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에 찾은 충북 청주시 분평동 안뜸근린공원.
지난달 말 청주시가 5억 원의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수목 이식과 배수로 등 공원 재정비 공사를 마쳤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어린이놀이시설이나 화장실은 아예 보수 공사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게다가 녹지 공간인 산책로와 주민 편의시설인 게이트볼장이 사라진 대신 주민센터와 연결된 18면 가량의 주차장이 들어섰다.
공원 녹지공간 조성과 노후시설 개선 등을 위한 '공원 재정비 사업'이 엉뚱하게도 주민센터 주차장 조성 사업이 된 셈이다.
주민 김모(64·여)씨는 "주민센터 주차장 확장 공사에 공원 부지와 재정비 예산까지 쓰인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며 "정작 재정비가 시급한 화장실과 아이들 놀이시설은 그대로 방치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다른 주민 최모(74)씨도 "매일 같이 공원 정자에서 휴식을 취하곤 했는데도 주차장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며 "주민들에게도 제대로 알리지 않고 공사를 진행한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청주시는 인근 주민센터와 도서관 주차공간 부족으로 관련 민원이 계속돼 주민 요구로 주차장을 넓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공원 편익시설로 주차장 조성이 가능한 만큼 예산 집행이나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청주시 관계자는 "예산 부족으로 화장실은 리모델링을 하지 못해 이후에 예산을 확보한 뒤 진행할 예정"이라며 "주민센터와 도서관 주차난과 관련한 민원이 계속돼 주민과의 협의 끝에 공원 부지 일부를 활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15년 이상 노후돼 재정비가 필요하다며 수억 원의 혈세를 투입한 근린공원 재정비 사업을 정작 주민들은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