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 닫고, 귀 닫고… 간부들의 활약 돋보인 KBS
6일 오후 4시로 예정된 KBS이사회에는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관심이 쏠렸다. 고대영 사장이 참석해 파업 해결과 방송 정상화 관련 대책을 설명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 사장은 이날 갑자기 2018 동계올림픽 예정지인 강원도 평창으로 떠났다.
성재호 본부장을 비롯해 60여 명의 노조원들이 '대화'를 요구하러 평창에 갔지만, 고 사장은 약 1시간 반 동안 자신의 차량에서 내리지 않은 채 버텼다. 성 본부장의 전화 연락도 모두 받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했다.
성 본부장은 현장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4시에 이사회가 있는데도 (평창에 와서) 이러고 있다. 잠깐 내려서 대화 좀 하자는데, 지금 대화가 어렵다면 언제 어디서 만나자고 얘기라도 해 보자는데 (아무것도 않고 있는 게) 이게 KBS 공영방송 사장인가. 정말 창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KBS 사장이 동계올림픽 어떻게 해 보겠다고 온 모양인데 직원들 파업하고 있는데 무슨 수로 동계올림픽을 치르나. KBS 사장이 중계하고 뉴스, 프로그램 만들 것인가. 내려서 우리와 뭐라도 얘기해 봐야 하는 것 아닌가. 동계 올림픽 치르는 데 가장 걸림돌이 고대영 사장"이라고 비판했다.
장주영 이사는 "(이전에도) 특별한 사유 없이 불참해 불쾌한 적이 많이 있었는데, 강력하게 이야기해야 하지 않나"라고 제안했고, 전영일 이사 역시 "최소한의 성의도 없었다. (이사회) 운영위원한테도 (미리) 통보를 안 했다. 이사회까지 이렇게 취급하는데 노사 합의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고 사장 대신 출석한 조인석 부사장은 KBS의 공영성·공정성·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과, 사장 및 이사장 퇴진, 이사회 해체를 외치는 사내 여론을 모두 부정해 빈축을 샀다.
김서중 이사가 KBS의 신뢰도 하락에 대한 우려를 전하자, 조 부사장은 "우리 KBS가 공영성이 무너졌다, 공정성이 무너졌다, 신뢰도 상당히 하락하고 있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김 이사의 의견에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한 "노조에서 주장하는 것이 사장 퇴진과 이사회 해체인데, 이건 집행간부로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이다. KBS 사장은 국회에서 최초로 청문회 통과하고 여야 합의로 선출된 사장"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홍기섭 보도본부장은 동의를 구하지 않고 자신을 촬영한다는 이유로 새노조 조합원과 물리적 마찰을 빚어 논란이 됐다. 홍 본부장이 "찍지마"라며 휘두른 팔에 새노조 윤원섭 사무처장이 맞았고 이 때문에 잠시 언쟁이 벌어졌다.
홍 본부장은 "허락도 안 맡고 동영상을 찍는 것 같아서 '찍지 말라' 그랬는데 계속 찍어서 핸드폰을 제가 친 것"이라고 답했다. 조합원을 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제가 어떻게 사람을 때리나"라고 부인했다.
◇ MBC, 결국 방송사고… '병원선' 중간에 공익방송 나와
6일 오후 10시 시작된 MBC 수목드라마 '병원선' 5회가 끝나고 공익방송이 15분 동안 나왔다. 원래 15초~1분 사이의 광고가 나오고 나서 6회가 방송됐어야 하나, 과거에 찍어 놓은 공익방송이 대신 나간 것이다.
공익방송은 산불 예방 방법, 겨울철 빙판길 안전운전, 집중호우 시 행동 요령 등을 담은 내용이었다. 해당 방송에는 현재 MBC본부 총파업에 참여 중인 김나진 아나운서가 등장하기도 했다.
MBC는 공익방송 중 하단 자막으로 "방송사의 사정으로 방송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시청자 여러분의 양해를 바랍니다"라고 밝혔다. '방송사 사정'이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 "마봉춘 고봉순 돌아오라"… 시민단체 지지
참여연대·한국YMCA·경실련 등 500여 개 시민단체가 결합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KBS-MBC 총파업 3일째인 6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파업 지지' 의견을 밝혔다.
이들은 "공영방송사인 KBS에도, MBC에도 진실은 없었다. 어마어마한 국정농단에 화가 난 국민들이 왜 촛불을 들고 광장의 대열에 합류했는지, 그들의 목소리는 과연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는 그들의 관심사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보다 앞선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에서도, 세월호 참사에서도 공영방송은 진실을 보도하지 않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사실을 왜곡하고 국정농단에 동조하며 국민을 속였다. '기레기' 라는 국민적 비난에 개의치 않는 뻔뻔함도 보여주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끝까지 KBS‧MBC 언론 노동자들의 곁을 지킬 것이다. 그들의 정당한 파업에 지지와 연대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삶의 현장 곳곳에서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투쟁에 함께 할 것이며, 광장에서 촛불을 들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외치던 시민들과 함께 마봉순, 고봉춘을 기다릴 것"이라고 전했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오는 8일 서울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상 앞에서 KBS-MBC 총파업을 응원하는 '돌마고 집중 파티'를 연다. 방통위의 조속한 공영방송 정상화 조치와 KBS-MBC의 언론적폐 퇴출을 요구하는 자리다.
한국방송카메라감독연합회 역시 6일 성명을 내어 "부패정권의 부역자는 공영방송의 수장일 수 없다"며 고대영 KBS 사장과 김장겸 MBC 사장에게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이들은 "지난 9년간 이명박근혜 정권의 방송장악에 우리는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시대정신에 부합하며 진실에 접근하려는 국민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기 위해 공영방송 KBS와 MBC를 자신들의 홍보수단으로 만들었다"며 "저들은 결국 우리의 직업의식을 이용하고 비틀어 구성원 모두를 '공범자'로 만들었다"고 개탄했다.
이들은 "지금까지 단단한 사명감으로 어떠한 순간에도 놓지 않았던 카메라를 내려놓는다. 대한민국 역사를 향해 언제나 열려있었던 우리의 눈을 감는다"며 "우리의 눈을 다시 뜨게 하는 유일한 방법은 김장겸, 고대영과 함께 언론파괴의 선봉에 섰던 부패할대로 부패하여 썩은 내가 진동하는 언론부역자들을 청산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오늘(7일)부터는 KBS 교섭대표노조인 KBS노동조합(위원장 이현진, 이하 KBS노조)도 총파업에 돌입한다. 기자·PD·촬영기자(8월 31일 0시), 아나운서(9월 4일 0시) 직군 지명파업을 먼저 시작한 KBS노조는 총파업 참여 인원을 2천여 명으로 예상했다.
KBS노조는 7일 오후 KBS 신관 계단 앞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연다. 출정식을 마치면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으로 행진해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사 앞에서 '언론장악 방지법' 촉구 집회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