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6일 정례회의에서 최흥식 내정자에 대한 금융감독원장 임명 제청안을 의결했다. 대통령 임명 절차만 남겨두고 있다.
같은 날 정치권과 금융권에 따르면 최 내정자의 낙점에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실장과 최 내정자는 같은 경기고 출신으로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금감원장 후보로는 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이 유력했다. 금감원 노조에서 환영성명을 낼 정도로 김 전 총장 쪽으로 무게중심이 쏠렸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김 전 총장과 최 내정자 두 명을 후보로 압축해 검토한 끝에 최 내정자의 부동산 문제 등을 우려해 최 내정자가 부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린 차였다.
하지만 '금융전문성이 없다'는 이유로 참여연대가 김조원카드에 반발하는 등 금융소외론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장 실장까지 가세해 최 내정자가 금감원장에 적임자라고 강력히 천거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전날까지만 해도 6일 오후 김 전 총장 내정 사실을 발표할 계획까지 세웠을 정도로 김 전 총장 인사가 굳어가던 분위기였다. 때문에 금융권은 물론이고 청와대 등 여권 내부에서도 이번 인사를 두고 무성한 뒷말이 흘러 나왔다.
금감원 한 간부는 "김조원에서 최흥식으로 하룻밤 사이에 인사가 급변한 데는 뭔가 곡절이 있는 것 같다"면서 "금감원 내부에서는 김조원 전 총장 이름이 나온지 상당기간이 흘렀고 금융문외한 이란 지적에 또다시 이름이 바뀌는 통에 놀라움과 당황해하는 분위기가 많다"고 전했다.
최 내정자가 금융감독원장에 내정된 인사에는 여러가지 함의가 담겨 있다. 그의 과거 금융경력으로 볼때 최적임은 아니라도 나름대로 고민한 흔적이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그보다는 금융위 수뇌부 조차 부인하지 않았던 김조원 카드가 막판에 뒤집힌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여권내부에서는 장하성 정책실장을 정점으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이 J노믹스의 핵심인 소득주도성장과 재벌개혁을 주도해오면서 경제정책의 이니셔티브를 가져왔는데, 이번 인사로 금융정책에서도 장하성라인의 영향력이 배가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장하성 라인'으로 분류된 경제분야 수장은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최수규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최흥식 금감원장 등 내정자 등이 꼽히고 있다. 이들은 청와대 내부의 탄탄한 입지와 경제금융부처 내 숫적 우위를 바탕으로 문정부 초기 국정에서 정책 주도권을 확장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
최 내정자는 올해 만 65세로(1952년 생) 연세대를 졸업했다. 금융연구원장과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 하나금융지주 사장을 역임한 뒤, 2015년 7월부터는 서울시향을 이끌다 관료가 아닌 민간 출신으로는 처음 금융감독원장을 맡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