 보통 외국 케이스들 보면 타살 거의 없고 자살 케이스는 많이 있습니다. 자살 케이스는 있는데 타살은 거의 없는데 우리나라는 처음부터 발견이 된 게 타살 건입니다. 타살 건으로 봐야 되는데.

◇ 정관용> 그러니까 사망자는 원래 담배를 피운 사람이 아닌데 혈액 안에서 아주 고농도의 니코틴이 나온 그거죠?

◆ 이정빈> 그러면 이제 먹였다고밖에 볼 수 없는 거죠. 피워가지고는 영… 진짜 담배 피워서 열 개피 계속 피워서 제가 한번 해 봤는데요. 니코틴 얼마 안 나와요.

◇ 정관용> 직접 해 보셨어요?

◆ 이정빈> 옛날에.

◇ 정관용> (웃음) 좋아요, 좋아요.

◆ 이정빈> 그리고 보통 이게 지금 어려운 게 니코틴이 어려웠던 게 보통 사람들은 니코틴이 굉장히 쓰다, 그러니까 그거를 어떻게 먹느냐. 그게 진짜 쓴가. 그래서 물성을 찾아봤더니 쓰다고 안 돼 있어요. 그렇게 쓰다고. 그렇게 쓰다고 안 돼 있어요.

그래서 우선 생각한 게 무슨 생각을 했냐면 니코틴을 먹을 수 있는지, 없는지. 이걸 알아보려면 니코틴 원액을 사서 내가 한번 먹어봐야 되겠다.

◇ 정관용> 맛을 봐야 되겠다.

◆ 이정빈> 맛을 봐야 되겠다, 그래서 이제 내가 사려고 그랬더니 이게 조금 복잡하더라고요. 길이. 그래서 검찰 쪽에다 부탁을 했습니다.

◇ 정관용> 사 달라?

◆ 이정빈> 사 달라. 그다음부터는 내가 처리를 하겠다. 그래서 검찰에서 사줘가지고 그걸 물에다 희석을 시켜서 이렇게 혓바닥에 딱 대봤더니 그 양도 굉장히 많은 양이었는데 맛을 모르겠어요, 처음에. 약간 좀 무슨 맛이 뭔가 있는 것 같다. 이런 정도지 맛을 모르겠는데. 한 다섯 시간, 여섯 시간 조금 40~50분, 1시간 있다가 침이 나오면서 구역질이 나기 시작하는데 죽겠더라고요.

◇ 정관용> 구역질이 나요?

◆ 이정빈> 구역질이 나고, 토했어요.

◇ 정관용> 손에 묻혀서 살짝 맛봤을 뿐인데?

◆ 이정빈> 손에 묻힌 정도가 아니고 이쑤시개 끝에 딱 찍어서 하나 했는데.

◇ 정관용> 그렇게 독해요?

◆ 이정빈> 네. 그것도 한 40배, 50배 희석을 해서.

◇ 정관용> 희석했는데?

◆ 이정빈> 희석을 해서. 야, 이거 봐라. 먹을 수는 있는데 굉장하다, 이거. 그러면 이제 믿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느냐, 실험을 하자. 그래서 좀 큰 실험이니까 개를 사는데 서울대학교 위원회가 있습니다. 실험을 하려면, 오케이, 그러시면 어떤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해라.

◇ 정관용> 그 절차 다 밟아서?

◆ 이정빈> 그 절차가 한 달도 더 걸렸어요. 한 달도 더 걸려서 다 받고 그렇게 하고 개에다가 용량별로 먹이는 실험을.

◇ 정관용> 다양한 방식의.

◆ 이정빈> 그런데 이 사건에서 죽은 양 반의 반의 반도 안 되게 줬는데도 개가 죽는 거예요.

◇ 정관용> 그러면 사망원인은 무조건 이거다?

◆ 이정빈> 이건 뭐 딱이에요, 딱.

◇ 정관용> 그걸 입증해내신 거예요?

◆ 이정빈> 네. 그렇게 하고 먹을 수도 있다.

◇ 정관용> 그리고 이 범인들이 니코틴 원액을 산 증거 이런 게 다 나왔으니까.

◆ 이정빈> 다 나왔죠.

◇ 정관용> 그러니 빼도 박도 못할 유죄군요.

◆ 이정빈> 그래서 같이 했던 남자, 그다음에 여자의 남편이 죽었는데 그 여자. 두 사람 다 무기징역이 나왔다고 그러더라고요.


◇ 정관용> 보통 상식인의 눈에서 이건 명확하다, 빼도 박도 못한다라고 하는 증거를 찾아내고 만들어내고 테스트까지 해 보신 그게 법의학이 하는 일이군요.

◆ 이정빈> 그렇죠. 상황을 재연하는 거죠.

◇ 정관용> 이정빈 교수, 지금 후계자들은 많이 있습니까?

◆ 이정빈> 좀 하려고 해요, 옛날하고는 다르게.

◇ 정관용> 지금 이 노구를 이끌고 전국에 불려다니시는데. 젊은 후배들이 많이 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 이정빈> 저는 아직도 늙었다고 생각해 본 적 한 번도 없는데.

◇ 정관용> (웃음) 물론 우리 교수님이 더 많은 거 하셔야 됩니다마는 후배들 좀 있죠?

◆ 이정빈> 그럼요.

◇ 정관용> 많이 하고 있죠?

◆ 이정빈> 많지는 않지만은, 그래도 하는 사람들이 옛날 처음 시작할 때하고는 전혀 다르죠. 환경이.

◇ 정관용> 마지막으로 교수님에게 법의학이란 이런 것이다. 딱 한마디로 말씀하시면.

◆ 이정빈> 법의학. 그냥 ‘시체는 말한다’, 이렇게 얘기를 하는데. 그냥 다른 일하고 똑같습니다. 정말 거기에 매달리고 뭔가 찾아내려고 그냥 달려들면 되는데 제가 언제든지 생각하는 게 일이 재미있어야 한다, 지금 앞에 계신 분도 일이 상당히 재미있으실 겁니다.

◇ 정관용> 방송 일이?

◆ 이정빈> 네. 재미있으실 거예요.

◇ 정관용> 보람을 느낍니다.

◆ 이정빈> 그럼요. 굉장히 보람을 느껴요. 저는 보람보다는 재미가 더 1번. 그다음이 제 하는 일이 좀 남들이 평가를 해 주면 그때 보람이지 처음은 재미입니다. 그래서 무슨 일을 하든 재미를 붙이고 거기에 머리 박고 하면 법의학 아니라 모든 일이 다 잘 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합니다.

◇ 정관용> 대한민국 법의학의 수준을 여러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시고 지금도 현장에서 이끌고 계신 이정빈 석좌교수 오늘 함께했습니다. 교수님, 오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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