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는 동안 월드컵은 한국 축구와 너무나 익숙해졌다. 월드컵이 없는 한국 축구는 상상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오죽하면 대한축구협회에 월드컵 경험이 없는 직원을 손에 꼽을 수 있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로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 본선 출전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최근 한국 축구는 아시아지역 예선부터 상당히 버거워하는 모습으로 많은 축구팬을 불안에 떨게 했다. 우여곡절 끝에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목표는 달성하지만 과거 ‘아시아의 맹주’를 자처했던 한국 축구의 위상은 분명 예전만 못한 것이 현실이다.
아시아지역 예선부터 고전하는 탓에 예선 따로, 본선 따로 감독이 바뀌는 상황도 맞아야 했다. 1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준비 기간에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의 좋은 성적을 바라는 것은 무리였다. 어느덧 한국 축구는 월드컵 본선 진출의 경계선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하는 수준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2018 러시아월드컵도 마찬가지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 체제로 최종예선 8경기를 치른 한국은 이란, 우즈베키스탄과 9, 10차전을 앞두고 감독 교체를 단행했다. 슈틸리케 감독을 대신해 지휘봉을 잡은 신태용 감독은 고전 끝에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내년 6월 열릴 월드컵을 향한 기대보다 우려가 큰 이유다.
신태용 감독과 축구대표팀은 1차 목표였던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이제 다음 단계는 월드컵 본선에서 통할 전력을 갖추는 것이다. 한국 축구의 목표가 단순히 월드컵 본선 출전에 그치지 않고 세계적인 팀과 대등한 싸움을 할 수 있는 전력을 갖출 수 있도록 철저한 준비가 시작된다.
남은 9개월간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하는 ‘신태용호’의 첫걸음은 다음 달 유럽 원정이다. 축구대표팀은 다음 달 유럽 현지에서 러시아, 튀니지 등과 평가전을 준비하고 있다. 러시아월드컵 예선이 진행되고 있어 상대를 구하기가 쉽지 않지만 신태용 감독은 강팀과 원정 대결을 원하고 있다.
신태용 감독은 “월드컵에서는 수비만 하다가 끝내지 않을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공격 축구를 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준비하겠다”면서 “슈틸리케 감독처럼 (수준이) 훨씬 떨어지는 팀과 하면 결과만 보기 좋다. 실력은 늘지 않는다. 깨지더라도 좋은 팀과 맞붙어보면 우리 수준도 알고, 부족했던 부분을 개선할 수 있는 걸 만들어갈 수 있다”고 분명한 자신감을 감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