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 서태지·미담 배용준…엔터사 20년 인연 매력적"

[부활 바람 탄 음반] <하> 음반 제작 현장에서 담아낸 '희로애락' 목소리

원반에 소리를 기록해 재생하는 '음반'이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두터운 팬층을 지닌 아이돌 그룹들 사이에서 소장 가치를 높인 패키지 음반을 출시하는 고급화 바람이 부는 덕이죠. CBS노컷뉴스가 부활 흐름을 탄 음반 시장을 들여다봤습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상> 1백만장 찍는 엑소, 김건모 2백만장 시대 안 부럽네
<하> "완벽 서태지·미담 배용준…엔터사 20년 인연 매력적"

가수 서태지(위)와 배우 배용준(사진=서태지컴퍼니·키이스트 제공)
음반 제작 현장에 몸담고 있지 않으면 알기 힘든, 희로애락이 담긴 연예계 일화들을 소개하려 한다.

지난 20년간 대형 엔터테인먼트사들의 음반·DVD·화보집 등을 전문으로 만들어 온 투데이아트 조성태 대표는 "부가가치가 높은 엔터 업계와 작업해 오면서, 제작된 음반 등이 시중에 나오기 전에 그 결과물을 먼저 접하는 데서 커다란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는 가요계를 은퇴했던 서태지가 지난 2000년 '울트라맨이야'로 복귀할 당시 겪은 흥미로운 일화를 들려줬다. 음반은 출시일을 미리 정하고 제작에 들어가기 때문에 보안에 심혈을 기울이기 마련이다. "서태지 씨 복귀 앨범의 경우 보안이 매우 특별했다'고 조 대표는 회상했다.

"말 그대로 '완벽 보안'이었죠. 인쇄소는 물론 CD 찍어내는 업체, 포장업체까지 보안업체 직원들이 24시간 경비를 섰으니까요. 솔직히 고달팠죠. (웃음) 쉽게 말해, 버리는 종이 한 장까지 외부로 가져 나가지 못하도록 보관했거든요. 한 보름 정도 보안업체 직원들이 상주했죠."

그는 "(보안업체에서는 회사에) 누가 들어오고 나가는지, 어떤 물건을 들고 나가는지 모조리 체크했다"며 "그렇게 철저한 보안 속에서 서태지 씨 복귀 앨범이 출시됐다"고 설명했다.

디지털화로 침체 일로를 걷던 음반시장은, 현재 고급화 전략에 바탕을 둔 패키지 앨범을 앞세워 새로운 활로를 열어젖히고 있다. 한류의 성장과 함께 화보집 등을 제작하는 수준도 질적 성장을 이뤄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 한류가 움틀 당시에는 엔터 산업이 먼저 발달한 일본에 비해 작업 수준이 뒤쳐졌던 게 사실이다.

조 대표는 "당시 우리가 제작한 상품을 일본으로 가져가면 현지에서는 굉장히 까다로운 확인 절차를 거쳤다"며 원조 한류스타 배용준에 얽힌 미담을 소개했다.

"15년 전쯤으로 기억해요. 배용준 씨는 일본으로 수출되는 자신의 화보집 작업을 한국 업체와 하려 했어요. 일본은 자기네 나라에서 만들고 싶어하는 눈치였는데, 그때마다 배용준 씨가 '한국에서 찍어서 가져가겠다'고 했죠. 그렇게 저희가 작업한 결과물을 갖고 가면 일본에서는 소위 딴지를 많이 걸었죠.


이어 "그때는 배용준 씨 인기가 하늘을 찔렀으니 일본 현지에서도 배용준 씨 뜻을 군말 없이 따르고 인정했던 것"이라며 "요즘에는 웬만하면 일본에서도 저희 작업에 불평하는 일은 없다. 그만큼 일본의 수준과 비슷해졌다"고 덧붙였다.

◇ "오랜 기간 엔터사들과 인연 맺어 오면서 겪게 되는 특별한 일들"

투데이아트 조성태 대표(왼쪽)와 투데이아트에서 제작한 음반들(사진=이진욱 기자)
최근 화제를 모은 가수 지드래곤의 USB 음반도 투데이아트에서 제작했다. "소장 가치도 소장 가치지만 현재 나오는 음반들과는 확실한 차별화를 꾀했다"는 것이 조 대표의 설명이다.

"저희도 무척 특이하게 여겼죠. USB에 맞는 플라스틱 케이스를 사출해서 USB 앨범을 꽂고 해당 케이스 앞뒤로 카드 한 장씩을 덧댄 심플한 디자인이었습니다. 화보집은 따로 없었죠. 솔직히 '(시장에서) 잘 될까?' 생각했는데, 팬들에게는 문화적 충격으로 다가간 측면이 있는 것 같아요."

그는 "지금도 가수 태진아 씨 같은 경우 본인 앨범이나 소속 가수들이 음반을 낼 때면 직접 제작 현장을 방문해 꼼꼼히 확인한다"며 "오랜 기간 엔터사들과 인연을 맺어 오면서 경험하게 되는 특별한 일들"이라고 말했다.

한반도 사드 배치 이후 지속되는 중국의 보복조치 탓에 엔터사는 물론 음반 제작 업계도 타격을 입고 있다. 조 대표는 "해외 판로가 확대됐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중국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저렇게 되는 바람에…"라고 안타까워했다.

"중국에서 일명 '보따리장수'들이 오면 음반을 대량으로 사서 돌아갔거든요. 그러면 음반 제작 주문이 다시 들어오는 식이었는데, 요즘에는 단발 주문으로 끝나는 팀들이 늘었습니다. 아이돌 그룹들이 중국에서 공연을 하면 화보집, DVD를 찍을 수 있는데, 그런 것이 안 되니 힘들죠."

조 대표는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를) 체감한다. 별도로 찍어내던 중국판 음반 수량도 50% 이상 줄었다"며 "인기 높은 엑소만 보더라도 지난해 10만여 장 찍던 중국판이 올해 6만 장으로 줄었으니 실감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지난 20여 년간 한류의 성장 과정을 지켜봐 온 그는 "음반 제작 주문 수량의 변화를 보면서, 발주 수량이 우리 예상보다 더 들어오고 재제작 요청이 꾸준하다는 점을 보면 한류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며 말을 이었다.

"국내 음반 시장은 예전에 비해 아직 부족하지만, 그나마 올라오는 분위기예요. 사드 여파로 중국 쪽 물량이 줄기는 했지만, 동남아시아 국가 10여 곳으로 물량이 나가는 등 엔터사들이 새로운 판로를 뚫으려 애쓴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아이돌 그룹들이 중국에서 공연을 못하는 상황에서,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지 공연을 통해 중국 관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들었어요. 중국 상황이 빨리 풀렸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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