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북한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취해 대북 제재 수위를 놓고 두 정상간 이견(異見)을 노출했다.
러시아를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푸틴 대통령과 단독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도발을 멈출 수 있는 지도자가 푸틴 대통령과 중국의 시진핑 주석인 만큼 북한이 핵과 미사일 도발을 멈추도록 두 지도자가 강력한 역할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강력한 역할은 북한의 핵실험 이후 우리 정부가 강조했던 대북 원유 공급 중단과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들의 외화벌이 금지 등을 의미한다.
문 대통령은 "특히 북한을 대화의 길로 끌어내기 위해서라도 안보리 제재의 강도를 더 높여야 한다"며 "이번에는 적어도 북에 대한 원유공급을 중단하는 것이 부득이한 만큼 러시아도 적극 협조해 달라"고 주문했다.
지나 7월 4일과 28일 북한이 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하자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석탄, 철, 철광석, 납, 납광석(lead ore) 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한 대북 제재 결의안 2371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지만 원유공급 중단 등의 조치는 빠졌다.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유엔 안보리의 추가 제재 논의가 시작된 가운데, 문 대통령이 직접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에 원유공급 중단 동참을 촉구한 셈이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북한의 핵 지위를 결코 인정하지 않고 앞으로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의 핵실험은 안보리 결의의 명백한 위협이고 핵확산 금지 조약 위반"이라고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한반도 사태는 제재와 압력만로는 해결 할 수 없다"며 "감정에 휩싸여 북한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세울 필요는 없다"고도 했다.
또 "북한은 아무리 압박을 해도 안보를 지키기 위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도 북한의 핵개발을 반대하고 규탄하지만 원유 중단이 북한의 병원 등 민간에 대한 피해를 입힐 것으로 우려한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이틀 전 두 정상간 통화에서 문 대통령은 대북 원유중단과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 사용 금지 등 강력한 압박을 요청했지만, 당시 푸틴 대통령은 만나서 얘기하자는 취지의 입장만 보였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이 이날 대북 원유공급 중단 등의 압박책을 사실상 거부하면서 향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추가 결의안 도출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생각하는 구체적인 구상은 러시아와 중국이 마련한 북핵 해법 로드맵에 달려 있다"며 "제가 생각하기에 이것이야말로 긴장완화의 해법이다. 모든 당사국들이 관심있게 논의해주길 바란다"고도 강조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요청을 푸틴 대통령이 받겠다 받지 않겠다고 말한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는) 푸틴 대통령이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오늘은 협상의 장이 아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