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신앙은 자연과학 수준 뛰어넘는 신앙고백"

[파워인터뷰 권진관 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 회장]기독지성, 한국사회 지도력 회복해야

■ 방송 : CBS 교계뉴스 파워인터뷰(CBS TV, 9월 6일(수) 밤 9시50분)
■ 진행 : 권혁률 선임기자
■ 대담 : 권진관 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장



"기독인, 하나님 앞에 책임있는 신앙인 되어야"

권혁률> 교수님 반갑습니다.

권진관> 네. 반갑습니다.

권혁률> 이번 학기에 성공회대 교수직에서 정년퇴임하셨는데요, 기념 도서 제목이 흥미롭습니다. '신학이란 무엇인가', 부제가 '주체가 있는 신학'인데요. 주체가 있는 신학이라는 게 어떤 뜻입니까?

권진관> '신학이란 무엇인가' 이 책은 지난 25-26년 동안 강의한 것을 종합해 낸 것인데요. 특별히 주체라는 말을 제가 많이 사용했습니다. 주체는 우리 인간의 주체성을 이야기하는데요. '하나님 앞에서 책임 있는 주체적 존재'로서의 주체입니다만, 모든 것이 다 우리들의 책임이고, 인간의 책임이고 이 사회를 만들어나가는데 있어서 ,또 교회를 이루는데 있어서, 어디에서 우리가 이 세상을 바꾸고 교회를 개혁할 수 있는가하는 동력을 마련하는데 있어서는 역시 주체적인 인간 스스로의 노력과 결단이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부제를 이렇게 잡았습니다.

권혁률> 그러니까 우리 믿는 사람들이 흔히 하나님만 의지하다보면 조금 객체화되고 수동적이 되기 쉬운데 그런 것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신앙을 가지고 살아가고 실천해야 된다는 그런 뜻인가요?

권진관> 네. 그렇습니다.


"약자들에 관심갖는 민중신학 정신 지금도 의미있어"

권혁률> 또 한 권의 기념 도서가 제목이 '민중신학의 여정'인데요. 민중신학, 한때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신학으로 해외에 소개되기도 했습니다만 요즘은 조금 예전 같지 않다는 그런 지적들이 많은데요. 지금 이 시점에서 민중신학이라고 하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권진관> 민중신학은 한 40-50년 전에 한국에서 출발한 신학입니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가장 알려져있는 신학이고 그것을 많은 신학자들이 또 대학에서, 신학대학에서 이것을 굉장히 홀대하고 있습니다만은 저는 아직도 민중신학이 필요하다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가 아직도 개혁이 필요한 사회고요. 특별히 한국교회도 개혁이 필요한 상태기 때문에 민중신학은 계속해서 개혁하는 신학이고 특별히 약자들의 입장에서 모든 것을 바라본다는 관점에서 철저한 개혁을 지향하기 때문에 지금도 필요한 신학이죠.



특별히 남북한이 갈라져서 오늘도 핵 문제가 터져서 문제가 있습니다만은 남북한의 통일을 위한, 평화 통일을 위한 그러한 과제를 안고 있는 순수한 한국교회의 상황적 기반 속에서 일어난 신학입니다. 그래서 꼭 필요한 신학이라고 생각합니다.

권혁률> 약자들에 대한 관심을 말씀하셨는데요. 요즘 한국교회나 지도자들을 보면, 성공, 승리, 축복, 성장 이런 쪽에 주로 관심이 가 있지 않나 하는 우려가 있는데?

권진관> 예. 맞습니다. 한국교회가 마치 예수님이 늘 경계하라는 그 맘몬, 맘몬을 섬기는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대형화, 그리고 물질과 돈을 굉장히 추구하는 교회로 변했다고 생각이 들고요.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한국사회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개혁의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에 특히 한국교회가 지금 잘못되어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예수께서 하나님나라를 선포하셨고 하나님나라 운동을 전개하셨다고 생각할 때, 현재 우리 한국교회가 너무 물량주의로 빠져있는 것, 맘모니즘에 빠져있는 것, 이것은 아무래도 잘못된 것이 아닌가, 저는 신학자로서 그렇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권혁률> 그럼 오늘의 신학은 어디에 관심을 가져야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권진관> 예. 지금 제가 금방 말씀 드린 대로, 한국교회, 교회라는 것은 예수님의 뒤를 따르는 것이고요. 예수님께서는 하나님의 나라, 하나님의 나라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고 평화롭고 서로 즐겁게 잔치하는 마음으로 큰 잔치하는 그런 삶을 사는 것인데 이 기쁨과 잔치라는 것은 그 모든 부조리가 다 해소되는 사회를 말하는 것인데요. 그러한 하나님나라 운동을 우리 한국교회가 추구해야 할 것이고요. 그 다음에 신학도 마찬가지로 그것에 관점을 둬야 되지 않겠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신앙은 'How'(어떻게)가 아니라 'Why'(왜)에 초점"

권혁률> 교수님께서는 기독자교수협의회 활동도 열심히 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최근에 한 장관 지명자가 창조과학 문제로 논란이 되고 있지 않습니까? 신앙과 지성 어떻게 조화를 이뤄내야 될까요?

◆ 권진관> 제가 강조하는 것이 신학도 과학입니다. 그래서 ‘영적인 과학’이라고 해서 독일어로는 '가이스트 휘센샤프트(Geist Wissenschaft)' 이렇게 말합니다. 휘센샤프트(Wissenschaft)라는 것은 science(과학)이란 뜻인데요. 가이스트(Geist)라는 것은 spirit, 그러니까 영적인 과학, 인문학적 과학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지금 그 장관 후보자가 되는 분이 창조과학회의 이사로 굉장히 활동을 했던 분인데 원래 신학이라는 것은, 신앙이라는 것은 'Why(왜)'에 대해서 대답하려는 겁니다. 의미, 왜 하나님께서 인간을 창조하셨고 세상을 창조하셨는가하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는 것이 신앙입니다. 무슨 뜻으로 하나님께서 하셨는가.

'How(어떻게)' 말하자면 어떻게 사실적으로 역사적으로, 어떻게 순서적으로 이 세상을 창조했는가 그러한 관점은 우리 신학에서는 채택하지 않습니다. 제가 지금 기독자교수협의희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만 제 입장에서는 그런 생각을 합니다.



권혁률> 일반교인들은 지금 하시는 말씀을 듣고 조금 혼란스러울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누구나 크리스천이라면 창조 신앙을 고백하는데 그것과 창조과학에서 이야기하는 창조론이 다른 것이라고 지적을 하신다면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권진관> 모든 신학은 창조론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사실은 하나님께서 왜 이 세상을 창조하셨는가, 특히 인간을 창조하셨는가. ‘왜’에 대한 질문을 우리는 신학에서 하는 것인데요. 그 당시에 다른 종교들은 창조된 피조세계를 나쁘게만 이야기했습니다. 그래서 악의 세계라고 생각했고요. 그렇기 때문에 꼭 멸망할 세계라고 봤습니다만은 우리 성서에서는 이 창조세계를 아름다운 세계, 선한 세계로 만들었다는 것을 강조하는 내용이 창조의 이야기입니다. 그것을 과학으로, 자연과학적으로만 보기에는 부적절하지 않은가, 저는 생각합니다.

우리 신앙인들이 저희들이 이렇게 말하는 것에 대해서 혹시 걸림돌이 되지 않는가하는 걱정도 많이 있습니다. 우리가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신학자들은 분명히 말씀드리는데 창조 이야기는 우리 인간을 좋게 창조하셨고 모든 피조세계, 땅과 물과 하늘에 있는 태양과 별 모든 것을 지어놓으시고 좋았더라고 말씀을 하신 그런 이야기입니다. 창세기 1장과 2장에 창조 순서가 바뀝니다.

"창조신앙은 기독교인의 신앙고백"

권혁률> 신앙 고백적 시각으로 성서를 바라보고, 창조론도 봐야 된다는 말씀이신가요?

권진관> 네. 사실 신앙 고백적 내용이 담겨있는 그러한 내용이죠.

권혁률> 요즘 보면 과거에는 크리스천 지성인들이 한국사회를 이끌다시피 했는데 요즘 보면 크리스천 지성인들이 사회로부터 공격받기도 하고 한국교회 안에 기독교 지성이 많이 약화됐다는 이런 지적도 있는데요?

권진관> 사실은 70-80년대 한국 기독교가 이 사회를 이끌어 갔습니다. 그때 민중신학이 중심이 됐고요. 또 한국 개신교. 특히 NCC를 중심으로 한 개신교가 이 사회를 특히 인권 운동을 통해서 민주화를 이끌어 나갔죠. 그런데 이제는 오히려 사회의 개혁 대상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한국 기독교는 이 사회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지성적인 종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기독교가 이 사회를 이끌어나가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이런 생각이 들고요. 그러므로 다시 회복해야 될 필요가 있다라고 생각합니다.

권혁률> 평생 신학 교육에 몸담아 오셨는데요. 종교개혁 500주년 맞은 한국교회에 조언을 해주시죠.



권진관> 아무래도 저는 신학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한국교회의 정신, 즉 신학적 정신이죠. 한국교회의 신앙의 내용은 역시 신학에서 나옵니다만은 신학이 많이 보수화됐고요. 특별히 한국교회가 대형화 운동을 벌여가면서 이 대형교회들이 너무 신학 교육에 간섭을 하면서 신학 연구의 자유가 그 안에서 많이 상실됐습니다.

그래서 한국교회가 갱신되려면 우선 신학교 교육 자체가 많이 갱신돼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또 예수의 뒤를 따르려고 하는 십자가의 길을 가지 않는, 그러한 신학교의 모습을 우리가 보면서 신학 교육부터 먼저 바뀌고 신학이 개혁이 되면 이제 점점 더 내용적으로 개혁이 되면서 우리 한국교회가 개혁이 되지 않겠는가. 이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해서 신학에 대해서 저는 다시 한 번 되돌아봐야 되지 않는가 생각합니다.

◇ 권혁률> 이제 은퇴하셨는데요. 앞으로 특별한 계획이 있으신가요?

◆ 권진관> 제가 지금 65세입니다만 65세가 아직도 건강한 나이입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은퇴하니깐 그것도 은총으로 은퇴를 했습니다만은 앞으로 10년 동안 제 계획은 신학을 조금 더 열심히해서 우리 신앙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글을 많이 쓰려고 합니다.

◇ 권혁률>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권진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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