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 시부야 위치 일본 통일교 쇼토 본부..일본 내 문선명 총재 신격화 중심
지난 달 28일 일본 도쿄 시부야에 위치한 통일교 쇼토 본부를 찾았다. 시부야 중심가에서 5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쇼토 본부는 4층 건물로 이뤄졌다. 1층 입구에는 종교법인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이라는 간판과 함께 통일교 합동결혼식 홍보 영상물이 행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창문 사이로 청년 대학생들과 여성들이 모임을 갖는 장면이 포착되는 가하면 한학자 총재의 강의 장면이 모니터를 통해 반복적으로 방영됐다.
쇼토 본부 맞은 편 건물 1층에는 문선명 씨를 신격화하는 서적과 영상물을 판매하는 서점이 눈에 띄었다. 통일교 국가를 뜻하는 천일국 경전인 천성경과 원리강론, 문선명 총재를 신격화하는 만화책 등을 판매하고 있었다. 이 건물 지하1층에는 통일교 포교를 위한 비디오 시설을 갖춘 강의실이 갖춰져 있다.
통일교 연구에 정통한 A씨는 “종교와 산업의 복합체인 한국 통일교는 경제악화로 관련 기업이 경영난에 처하거나 일본 통일교로부터 송금이 생각대로 되지 않을 때 문선명 총재가 직접 일본 본부를 방문했다”고 말했다.
◇ 일본 통일교 ‘승공연합’과 자민당 커넥션 원조..아베 총리 외조부 ‘기시노부스케’와 A급 전범 용의자 ‘사사가와 료이치’
일본 신주쿠에 있는 대형서점 키노쿠니야를 방문했다. 서점 종교 섹션에는 일본 통일교로 인한 피해 실태를 고발한 연구 서적이 다수 비치돼 있다. 이곳에서는 국내에서 거의 알려지지 않은 통일교 전위대격인 ‘일본 국제승공연합’의 실체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일본 국제승공연합(國際承共連合)은 문선명의 지시로 1968년 4월 창설된 반공 단체이다. 일본 역사편찬위원회의 <일본 통일운동사 연구>에 따르면 문선명은 한국과 미국, 일본의 국제승공운동연합을 내세워 아시아승공대회와 세계반공대회(WACL)에 참가하면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관련 문헌에 따르면 일본 아베신조 총리의 외조부로 자민당 내 극우파 였던 기시노부스케 전 수상은 1970년 4월 통일교회를 방문했다. 이후 기시노부스케는 자민당 내 통일교를 정치세력화 시키고, 승공연합을 자민당의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게 된다.
전국영감상법대책변호사연락회(통일교피해대책변호사연합회) 회장으로 저서 <통일교회 가정연합>을 통해 통일교 실체를 폭로한 야마구치 변호사는 통일교와 자민당 정권과의 유착관계를 확신했다. 야마구치 변호사는 통일교의 자민당 내 정치세력화를 도운 핵심 인물로 기시노부스케와 A급 전범 용의자였던 사사가와 료이치 전 중의원을 지목했다.
야마구치 변호사는 지난 달 30일 도쿄공동법률사무소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통일교의 정치 세력화는 아베 신조 총리의 할아버지 기시노부스케 전 수상 때부터 시작해 사사가와 료이치가 다리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수정권 하에서 통일교 승공연합의 힘을 이용해 대북정책이라든지 반공운동을 벌여왔다”고 덧붙였다.
야마구치 변호사는 자민당 정권이 통일교와 손잡은 이유를 묻자 “일본 정치가에는 젊은 선거운동원이나 당원이 거의 없기 때문에 통일교가 조직적으로 돈과 운동원을 보내주는 것을 거부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일본 통일교의 자민당 정권 밀어주기...탈퇴자들, “선거때마다 자민당 후보 밀어라 강요” 파장
일본 정가에서는 국제승공연합과 통일교를 불가분의 관계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국제승공연합은 1970년대 후반 자민당의 스파이방지법 제정 등 반공입법 과정에서 재정지원과 여론 형성 활동을 하는 등 정책 동반자 관계로 발전했다.
또, 통일교는 선거 때마다 자민당 후보 당선을 위해 조직적인 지원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역사왜곡 문제로 한,일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통일교가 자민당 정권과 깊숙이 연루됐다는 사실이 국내에 알려질 경우 적잖은 파장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후지카케 마사시의 <일본국제승공연합운동의 역사적 연구> 논문에 따르면 승공연합은 1986년 7월 7일 제3차 나카소네 내각이 중,참의원 선거에서 304석을 얻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통일교 기관지 사상신문(思想新聞) 1986년 7월 20일 号 기사에서는 “중의원, 참의원을 뽑는 선거에서 자민당 매파, 민사당 150명 후보 중에서 130명의 승공추진의원이 당선됐다”고 밝혀 통일교의 지원을 뒷받침하고 있다.
승공추진의원은 통일교의 교리를 학습하고 통일교를 지지하는 조건을 수용한 일본 내 국회의원들을 말하는 것으로 문선명은 승공추진의원들을 중심으로 선거운동을 지원하도록 지시했다.
50년 전 대학생시절 통일교에 입교했던 B씨는 “선거 때마다 교회 예배에서 항상 누구를 지지하라는 이야기를 했다”며, “통일교를 밀어 줄 것 같은 사람을 지지하라고 했고 대부분 자민당 후보였다”고 말했다.
◇ 문선명 어록, "아베상 교육해서 의석수 88석 만들어..자민당 180명과 관계"
1993년 발행된 문선명 어록 제 191권에서는 문선명이 자민당 의원들과 승공연합의 유착관계를 자랑스레 말하기도 했다.
“이것은 역사적 비밀들인데 본래는 일본의 나카소네와 가깝습니다. 40일 마다 한번 씩 내가 정치배경에 대한 것을 전부 문서로 보고해서 방향을 제시해 왔어요. (중략) 아베상은 선거할 때 계파 의석수가 13석 밖에 안됐어요. 이것을 88명까지 전부 다 교육해서 키워준거에요..”
문선명 어록 163권에서는 자민당 의원 180명과 승공연합이 관계됐다는 문선명의 발언이 소개됐다.
문선명은 “일본에 가게 되면 일본 자민당의 분과위원장으로부터 의원들 대략 180명 정도가 우리하고 관계하고 있다”면서 “이 사람들이 전부 다 공산당하고 싸우고 있다. 그 많은 패거리들을 내가 만들어 놓았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1991년에는 통일교 신자 70명을 국회의원 비서로 파견해 선거활동을 도운 의혹이 제기돼 일본 사회에서 파장이 일기도 했다.
전국영감상법대책변호사연락회 사무총장 와타나베 변호사는 "적어도 100명 이상의 통일교 신자들이 자민당 국회의원 비서로 활동하고 있었다"며, "이들의 목적은 문선명을 세계의 왕으로 세우려는 것이었고, 국회의원들 모르게 모임을 갖고, 의원들의 동향도 나누고 체크했다."고 말했다.
통일교 승공연합과 자민당 정권의 유착은 최근까지도 계속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1999년 2월자 주간현대(週刊現代)는 현직 일본 국회의원 128명의 승공연합, 통일교회 관계도 목록을 폭로했다. 주간현대 2006년 6월 30일자에서는 “아베신조와 통일교는 외조부 대부터 면면히 이어지는 관계”라고 비판하며, 외조부인 기시노부스케, 아버지 아베신타로와 통일교의 유착관계에 대해 폭로하기도 했다.
◇ 문선명 이름은 ‘에모토 류메이’ 1943년 창씨개명 사실 드러나
취재과정에서 문선명 이름이 에모토 류메이라는 사실도 재확인했다. 그동안 국내에서도 반 통일교단체들이 에모토 류메이의 존재를 밝힌 적이 있다.
문선명은 1943년(소화 18년) 일본 와세다대학 부설 공고를 졸업했다. CBS가 입수한 졸업장에 따르면 대정(大政)9년 1월 6일생 에모토 류메이(江本龍明 )가 소화 18년(1943년) 9월 30일에 와세다대학 부설 공고를 졸업했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광복 이전 문선명이 창씨개명했다는 사실이 공식 확인된 셈이다.
통일교가 지난 40여년 동안 일본 자민당 정권과 정치적 유착관계를 형성했다는 사실은 통일교 내부에서도 공공연한 비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통일교의 '新친일' 행보가 국내에 알려질 경우 사회적으로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