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
① 생생한 그날의 기억 ② 경주 지진 원인과 지진 가능성은? ③ 경북 동해안 원전벨트, 안전은? ④ 지진 1년, 지진 예방시스템 현주소 ⑤ 9·12 강진이 남긴 과제는? (계속) |
경주에 사는 이수진(33·여)씨는 지난해 발생한 지진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지난 2016년 9월 12일 오후 7시 44분쯤 경주에서 규모 5.1 지진이 발생한데 이어 오후 8시 32분에는 규모 5.8의 지진 관측 사상 최대규모의 지진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난생 처음 겪은 지진에 생명에 위협을 느끼며 아이들과 함게 떨던 그날은 다시는 떠올리기 싫은 기억이다.
이후 수백차례 찾아온 여진뿐 아니라 큰 트럭이 지날 때 흔들림에도 가슴을 쓸어내리기 일수였다.
이씨는 "고층아파트에서 아이들과 함께 격은 지진은 경험을 안해본 사람은 모를 것이다"면서 "한참을 조그만 진동에도 놀라곤 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진 이후에 머리가 아파 고생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정상을 되찾은 거 같다"고 덧붙였다.
다행히 상담치료가 필요한 사람은 한달 뒤 200여명으로 줄었고, 지난해 12월에는 대부분 정상을 되찾았다.
김경희 경주보건소장은 "지진 발생 당시 상담신청이 평소에 비해 10배 가량 늘었다"면서 "주민들이 심리적으로 불안해하고 신체적인 증상도 함께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심리지원을 통해 상담하고, 치료, 교육 등을 통해 차도를 보였고 현재는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지진 트라우마를 겪었던 주민들은 안정을 되찾았고, 여진에도 공포를 느끼지 않을 만큼 일상을 되찾은 모습이다.
이승원(38)씨는 "예전에는 작은 지진에도 놀랐지만 어느 순간부터 여진이 있어도 겁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진으로 인해 관광객이 감소하면서 발생한 피해는 2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 중 상당부분은 초·중·고 수학여행단이 방문을 취소하면서 발생했다.
한 팬션운영자는 "경주사람들 대부분은 지진에 대해 신경을 안쓴다"면서 "이제 좀 관광객이 찾는데 사람들 입에 지진이 오르내려서 관광객이 끊길까 더 걱정이다"고 전했다.
하지만 작은 규모의 지진까지 시민들이 느끼고 있다는 점은 지진이 바꿔놓은 모습이다.
9·12지진 진앙지인 경주시 내남면 부지1리 마을회관에서 만난 주민들은 "이제는 괜찮다"고 입을 모았다.
주민들은 "초반에는 많이 놀랐지만 요즘은 신경도 안쓴다"면서 "여진이 하루에 몇 번씩 왔지만 피해도 없었으니 괜찮다"고 전했다.
한 주민은 "예전 같았으면 못느꼈을 지진을 느끼게 된 건 바뀐 점이다"면서 "좀 큰 여진이 오면 '큰 손님 왔구나' 작은 지진이 나면 '작은 손님 왔다가 갔구나'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