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에 배우러 왔다"…유엔총장 급 거물의 서울나들이

가이 라이더 ILO 사무총장 방한 배경

5일 서울시청에서 진행된 합동기자회견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가이 라디어 ILO사무총장의 마이크 위치를 조정해주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가이 라이더 ILO(국제노동기구) 사무총장이 방한 이틀째 강행군을 하고 있다.

4일 방한한 라이더 총장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과 면담을 갖고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과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문성현 노사정위원장 등 노사정위원회 대표들과도 만남을 가졌다.

특히 노사정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2년 만이었다. 그동안 서로 얼굴도 안보던 노사정 대표들을 한 곳에 불러 모을 정도로 라이더 사무총장의 방한은 그 자체로서 무게를 갖는 것이다.

ILO는 UN 산하기구지만, 내년 창립 100주년을 맞는, UN보다 더 역사가 오래된 국제기구로 여러 국제기구 가운데 맏형 노릇을 하고 있는 곳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187개국으로부터 정부관료, 노동계 대표를 파견 받아 운영중인 ILO는 국제노동기준을 설정하고 세계 각국의 노동 상황과 노동 관련법 준수 여부를 감독하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상당히 영향력이 있는 국제기구다.

더욱이 공식 초청으로는 우리나라 방문이 이번이 처음이라 더욱 언론의 주목을 끌고 있다.

그의 방한은 외견상 '중앙정부'의 초청에 의한 것처럼 보인다.

방한 첫날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을 먼저 만나고, 이 사실을 고용노동부가 언론에 적극 알리면서부터다.

하지만 팩트는 '지방정부'인 서울시 초청으로 한국에 왔다는 것이다.

그의 중요 방한 목적은 5일부터 이틀간 서울에서 진행되는 '서울시 좋은 일자리 도시 국제포럼' 행사 참석에 있다.

이 행사는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도시의 여러 역할을 공유하고 현실과 이상이 조화된 도시 노동의 모델을 구축하기 위한 자리다.

세계 10개 도시의 주요 인사들과 ILO, OECD, EU 등 국제기구 중역들이 총출동하는 이 행사는 특히 국제사회에서 주목을 끌고 있는 서울시의 '노동존중 특별시'의 비전을 담은 '서울 선언' 도출을 목적으로 개최됐다.

이와 관련해 가이 라이더 총장은 이날 오전 박원순 서울 시장과 별도의 단독 환담을 갖은 뒤 서울시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서울시의 노동정책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서울시가 노동문제에 대해서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노동존중도시, 좋은 일자리가 있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갖고 정책을 추진하고 계신 박원순 시장에게 감사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국가나 도시가 훌륭한 노동관행을 만드는 데 좋은 수단이 된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포럼은 다양한 국가가 참여해서 서울시의 좋은 관행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가 배우고 싶다는 '서울시의 좋은 관행'이란 노동 및 일자리 정책을 말한다.


서울시는 지난 2011년 박원순 시장 취임이후 지방정부로는 처음으로 노동정책을 도입했다. '노동존중 서울시 만들기'를 목표로 지난 6년간 좋은 일자리 만들기와 노동자 권리보호 등에 앞장서 왔다.

우선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단행하면서 고용불안정 문제를 선도적으로 해결했다.

또 근로자 권리보호 조례를 제정하고 그를 실행할 일자리노동국이라는 행정 직제를 신설해 노동정책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그 결과로 생활임금제 도입과 노동권익센터 및 노동복지센터 설치 등 취약 근로자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정책들이 도입됐다.

이 같은 서울시의 노동 및 일자리 행정은 다른 지방정부가 본받을 노동정책의 모델로 평가받기에 이르면서, 국제사회에까지 입소문이 났다.

라이더 총장이 서울시 초청에 응한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서울시의 노동 및 일자리 정책이 세계적으로 확산시킬 만 모델로 적합한지를 가늠해보기 위해서다.

이를 의식한 듯 박원순 서울시장도 이날 라이더 총장과의 합동 기자회견에서 "서울시는 노동존중이라는 확고한 가치를 바탕으로 지난 6년간 노동정책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며 "이번 포럼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생활임금제, 사회적 대화 활성화 등 다양한 성과를 세계 여러 도시들과 공유,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동존중 특별시라고 하는 서울의 노동정책 비전을 재확인하고 동시에 노동존중에 대한 가치가 세계로 확산되고 공유되는 계기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역설했다.

라이더 총장은 6일에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을 잇달아 방문한다.

아울러 정세균 국회의장을 예방하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도 만나 여러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다.

지난 2012년 10월 취임한 영국 출신의 라이더 총장은 지난해 11월 이사회에서 재선돼 다음달부터 5년간의 두 번째 임기를 공식 시작한다.

두 번째 임기 시작 직전에 방문한 서울은 따라서 그에게 특별한 의미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실시간 랭킹 뉴스