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이 무섭다…형법·소년법 개정에 탄력

정치권과 법무부도 긍정적…수사기관은 '환영' 학계는 '신중론'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 (사진=SNS 캡처)
또래 학생을 잔인하게 폭행하거나 괴롭히는 10대 미성년자들의 잔혹 범죄가 극에 달하자 정치권을 중심으로 처벌을 강화하는 법 개정 움직임이 탄력을 받고 있다.

최근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 이어 전주에서도 여중생이 집단 괴롭힘을 당하다 투신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을 받지 않는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낮추거나 형 감경규정을 조정하는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 이어 전주에서도 여중생 투신…극에 달한 10대 범죄

피를 뒤집어쓴 피해자의 사진이 SNS에서 급속히 확산되면서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에 이어 최근 전북 전주의 한 여중생이 아파트 15층에서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학생은 올해 초 학교 상담과정에서 '친구들에게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했다'며 학교폭력 피해를 밝힌 것으로 드러나 10대들의 범죄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전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오후 3시59분쯤 전북 전주시 한 아파트 15층에서 A양이 투신했다. A양은 머리를 심하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A양은 지난 3월 학교 측에 학교폭력 피해 사실을 밝히고 심한 우울증세까지 보여 병원 치료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 측은 A양을 괴롭힌 것으로 지목된 가해학생 5명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18일 열릴 예정인 학교폭력대책위원회 결과에 따라 수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에 앞서 지난 5월 충남 아산에서도 10대들이 또래 여중생을 모텔에 감금하고 1시간
넘도록 폭행하는 일도 발생했다.

피해 여학생은 얼굴과 팔 등 온몸에 상처를 입어 3주의 병원 치료를 받았고, 현재 정신적 충격으로 학업을 중단한 상태다.

%7BIMG:2%7D◇정치권‧정부, 10대 범죄에 면죄부 준 형법‧소년법 개정 논의 본격화

이처럼 10대들의 잔혹한 범죄가 끊이지 않으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형사미성년자 연령 기준을 낮추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의 경우 가해자 4명 중 1명이 만 14세 미만의 형사미성년자라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련법 개정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이다.


형법 9조는 만 14세 미만의 미성년자는 형사미성년자로 분류돼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만 10세 이상~만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은 소년법에 따라 전과기록이 남지 않는 보호처분만 받는다. 만 9세 이하는 형사처벌은 물론, 보호처분도 받지 않는다.

또 소년법은 만 18세 미만으로 사형이나 무기징역형에 처할 경우에는 형량을 낮춰 징역 15년을 선고하고, 특정강력범죄법은 미성년자가 살인 등을 저지른 경우 최장 20년으로 형량을 제한하는 특례조항이 있다.

더물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 사진을 언급하며 "국민 법 감정에 맞도록 관련법 개정 논의를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바른정당과 국민의당도 형법, 소년법 개정에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도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낮춰야 한다거나 15년, 20년형에 대해서도 조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며 "논의해봐야 한다"고 법 개정 움직임에 불을 지폈다.

◇수사기관은 일단 환영…학계에서는 신중론도

정치권과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수사기관은 일단 반기는 분위기다.

형사미성년자라도 요즘은 발육 상태나 정신 연령이 과거와 달리 성인에 가까워진 만큼 현실을 반영해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경찰 고위관계자는 "지금 초등학교 6학년이 만 12살, 중학교 1학년이 만 12살부터 14살인데 중학교만 되도 폭행도 하고 절도도 한다"며 "요즘 발육 상태로 봐서는 형사미성년자를 낮춰야 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를 일선 형사들이 많이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검거하고 나면 촉법소년이라 풀어주는 경우가 많다"며 "촉법소년이란 개념이 법으로 규정된 지 30년이 넘었는데 보다 현실성 있게 개정해야 된다고 본다"고 했다.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황태정 경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낮추자는 여론이 형성돼 있지만, 법 자체가 문제라고 볼 수는 없어 시기상조"라며 "일률적으로 형사처벌을 가능하게 할 것이 아니라 일단 다른 처분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두고 그중에서 사회가 용인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이 되면 형사처벌을 해야 한다는 것이 대다수 학자들의 견해"라고 말했다.

국민적인 여론을 등에 업고 소년범 처벌강화 논의가 다시 한번 수면 위에 오른 만큼, 이번에는 법 개정이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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